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2022년 시행 기대반 우려반...‘총량’, 보수적 접근 필요

제주섬이 감당할 수 있는 총량을 산정할 때는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영원히 샘 솟을 것 같던 용천수가 상당수 말라버린 사례에서 보듯이 제주의 환경자원은 언제 고갈될지 모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섬이 감당할 수 있는 총량을 산정할 때는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영원히 샘 솟을 것 같던 용천수가 상당수 말라버린 사례에서 보듯이 제주의 환경자원은 언제 고갈될지 모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가 발전하려면 파이(pie)부터 키워야 한다고 주창하던 시절이 있었다. 제주도가 앞장서 부르짖었다. 민선5기 우근민 도정 때였다. 본래 파이는 ‘시장의 크기’를 의미하지만, 당시만 해도 파이는 곧 인구수로 받아들여졌다. 우 지사도 그런 취지의 얘기를 곧잘 했다.  

실제로 ‘적은 인구’가 제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히기도 했다. 2010년 7월 도민 설문조사가 한 사례다.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2012~2021년) 수립 용역을 맡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주의 경제,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적은 인구(22.1%)가 1위를 차지했다. 일자리 부족(19%)이나 정부지원 부족(17.7%)은 뒤로 밀렸다. 

다는 아니겠으나, 관치(官治)의 소산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쨌든 당시 분위기로 인구는 제주의 화두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제2차 종합계획은 바로 이 인구수 때문에 의회에서 진통을 겪었다. 부실 논란에 휩싸여 상임위에서 동의안이 한차례 의결 보류됐다. 2021년을 기준으로 설정된 인구(70만명), GRDP(21조원, 1인당 3만달러) 등 계획 지표가 무리하게 설정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의회 지적은 일리가 있어 보였다. 제주 인구는 한동안 50만명대에서 정체됐다. 2009년까지 줄곧 유출이 유입보다 많았다. 70만명은 ‘먼 나라’ 얘기로 들렸다.  

결국 그게 아니었다. 이후 제주 인구는 무섭게 늘어 어느덧 70만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19년 전 목표가 어느정도 달성된 셈이다. 이제는 거꾸로 과잉을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격세지감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어떤 근거로, 어떤 비법이 있기에 ‘족집게 예측’(?)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허나 거기까지였다.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파이’에 몰두한 나머지 인구 급증에 따른 부작용은 내다볼 수 없었다. 더구나 제2차 종합계획은 일부에서 ‘국적불명의 비전’이란 혹평까지 들어야 했다. 

목표는 맞췄으되 핀트가 어긋나다 보니 대비는 언감생심, 속수무책이었다. 10여년 후 제주에 펼쳐진 광경은 재앙과도 같았다. 도로, 교통, 상하수도, 쓰레기, 지하수, 부동산 등 많은 분야에서 몸살을 앓았다. 이주열풍에 편승한 건설 붐은 거꾸로 주택 과잉으로 이어졌다.

이 모든 게 인구 예측 실패와 그에 따른 대비 부족에서 빚어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0년의 상황’ 만을 지목하는 게 아니다. 중간에 바로잡을 기회는 있었다. 민선6기 원희룡 도정 들어 징후는 더 뚜렷해졌으나, 그만 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인구는 늘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심각한 저출산은 후자, 곧 인구절벽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역시 문제는 과학적인 예측과 시의적절한 대비다. 얼마전 강철남 도의원이 인구정책 조례 제정 필요성을 들고 나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제주도가 2022년 환경총량제 시행을 선언했다. 전국 최초라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한다. 한편으로 그만큼 환경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이기도 하다. 10년동안 논의에 그쳤다는 점에서 만시지탄도 느끼게 된다. 

제주도(용역팀)는 환경자원총량제를 이렇게 정의했다.     

개발로 인해 환경 자원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전해야 하는 총량을 설정하고, 감소되는 양과 질 만큼 복원 혹은 보상을 하도록 하여 제주도의 환경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관리제도. 

거창한 구호 만큼이나 여간 어렵고 방대한 작업이 아니다. 자원조사, 총량 산정 방안, 관리시스템 구축 등 어느 것 하나 간단한 게 없다.

용역팀이 제시한 총량 평가항목을 보면 벌써부터 허술한 구석이 눈에 띈다. 10년 전의 그것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은 탓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총량제가 실효를 거두려면 법적 뒷받침도 있어야 한다. 제주특별법에 ‘10년마다 조사계획을 수립한다’고 명시하는 것 정도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제주섬이 감당할 수 있는 총량을 산정할 때는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영원히 샘 솟을 것 같던 용천수가 상당수 말라버린 사례에서 보듯이 제주의 환경자원은 언제 고갈될지 모른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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