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도와 의회는 어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 이기용 모슬포어선주협회장 

우리 모슬포어선주협회는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을 선적항으로 하는 어선주들을 대표하는 단체다. 대정해상풍력 추진과 관련해 지난 2012년부터 제주도 및 사업자와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2014년에 협회는 해상풍력사업에 동의를 결정했다. 올해에는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재의결을 실시해 다시 한 번 해상풍력사업 동의를 결정했다. 쉽지는 않았으나 두 차례에 걸쳐 사업동의 결정을 내리게 됐다. 

협의 초기에는 대부분의 어선주들이 해상풍력 대해 거부감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선행된 다른 해상풍력단지를 방문해서 해상풍력으로 인한 주변 환경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최근 준공돼 운영 중인 탐라해상풍력단지 사례도 직접 살펴보게 되면서 우려사항들을 씻어낼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우려사항의 해소일 뿐 해상풍력으로 인한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 대정해상풍력사업 구역은 본 협회에 소속된 어선주들이 조업 및 항해 시 주로 이용하는 해역이기에 피해와 불편함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만 어선주들 대부분은 그 피해와 불편함의 정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라 판단하였기에 사업추진에 동의를 결정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해양환경 파괴가 막대하고 어선 운항에 심각한 위해가 된다고 판단했다면 결코 이 사업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본 협회의 해상풍력 사업 지지 결정을 보고 어선주들이 마치 보상만을 받아내기 위해 사업을 찬성했다는 주장을 펼쳐 당사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고 있다. 

실제 어선주들은 조업을 하다보면 처음 보는 열대성 어류들을 잡기도 하고, 반대로 늘 잡히던 어종들이 북쪽으로 이동해버려 더 이상 제주도 바다에서 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기도 한다. 실제 삶의 현장에서 지구온난화, 해수면 온도 상승을 직접 마주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어선주들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다. 

우리 어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화력발전소를 짓지 말고 풍력발전기나 태양광 발전기 같은 신재생 대체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 어선주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내할만한 피해가 예상되고 그 피해에 대한 합리적 보상이 전제되어 해상풍력사업을 지지하게 되었다. 

그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게다가 해상풍력 추진 시 법률에 의거한 특별지원금 등이 대정읍 지역으로 지원돼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당연히 지역에는 우리 협회와는 달리 해상풍력 반대를 주장하는 단체들도 있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언론에서도 이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민들이 반대하는 해상풍력”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언론보도들은 어선주협회장으로서 쉽게 수용할 수가 없다. 

국어사전을 살펴보면 ‘어민’은 물고기 잡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우리 어선주들이야 말로 진정한 어민이며, 본 협회는 이미 2014년도에 해상풍력사업을 찬성하기로 결정했는데, 대체 어떤 어민단체가 대정해상풍력사업을 반대하고 있다는 말인가? 

이런 기사들로 인해 마치 대정해상풍력사업이 어민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고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도민들에게 주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본 협회는 대정해상풍력사업을 찬성한지 5년이 지나도록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기를 묵묵히 기다렸을 뿐 단 한 번도 공식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제주도나 제주도의회가 우리 어민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고 들어 줄 것이라 생각했고 그럴 것이라 굳게 믿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어민들의 의견은 온데간데없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목소리가 큰 일부 단체와 사람들, 특히 외부에서 온 이들의 반대 주장에만 모두가 집중하는 현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이기용 모슬포어선주협회장 ⓒ제주의소리
이기용 모슬포어선주협회장 ⓒ제주의소리

 

어민들은 하루하루를 바다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어 우리 의견을 관철시키기기 위한 집단시위, 항의방문 같은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은 당장 본 협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언론에 기고문 게재를 요청할 뿐이다. 

그렇더라도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현장에 있는 어민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주기를 진정 바란다. 들리는가? 지금이야 말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우리 어민들과 함께 해상풍력 사업추진을 결정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말이다. / 이기용 모슬포어선주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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