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학교 밖 오늘]③ 대안학교 출신 네 명의 청소년, 선흘경로당 '셋집살이' 선택한 사연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일명 ‘수능’ 날이다. 입시경쟁을 통한 상급학교 진학만을 최상의 가치로 여겨온 우리나라 입시제도를 상징하는 날이다. 그러나 제도권 교육은 청소년들에게 창의성을 길러주기보다 반복적으로 지식을 주입하고 암기하는 방식을 강요해온 것이 사실이다. 엄밀하게는 ‘학습’만 있을 뿐 ‘교육’은 실종 상태라는 지적도 그 때문이다. 언론 역시 천편일률적 수능 보도를 반복하면서 소모적 ‘경쟁교육’을 부추겨 온 것도 숨길 수 없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19 수능을 성찰의 계기로 삼아 ‘학교 밖’ 청소년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보기로 했다. 엄격한 의미로 교육은 온전히 가정의 몫이 아니라 국가의 몫이고 책임이어야 한다. 학교밖청소년도 물론 그 대상이다.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가들처럼 교육만큼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발상과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제도권 교육 밖의 아이들도 우리에겐 소중한 미래다. [편집자 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터를 잡아 살고있는 볍씨학교 졸업생 서주희, 양승찬, 이규헌, 이승우(왼쪽부터). ⓒ제주의소리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터를 잡아 살고있는 볍씨학교 졸업생 서주희, 양승찬, 이규헌, 이승우(왼쪽부터). ⓒ제주의소리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약 50만명에 육박하는 수험생들이 지난 12년간의 결실을 맺는 '국가적 대사(大事)'가 치러지고 있다. 온 국민의 이목도 모조리 수능에 쏠려있다.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불과 한 발 옆에는 잔디와 바위를 벗 삼아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온 또래의 친구들이 있었다. 수능을 마치 '종착역'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통쾌한 반전이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마을에 터를 잡은 네 친구, 서주희(20), 이규헌(19), 양승찬(20), 이승우(18). 이들은 볍씨학교 9학년 과정을 모두 마치고 제주가 좋아 마을에 터를 잡은 케이스다. 제주살이는 차례대로 5년차(주희), 4년차(규헌·승찬), 3년차(승우)를 맞았다.

◇ 제주에 남게 된 사연..."더 다양한 경험 해보고 싶었어요"

볍씨학교는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대안학교다. 총 9학년 과정 중 6학년까지의 초등과정과 7~9학년의 중등과정이 이어진다. 1~8학년은 광명학사에서, 9학년이 되는 마지막 1년은 선흘리 소재 제주학사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4명은 볍씨학교의 모든 교육과정이 끝났지만 저마다의 사정으로 제주를 떠나지 않았다.

승우=볍씨학교가 대안학교다보니까 공교육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고요. 친구들은 주로 검정고시를 봐서 대학에 진학가고는 하는데, 저는 사실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이 당장 있는게 아니었어요. 학력으로는 학교 졸업장이 아예 없는거죠. 대학 가려고 수능을 보려면 다 하나하나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데, 굳이 지금 나에게 필요하지는 않겠다 싶었습니다. 그럴거면 제주도에 남아서 좀 더 다양하고 몸으로도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승찬=처음 제주에 와서 자아성찰, 마음공부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많이 깨지는 경험을 했어요. 모범생인척 하고 살았던 실제의 내 모습이 이런 것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죠. 좀 더 제주에서 그런 것들을 고치고 싶은 마음에 남아있게 됐습니다.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활동이 풍물 전통악기 쪽이었는데, 여기서 인연이 돼 하나아트의 연습생으로 들어가 있어요. 집회도 나가고 공연도 했는데 그 분들과 교류를 하게 돼 좀 더 연습하고 있습니다.

규헌=사회적으로 나가기가 제 자신이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처음 제주에 왔을때만 해도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것도 힘들어했거든요. 제가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주생활 2년차부터는 확실히 하고 싶은게 생겼어요.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옛날에 어떻게 살았나 기록하는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활동하다보니 그 일을 계속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서 옛날에는 혼례를 어떻게 했고, 장례는 어떻게 치렀고 다양한 옛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어요. 그 분들을 찾아가서 삶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매주 금요일마다 한글 못 배운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알려드리기도 해요.

