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제378회 정례회 32일 일정 돌입…“도민의 삶에 천착한 정책으로 변화 필요”

김태석 의장. ⓒ제주의소리
김태석 의장.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가 2020년도 예산안 심사 등을 위해 32일간의 긴 일정으로 제378회 정례회에 돌입한 가운데, 김태석 의장이 제주도가 편성한 새해예산안에 ‘정의’가 적용됐는지 반문했다. 민생현장을 외면한 ‘탁상행정’의 결과물이 아니냐는 지적인 셈이다.

김태석 의장은 15일 오후 제378회 제2차 정례회 개회사를 통해 “2020년 재정여건이 매우 좋지 않다. 그러하기에 예산 심사는 상당히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며”며 이같이 말했다.

제주도는 올해보다 5378억원이 증가한 5조8229억원 규모로 새해 예산안을 편성했다. 제주도교육청이 편성한 새해예산안은 1조2061억원 규모다.

이에 대해 김태석 의장은 “제주도의 경우 올해에 비해 가용재원이 3000억원이나 감소했고, 도교육청 또한 예산 증가율이 0.4%에 불과해 재정여건이 그리 양호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제주도의 새해예산과 관련해서는 “부족재원의 확보를 위해 조직운영경비의 세출 효율화, 행사정 경비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지방보조사업 제로베이스 검토 등의 예산편성 원칙을 밝혔지만, 이 원칙이 진정 정의롭게 적용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장은 최종적으로 예산안에 요구예산의 50%만 반영된 ‘저소득 가정 및 불우이웃 대상 밑반찬 지원사업’을 예로 들어 “제주도의 예산편성 원칙으로 사회적 약자,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한 현실을 안기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밑반찬 지원사업이 단순히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거 어르신에게 반찬 배달과 함께 말벗이 돼 정서적 고립감을 해소하는 사회복지서비스이자, 고독사를 예방하는 가장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의 기능을 수행하는 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반찬 지원’이라는 사업 명칭만으로 평가돼 그 안에 포함된 여러 사회복지 기능을 파악하지 못한 채 예산을 삭감하거나, 또는 자원봉사단체에 사업비 일부를 부담시켜버렸다”며 “이것이 정의로운 예산 편성이냐”고 꼬집었다.

김 의장은 “사회적 약자에게 자원봉사를 통해 제공하는 복지서비스조차 효율성과 경제적 이득을 증명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사람을 위한 투자는 지역의 선순환 경제체제를 만드는 디딤돌이다. 역대 최대 규모 편성이라는 장밋빛 수치 안에 숨겨진 현실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결과가 탁상공론에 의한 것이기에 심각성이 더 크다. 사회복지 현장만이 아닌 도민의 삶의 현장과 현실에 귀 닫은 채 탁상공론에 의해 만들어진 기준과 원칙만을 내세우는 행정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또 독일 베를린시가 주택임대료를 5년 동결하는 법안을 제정한 사례에서 제주도가 ‘현장에서 답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베를린 시정부와 의회는 거주자 85%나 되는 세입자들이 2008년 이후 10년 동안 임대료가 4배 이상 인상되면서 도심 밖으로 내몰리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정부와 의회가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5년 동결’ 입법을 성사시켰다.

김 의장은 “우리도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도민의 실제적 삶에 천착한 정책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그 변화는 정책을 뒷받침하는 예산의 꼼꼼한 심사와 원희룡 지사 및 집행기관의 협력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료 의원들에게 “2020년 제주도민의 삶은 사실상 예산심사 과정에서부터 시작됨을 명심해야 한다”며 꼼꼼한 심사를 주문했고, 집행기관에는 “의회의 지적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반영한 옳은 길을 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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