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50. 물매화 (Parnassia palustris L. -범의귀과-)
이번 주에는 제주 오름에서 피어나는 가을의 대표적인 야생화 물매화를 소개해 드립니다. 물기 있는 땅에서 피는 매화 같은 꽃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 물매화는 ‘매화 모양의 꽃이 피는 풀’이란 의미로 매화초(梅花草)로도 불립니다.
매화는 장미과에 속하는 매실나무 혹은 매화나무에 피는 꽃이지만, 물매화는 매화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매화나무와 다른 종류이면서 범의귀과에 속하는 작은 초본입니다.
예로부터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있는 꽃에는 매화라는 이름을 많이 사용합니다. 황매, 금매화와 한라산의 아주 작은 나무인 암매, 초본 중에는 이 물매화를 비롯해 매화마름처럼 주로 꽃이 작고 고운 모습을 한 식물에 '매화'를 차용해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매화는 우리나라 각처의 산에서 자라는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와 습기가 많지 않은 산기슭에서 자랍니다. 육지에서는 물가에 피는 개체들이 많고 제주는 일부 오름에서 많이 관찰됩니다.
제주에서 개화 시기가 빠른 물매화는 10월 말부터 피기 시작해 늦게는 12월 초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한라산 고지대에서 자라는 수술 적은 물매화는 애기물매화로 따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꽃의 수술 뒤쪽에는 물방울과 같은 모양이 많이 달려 있습니다.
가끔은 물매화 꽃밥이 붉은색인 개체를 만날 수 있는데 야생화를 담는 이들에게 '립스틱물매화'라는 별명을 붙여 물매화의 고운 모습을 이름에 담고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한라산의 초목이 누렇게 물들 때까지 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 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름 자락에서도 다른 식물들과 당당히 경쟁해 꽃을 피우고 있는 물매화가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어느덧 한 해가 달력 두 장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물매화는 ▲고결 ▲결백 ▲청초 ▲충실이라는 여러 가지 꽃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 한 해도 충실하게 살아 왔는지 나름 반성을 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