주희=제가 제주학사를 최초로 2년째 지낸 사람이에요. 그전에는 다 1년만하고 올라갔거든요. 제주학사 1년차 왔었을 때 제주생활이 너무 재미있는거에요. 사실 대안학교라 공부를 많이 안하긴 하는데, 제주에서는 사회에 나가서 공연도 하고, 바깥 사람들도 많이 만나는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걸 1년 더 하면서 지내도 재밌겠다 생각에 2년째 남았던거죠. 연극 활동도 하고 다양한 활동도 하면서 생각해보니 딱히 대학에 갈 생각이 없었어요. 정확히 좋아하는 공부가 아니라면 굳이 대학을 다닐 필요가 있겠나 싶었던거죠. 그래서 이때 더 여러가지를 해봐야겠다, 제주에 쌓아놓은 관계가 있으니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자, 해서 3년차에도 남아있었고 그 이후에도 5년차까지 남게됐어요. 작년에 함께했던 승우나 승찬이, 규헌이도 제주에서 남겠다고 해서 그러면 공동체를 만들자는 얘기를 했어요. 

승찬=어차피 제주학사에서도 밥 해먹고 빨래하고 해야하는건 같은데 여기는 세탁기도 있으니 좀 더 편한 생활을 하는 셈이죠. 알바를 해서 공공재로 모으는 방식이에요.

경헌=현재 다같이 집을 짓고 있잖아요. 주희 언니는 집 짓는 반장을 맡고 있어요. 당연히 보수는 없죠. 다른 친구들은 공연비나 식당 알바나 건축현장 알바를 가서 돈을 벌어와요. 일하는건 똑같은데 누구는 수입을 얻고, 누구는 없는 것은 말이 안되잖아요. 일하는 것은 같지만 돈을 받고 안받고의 차이니까 돈을 모으자, 끝나고 따로 갈라질 때 나누자 하고 이야기가 됐죠.

네 친구가 한 달간 벌어들이는 수익은 200만원 후반대다. 볍씨학교 학사 생활이 원체 몸에 베어있다보니 낭비를 하는 법이 없다. 돈이 모이지는 않지만,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터를 잡은 볍씨학교 제주학사 출신 청소년들. ⓒ제주의소리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터를 잡은 볍씨학교 제주학사 출신 청소년들. ⓒ제주의소리

◇ 경로당 2층 셋집살이...마을에 활력 불어넣는 청소년들

현재 지내고 있는 곳은 선흘리경로당 2층의 비어있던 방이다. 방 두 개, 부엌 하나, 화장실 하나가 갖춰진 공간으로 한 달 월세는 20만원이다. 마을을 방문하는 이들을 위해 게스트하우스 형식으로 만들어진 곳이지만, 딱히 용도를 찾지 못하다가 올해부터 임자를 만났다. 젊은이들이 떠나가는 중산간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네 친구가 지내는 것을 오히려 마을 어른들이 더 반기곤 한다.

주희=마을에서 삼춘들 만나서 인사하면 맨날 '너네 어디 사니?' 하고 물어봐요. 어디 사는지 뻔히 알면서 말이죠. 그게 안부인사 개념인거에요. '경로당 2층에 세 들어 산다'고 대답해드리면 활짝 웃으며 좋아하세요. 

경헌=마을 삼춘들 밭에 가서 일한적도 많다보니 이전부터 교류가 있었어요. 큰 마을이 아니니까 오며가며 만나뵙기도 하고요. 성함을 모르는 분은 있어도 얼굴은 전부 익숙한 삼춘들이에요. 

정든 볍씨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겠지만, 네 친구는 더 폭 넓은 경험을 하기 위해 선택을 주저하지 않았다. 

주희=학사에서 생활할 때도 좋았지만 한 해 한 해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저걸 굳이 해야돼' 하는 것들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태도가 1년차 아이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 것 같고요. 그럼 우리가 나가서 사는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나와서 사니까 앞으로 내가 뭘 하고 살아야 할 것인가 더 많이 생각하게 돼요. 제주학사 있을때는 '1년 과정 열심히 하면 돼' 했는데, 독립을 해보니까 1년이 끝이 아니고 내년엔 뭐하고 앞으로는 뭘 해야 할 것인가, 고민의 폭이 넓어졌어요.

