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기 힘든 ‘중압감’...검찰,“수사 계속할 것”...김태혁 교육감,17일 오전 기자회견

제주도 교육청 강병준 기획관리국장(59)이 15일 새벽 오라2동 자신의 감귤원 비닐하우스에서 자살함으로서 제주사회가 또 한번의 큰 충격에 빠졌다.

인사비리 의혹 파문으로 도 교육청이 심한 충격을 받는 상황에서 강 국장마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함으로서 도 교육청은 물론 제주 교육계, 나아가 제주사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강 국장의 자살에 대해 당혹해 하면서도 “수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억울하다” 항변에 조여 오는 검찰수사 ...모든 것 안고 떠난 듯

▲ 강국장 왜 자살을 택했나
강 국장의 자살현장에서는 유서를 비롯한 자살의 단서가 될만한 일체의 무엇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강 국장은 비리의혹 파문의 당사자로 자신이 지목되는 분위기에 대해 가족들에게 “억울하다. 나는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 왔으며, 자살 전날에도 자신의 형과 과수원에서 맥주를 마시며 “억울하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한 점으로 미뤄 일단은 이번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강 국장의 가족들도 “아버지가 비리의 당사자로 자신이 지목되는 듯한 분위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자살이라는 방법을 택했다면 이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것만을 자살의 동기로 보기에는 그리 명쾌하지가 않다.

인사비리 의혹 파문이 터진 후 자신에게 쏟아지는 눈길과 그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무엇보다 시시각각으로 자신에게 조여 오는 듯한 검찰의 수사에 상당한 중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이 14일(금요일) 자신의 사무실과 자택, 그리고 과수원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해 통장과 각종 서류 등을 압수하고, 나중에는 자신까지 소환조사할 예정이라는 소식에 적지 않은 부담과 충격에 괴로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심리적 부담이 결국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강 국장에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도록 한 게 아닌 가 추정된다.

강 국장은 지난 7일 도교육청과 교육부, 부패방지위원회 인터넷 게시판에 ‘냄새나는 교육청 인사고발’이란 글이 게재되고 그 파문이 점차 확산되자 11일 “이번 인사에서 뒷거래가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물러날 생각이 있다”며 사퇴의사를 밝힌 바 있다.

때문에 강 국장은 인사비리 의혹과 관련된 모든 것을 자신이 마무리 짓는 다는 심정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도 추정할 수 있다.

검찰, “유족에게 ‘애도’,수사는 계속할 것”...핵심인물 자살로 난항 예상“

▲검찰수사 어떻게 되나
검찰은 일요일인 16일 오전 수사과장만 잠깐 청사에 나왔을 뿐 이 사건과 관련된 담당 검사는 출근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압수수색이 이뤄진 이틀 후 강 국장이 자살했다는 소식에 다소 당혹해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에 대한 수사는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제주지검 담당검사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통화에서 “일단 시작했으니 끝까지 해 보겠다. 계좌추적도 하겠다.”고 밝혔으나 오후에는 “당사자가 숨져버려서 일단은 확보한 자료를 검토한 후 수사방향을 결정 하겠다”며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강 국장의 자살에 부담을 느낀 듯 “유가족에게 애도하고 유감을 표한다”면서 “우리는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수사를 해 왔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는 이번 자살과 관계없이 계속 진행될 것을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사건를 해결하는 핵심인물로 보고 압수수색까지 한 강 국장이 자살함으로서 수사는 당분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을 예상된다.

김태혁 교육감, 내일(17일) 오전 기자회견...입장 발표

▲초상집 된 도 교육청
제주도 교육청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인사비리 의혹 파문으로 적지 않은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 강 국장마저 자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쑥대밭인 된 도 교육청은 일요일인 이날 대부분의 간부 공무원들이 출근해 외국출장을 마친 후 새벽 첫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한 김태혁 교육감과 대책을 숙의하느라 분주했다.

김태혁 교육감은 제주공항에 도착한 후 자택에 잠시 들려 옷을 갈아입은 후 교육청으로 곧장 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문을 걸어 잠든 채 간부진들과 함께 상황을 논의한 후 강 국장의 시신이 안치된 한라병원 영안실을 찾아 조문했다.

김 교육감은 이날 언론과의 일체의 접촉을 끊은 채 17일 오전 이번 인사비리 의혹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교육청 관계자들 통해 전달했다.

교육청 일반직 공무원들의 반발과 검찰수사, 그리고 강 국장의 자살로 제주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한 인사비리 의혹에 대해 김태혁 교육감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의혹에 대해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김 교육감이 밝힐 수 있는 입장이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육감이 세간에 의혹으로 제기되는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는 한 ▲고인과 유족에 대한 애도 표명 ▲비리의혹이 불거져 도민사회에 염려를 끼친데 대한 도의적 유감 ▲그리고 의혹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수사결과에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기자회견으로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상황에서 원론적인 입장표명이 이뤄질 경우 강 국장의 자살에도 불구하고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김 교육감의 의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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