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질문, 보충질문 포기, 지역구 민원해결용 질문 눈총…‘견제․비판’실종
​​​​​​​원희룡 지사 ‘쟁점 빗겨간 두루뭉수리’ 무성의 답변 일관…통과의례 전락

제주도의회가 18~20일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올해 도정현안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도정질문을 벌였지만 3일 내내 ‘맥 빠진’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가 18~20일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올해 도정현안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도정질문을 벌였지만 3일 내내 ‘맥 빠진’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제주의소리

제주도백을 상대로 도정 현안들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제주도의회의 ‘도정질문’이 본연의 기능을 상실, 통과의례로 전락하고 있다.

제2공항 갈등해결을 위한 ‘공론화’ 문제로 도정과 갈등을 빚고 있는 도의회가 칼날을 벼렀지만 3일 내내 맥빠진 분위기로 진행되면서 “지금부터는 의회의 시간”이라던 공언이 공갈포로 끝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원희룡 지사를 출석시킨 가운데 도정현안에 대한 도정질문을 진행했다.

첫 날인 16일에는 양영식·문경운·부공남·강성균·김경미·안창남 의원 등 6명이, 둘째 날에도 이승아·임상필·오대익·현길호․오영희․김용범 의원 등 6명, 마지막 날에는 이경용․조훈배․강충룡․정민구․강성민․송창권․좌남수 의원 등 7명이 원 지사를 상대로 도정질문에 나섰다.

하지만 19명의 의원 가운데 2명은 서면질문으로 대체했고, 일괄질문․일괄답변에 나선 2명은 추가로 15분을 활용할 수 있는 보충질문을 포기했다.

제주도 최대현안인 제2공항 갈등문제 해결과 오라관광단지 및 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 등 찬․반이 첨예한 개발사업들에 대한 도정방침을 진단할 기회마저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또 일부 의원들은 ‘견제와 비판, 대안제시’라는 도정질문 취지를 망각, 자신의 지역구 민원해결용 질문으로 눈총을 사기도 했다.

더구나 질문내용과 태도도 확실한 답변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주어진 ‘시간 때우기’ 수준의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되면서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 지사는 “검토해보겠다” 투의 답변을 반복했다. 간혹 제2공항 공론화 문제, 선거공신․보은인사 논란 등에 대해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노력하겠다”는 두루뭉수리한 답변에 예봉이 무뎌지기 일쑤였다.

오죽했으면 도정질문 마지막 날 정민구 의원은 “의회가 도정질문 시간에 자꾸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원희룡 지사가 기호에 맞는 질문에는 성실하게 답변하지만, 그렇지 않은 질문에는 무성의하게 답변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가뜩이나 오후에는 본회의장을 뜨는 의원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도정질문 마지막 날인 20일 마지막 도정질문이 진행되던 오후 4시 본회의장을 지킨 의원은 재적의원 41명 중 26명에 불과했다. 15명(36.7%)이나 자리를 비운 것이다.

이와 관련 의회 주변에서는 “의원들이 서면질문으로 대체하고, 도지사 역시 서면답변으로 대신하는 것은 그저 도정질문을 통과의례쯤으로 보기 때문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21일에는 이석문 교육감을 상대로 한 교육행정질문이 진행되는 만큼 의원들 먼저 연구하는 자세로 심도 있는 질문을 준비하고, 확실한 답변을 이끌어내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견제와 비판, 대안제시’라는 도정․교육행정질문 본연의 취지를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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