승우=장단이 있는 것 같아요. 학사에서 같이 살면 똑같은 흐름과 똑같은 일정으로 가야하는데 나오면 좀 더 자기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죠. 편할 수는 있지만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승찬=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학사 일과가 다 정해져있고 바쁘게 굴러가다보니까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나 신경 쓸 정신이 없었거든요. 지금은 밤에는 다 같이 공부를 같이하기도 해요. 올해는 그런 점에 있어서 좀 더 자유롭죠.

◇ 대통령 퇴진집회 공연부터 액체비료 악취까지...쏟아진 에피소드

어느덧 제주에서 생활한지도 짧게는 3년, 많게는 5년이다. 그동안 맺어온 인연만큼이나 머릿속에 담아둔 에피소드도 많을 터.

주희=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참 집 짓는 시기였거든요. 낮에는 집을 짓고 밤에는 공연 준비를 했어요. 매주 토요일마다 공연을 했는데 힘들었던만큼 기억에 많이 남네요. 설국열차를 패러디한 '근혜열차', 대나무숲에 올라왔던 '공주전'을 연극화 한 공연도 준비했어요 지금도 밖에 나가면 모르는 분들이 저희를 알아봐주고는 하세요. '너 걔구나! 볍씨!' 하고요(웃음). 이름은 잘 모르는데 얼굴을 보면 알아봐주시더라고요. 일단 아는척하면서 반갑게 인사하고 뒤돌아서면 '누구지?'하고 저희끼리 물어보곤 해요.

규헌=작년쯤인가? 낙선동에 밭을 빌려쓰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 액체비료가 엄청 많았어요. 전에 밭을 쓰던 분이 만들어놓은 것 같아요. 우리 쓰라고 두고 가셔서 그날 뿌리는데, 그날 하필이면 제주문예회관에서 4.3관련 공연이 있는 날이었거든요. 액비 뿌리고 나면 몸에 냄새가 정말 안지워져요. 옆에 사람들이 '이게 무슨 냄새냐' 하는데 아무말도 못하고 구석에 숨어있었죠. 그때는 참 서러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기억이네요.

승찬=제주에 처음 왔을때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나마 잘하는게 달리기였어서 달리기를 엄청 열심히 했거든요. 1년차때 선배들이 있었는데 제일 빠른 형이 있었어요. 이를 악물고 달려서 그 형을 이긴 첫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되찾은 계기였거든요. 매일 달렸지만 그날만큼은 특별하게 기억이 남네요.

승우=밭일을 했던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3000평 밭을 직접 가꿔서 일을 했는데, 밀 밭에 잡초가 많이 났었죠. 여름에 밤이 올 때까지 잡초를 다 베고 마무리했어요. 해가 점점 떨어질 때, 밀밭이 금처럼 너무 예쁜거에요. 날씨도 좋고, 친구들과 해냈다는 뿌듯함이 정말 컸어요.

주희=나팔꽃 사건도 기억에 남지 않아? 저희때는 밭에 메밀을 심었거든요. 그 밭이 예전에 나팔꽃 밭이었는지 나팔꽃 잡초가 계속 났어요. 학생들이 일렬로 쭉 서서 잡초를 뽑았는데, 선생님들이 왜 이렇게 잡초를 대충 뽑았냐고 혼을 내는거에요. 밤 잠도 자지 않으면서 분명히 열심히 뽑았는데 너무 억울했죠. 나중에 알고보니 잡초를 뽑은 자리에 다시 나팔꽃 잡초가 자라는거에요! 우리가 새벽에 뽑아도 아침에 다시 잡초가 나더라고요. 선생님들도 나중에는 인정하고 포기하자 했어요(웃음). 저희는 이 날을 '나팔꽃의 악몽'이라고 불러요.

