[수능, 학교 밖 오늘] 특별기고 / 신지우 지우컴퍼니 대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일명 ‘수능’ 날입니다. 초·중·고를 나와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이 유일한 공부는 아닙니다. 이 넓은 세상에는 다양한 공부의 방식이 있습니다. 대학도 그 중 하나입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 도전할 수 있으면 그것은 행복입니다. 

17살에 디자인 회사를 다녔고, 19살에 프리랜서로 독립했다. 20살에 <대안학교는 처음입니다만> 단행본을 출간하면서 1인 출판사 지우컴퍼니를 차리게 되었다. 나는 지금 대표이자 디자이너, 웹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강연, 멘토링 및 진로 특강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내 삶에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부모님의 권유로 대안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또래들과 기숙생활을 하며 새로운 문화와 교육을 접하게 된 것이다. 빨래와 설거지를 포함한 일상의 과제는 물론, 명상, 인문학, 글쓰기, 영농 활동을 하며 시험이 없는 학교생활을 보냈다.

중학교 3학년이 되자 우리 힘으로 해외 배낭여행을 다녀오라는 졸업 과제가 떨어졌다.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어 여행지를 공부하고, 필요한 경비를 직접 모금했다. 29박 30일 동안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를 다녀온 후 전자책으로 여행기를 펴내고,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또 2주간 단편영화를 만드는 집중수업을 하며 감독이 되어 시사회에서 영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모든 공부는 내 힘으로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이었고, 곁엔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어른들이 있었다. 새로우면서도 따뜻했던 경험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었다.

대안학교 4년 차, 대학에 대한 고민과 맞닥뜨렸다. 16살에 중졸, 고졸 검정고시를 합격했기에 입시 공부까지 몰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이 궁금했고, 대학을 가기 위해선 입시라는 과정이 필요했다. 주입된 ‘답’을 뱉어내는 일은 공부라기 보다는 존재의 크기를 축소시키는 공정에 가까워 보였다. 대학도 그리 다르지 않을 듯 했다. ‘학문의 장’으로서의 의미보단 토익, 스펙, 학점이 주된 이슈인 곳에 나의 4년과 에너지를 선뜻 투자할 수 없었다.

주체적이고 살아있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공부는 계급상승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성숙시키는 수단이다. 당장은 사회적 타이틀로 환원되지 못할지라도 눈빛과 삶의 이야기로 증명할 수 있으면 그것 역시 경쟁력이 되리라 믿었다.

스물 네 살까지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공부할 길을 찾는 것을 나의 목표로 삼았다. 무엇하나 내 예측대로 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졌다. 스무살에.

제주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업무를 보며, 일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정체성을 넓혀 가고 있다.

요즘 진심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즐겁다. 살아있는 공부를 하는 기쁨. 현실에서 장애물을 만나면, 공부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진다. 배운 바를 행동하여 축적되면 나의 태도가 되고, 이 모든 과정은 끊임없이 순환한다.

언제나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고 싶다. 방향성이 확실하다면 수단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대학도 나의 여러가지 선택지 중 하나이다. 세상은 넓고, 공부의 길은 많다.

신지우(21)는?

지우컴퍼니 대표. <대안학교는 처음입니다만.1> 저자. 디자이너이자 웹툰 작가이며 청년활동가다.

열일곱살에 디자이너로 회사생활을 시작했고 현재 제주에서 프리랜서로 살고 있다. '세상에 없던 리얼 100% 대안학교 생활툰'을 테마로 <대한학교는 처음입니다만.1>을 펴냈고, 네이버에서 웹툰 '생기발랄 다이어리'를 연재하고 있다. 청소년들 대상으로 진로 특강과 웹툰 수업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