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동학대-무고-보험사기 위반 혐의 등 적용

사진 왼쪽은 지난해 10월 22일 제주도내 악성민원인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 17개 시도 교총.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수 년에 걸쳐 제주도내 교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악성민원을 제기해 온 부부가 결국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부부의 악성민원 대상은 교육기관에 그치지 않고 금융·언론기관 등을 망라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A씨(44)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정서적학대), 무고,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사기, 명예훼손, 업무방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A씨의 부인인 B씨(45)에 대해서도 아동복지법 위반, 무고,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보호가 필요한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사례는 다소 이례적이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10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 17개 시도 교총이 "상습적이고 고의적인 민원으로 인해 교육현장이 마비되고 있다"며 공동대응을 하게 한 장본인이다.

A씨는 지난 2009년부터 국민신문고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의 기관을 통해 총 1013회에 걸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자녀가 학교에서 성추행·아동학대를 당했고, 담당 교사가 이를 직무유기했다는 내용이 주된 민원이었다.

경찰은 이중 상당수를 교권침해와 행정력 낭비에 해당되는 민원으로 분류했다. 가령 교사가 아이들 간의 다툼을 화해시킨 것을 두고 '강제로 화해시켰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식이다. 

또 A씨는 의료기관으로부터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은 후 35회에 걸쳐 3300만원의 보험금을 부당 수령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수령액은 44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경찰은 혐의가 명확하게 인정된 액수가 3300만원인 것으로 파악했다.

A씨는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콜센터 직원들에게도 '빨리 지급하지 않으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식으로 민원을 넣었다. 경찰은 수 십 차례에 걸쳐 제기된 A씨의 민원 중 상대방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22건을 특정하고 정보통신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무고 혐의도 포함됐다. A씨는 모 방송사 PD가 자신의 주거지에 침입하고 아이들을 카메라로 쳤다고 고소했지만, 조사 결과 주거침입 사실도 없었고, 해당 PD가 아이와 신체적 접촉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확인돼 무고죄로 고소 당했다.

2014년에는 자녀가 다니던 합기도장을 상대로 무작위 진정을 내 명예훼손 혐의도 적용됐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합기도 학원에서 급수를 낮추는 등 부정 선수 출전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이듬해 제주도교육감배 합기도대회 자체가 취소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A씨는 자신이 속한 친목단체 커뮤니티를 통해 자녀가 골수암에 걸렸다고 사기를 쳐 헌혈증 수 십여장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편취한 헌혈증은 도내 모 종합병원에 기부하고, 관련 내용을 언론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같은 과정에서 A씨가 자녀들을 학대한 정황도 포착했다.

아이가 다치지도 않았는데 강제로 치료를 받게 하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도록 하고, 의사 앞에서 아이들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한 부분도 아동학대 혐의로 분류했다.

아이들에게 강제로 유서를 쓰게 한 행위도 아동학대로 적용됐다. 이 유서에는 '저의 죽음으로 OOO교사, OOO교육감 꿈에 나타나 복수를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자녀는 자신이 스스로 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사용된 문구나 단어가 초등학생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도교육청을 상대로 한 별개의 소송에서 패소하자 소송비용을 물기 위해 자녀 명의로 파산 신청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재판 과정에서 원고에 자녀의 이름이 올라가있었고, A씨는 대리인 자격이었던 점을 악용한 사례다.

B씨 역시 헌혈증 편취와 정보통신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제외하고 A씨와 같은 다수의 혐의를 받고 있다.

부부가 구속됨에 따라 자녀들은 현재 아동전문기관의 임시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

경찰은 "2017년부터 내사가 진행된 사건인데, 피해자들의 진술이 원활치 않아 시간이 지체됐다. 민원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일"이라며 "일단 허위사실이라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경찰에 신고하던가 고소장을 작성해야 이 같은 악성민원이 습관형으로 커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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