승찬=지금은 재밌다고 웃을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은 똑같은 일 시키면 보이콧하겠다며 밭에 누워버릴지도 몰라요. '우리도 일을 안 할 권리가 있다!', 'NO밭일!' 하고요(웃음).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터를 잡은 볍씨학교 제주학사 출신 청소년들. ⓒ제주의소리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터를 잡은 볍씨학교 제주학사 출신 청소년들. ⓒ제주의소리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터를 잡은 볍씨학교 제주학사 출신 청소년들. ⓒ제주의소리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터를 잡은 볍씨학교 제주학사 출신 청소년들. ⓒ제주의소리

◇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더 나은 미래 꿈꾸는 청소년들

그 누구보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네 친구지만, 또래의 친구들이 으레 하고 있는 고민에서도 마냥 자유롭지는 못했다. 내일은 무엇을 위해, 앞으로는 어디를 향해 살아가는지에 대한 자기성찰이다. 같은 나이대 대다수의 친구들은 이날 수능 매진하고 있다. 모두가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기에 불안한 마음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다만 네 친구의 고민의 결은 달랐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또래의 친구들과는 달리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주된 고민이다.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았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면서 체득한 자신감이다.

주희=분명 볍씨에 있는게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20살이 되니까 다양한 생각을 하게되더라고요. '볍씨가 무조건 옳아'라는 생각으로 다른 길을 다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새로운 시야를 열고 보는게 또 다른 방법이지 않을까. 올해들어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올라가도 되게 재미있을 것 같은데...제주에 워낙 정이 들었다보니까 고민이 돼요.

승우=제주에 3년째 남아있다보니까 좋은점도 있지만 안주하게 되더라고요. 여기 남아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지만, 스스로 발전이 있었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외지로 나가서 저만의 시간을 갖고, 다른 곳에서 부딪혀보는 것도 도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어요.

규헌=저는 늘 볍씨학교 안에 친구들을 주로 만나왔던 것 같아요.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볍씨 스타일'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사실 제가 세상을 살아갈 때 가장 힘이되는 것은 비슷한 사람과 만나는 것보다 안 맞는 사람이라도 '이럴 때는 내가 어떤식으로 관계를 풀어가야 하는가', '사람을 만나면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하는 것인가'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더 정석으로 배우는게 아닌가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학교밖 청소년 지원해주는 기관에서 다른 아이들을 만나서 활동도 같이 하고, 진로상담도 해주게 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어요.

승찬=비슷한 생각이긴 해요. 작년에도 육지에 올라가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풍물패에 계신 선생님이 '좀 더 같이 해보자' 제안해주셔서 남아있게 됐어요. 즐거웠지만, 올해 지내면서는 내년엔 좀 더 올라가서 집중적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풍물을 기본적으로 다 다루긴 하는데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주에서 정한 목표는 풍물을 쭉 배워서 사라지고 있는 전통문화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었어요. 그런 길까지 생각하다보니 더 배워야겠더라고요. 어느정도 수준에 오른다면 그 고민을 이어나가겠죠.

승우=원래는 농부가 저의 꿈이었어요. 올해는 집짓는데 신경을 쓰다보니 밭일을 많이 안했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멀어진 것도 같아요. 지금도 농부라는 직업이 싫은 것은 아니고 너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는 생각하는데, 아직 나이가 어리다보니까 더 다양하게 경험해보면 좋겠어요. 여러 경험을 겪어보고 나중에 필요하면 농부를 하고 싶어요.

주희=굳이 하고 싶은 일이 없는데 꼭 수능을 봐야하는 것인가 싶어요. 수능을 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거든요. 저는 관심이 여러 분야로 되게 많아서, 그중 내가 진짜 해보고 싶은게 무엇인가 찾는 시간이 필요해요.

현재 네 친구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청년 프로젝트를 돕고 있다. '삼춘들과 손지들의 세대잇기 프로그램-영영 살암수다'라는 제목으로.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제주 이야기를 들어 각 마을 노인정, 어린이집 등을 찾아가 제주 이야기를 전해주는 프로젝트다. 무대도, 소품도 직접 만들고 출연도 도맡고 있다.

인터뷰 직후 네 친구는 다시 손바닥만한 인형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연습이라고 생각치 못할 정도로 대사 한 구절 한 구절에 열심을 다했다. 충실한 하루는 이들의 삶의 밑거름이다. 내일이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다가온다는 네 친구들. 가능성은 무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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