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김동일 포함 한국여성 3인 조명한 다큐영화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제공=엣나인필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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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광복, 제주4.3, 한국전쟁. 

희망과 좌절, 비극이 뒤섞인 한국 근현대사를 헤쳐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만나자. 제주4.3을 비롯해 역사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온 임흥순 감독의 신작 영화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이다.

28일 전국 개봉하는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은 실제 역사를 배우들의 재현 연기와 함께 만나보는 ‘아트 다큐멘터리’ 장르를 표방한다. 

작품의 주인공은 실존 인물 정정화, 김동일, 고계연 세 사람이다.

정정화(1900~1991, 서울)는 일제의 감시와 탄압을 피해 1920년 상해로 망명한 후,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 전달을 하며 26년간 독립운동에 매진해왔다.

김동일(1932~2017, 제주도 조천)은 항일운동가의 자녀로 4.3항쟁 당시 무장대와 한라산에 올랐다. 광주형무소에 복역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며 지리산에서 빨치산으로도 활동했다. 이후 오사카로 밀항해 평생을 일본에서 살았다.

고계연(1932~2018, 경남 삼천포)은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1950년 한국전쟁 직후 지리산에 올라간 아버지, 오빠, 동생을 찾으러 갔다가 3년간 빨치산으로 활동했다. 둘째 오빠를 제외하고 산에 오른 가족 모두를 잃었다. 이후 광주에서 30년 넘게 화성이불을 운영했다.

세 사람 모두 굴곡진 역사를 강한 의지로 맞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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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순 감독은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로 영화와 동일한 제목의 전시를 진행했다. 전시는 믿음, 공포, 신념, 배신, 사랑, 증오, 공포, 유령이란 일곱 개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국 현대사 속 개인의 삶과 역사를 돌아보는 프로젝트다. 전시장을 영화세트장으로 변모시켜 한국 현대사의 장면들을 관객들이 직접 경험하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전시 기간 동안 약 10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영화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은 감독만의 미학적인 스타일과 극 영화 방식을 결합한 작품이다. 임 감독은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준비하면서 분단전후 시대가 궁금해졌다”면서 ▲자유를 찾아서: 김동일의 억새와 해바라기의 세월(김창후 저) ▲장강일기(정정화 저) ▲강물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고계연 저) 등 세 권의 책을 통해 영화 제작의 밑그림을 그렸다. 

배급사 엣나인필름은 “이 작품은 치열하게 살아온 세 여인의 모습에서 대립, 혐오, 오해, 불신, 차별, 공포 등 현재 우리 사회를 갈라놓게 한 근원과 그 실체에 대한 질문과 함께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화해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소개한다.

임흥순 감독은 작품 소개에서 “(영화를 제작하면서 한국의 근현대사는)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 동시에 하나의 사건으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로 연결돼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무거운 역사를 다루고 미술적인 표현방식으로 인해 조금은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모르면 모르는대로 느껴지는대로 감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이 영화 또한 당장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으나 언젠가 각자의 기억속에서 꺼내 넘겨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임흥순은 노동자, 지역, 여성, 공동체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오는 작가다.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허무는 독자적인 예술성을 이어오고 있다.

2014년 영화 '위로공단'(2014)으로 한국 최초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장을 수상했다. 제주와의 밀접한 인연으로 제주4.3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비념'(2013), '숭시'(2011)을 만들기도 했다. '비념'은 영화 전문 잡지 씨네21이 꼽은 2013년 10대 한국영화에 선정됐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은 28일 전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제주지역 상영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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