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실치사 혐의 적용 기소의견 송치...검찰, 시민위원회 의견 수용 형사처벌 않기로

제주에서 출입문을 열다 바로 앞 할머니가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과 관련해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결국 제주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형사처벌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관광객 A(33)씨 사건에 대해 이달 초 제주검찰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근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가 충분하고 기소 조건이 갖춰지더라도 가해자의 기존 전과나 피해자의 피해 정도, 피해자와의 합의내용, 반성 정도 등을 고려해 검사가 기소를 하지 않는 것이다.

A씨는 4월16일 오후 1시50분쯤 서귀포시 서귀동 한 제과점에서 출입문 앞에 있던 B(76) 할머니를 쓰러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지팡이를 든 할머니가 건물 밖에서 출입문을 열지 못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순간 뒤에서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제과점 안에는 A씨의 가족이 빵을 고르고 있었다.

그 순간 할머니가 바닥에 넘어지면서 계단을 굴러 머리를 다쳤다. 제주시내 병원으로 옮겨진 할머니는 일주일 뒤 병상에서 뇌출혈 등 뇌 중증 손상으로 숨졌다.

A씨는 도움을 주려다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지만 유족들은 갑자기 문을 열었고 일시적인 구급조치 후 연락도 없이 자리를 뜬 점에 등에 비춰 급히 제과점에 들어가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 수사를 맡은 서귀포경찰서는 현장 폐쇄회로(CC)TV 분석과 법리 검토를 벌여 최종적으로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상 과실치사는 과실로 인해 사람을 다치게 할 경우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경찰이 기소의견을 사건을 넘기자, CCTV를 수차례 확인하며 논의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고의성 여부에 대한 내부 의견도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검찰은 보다 상식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 해당 사건을 검찰시민위원회 회부했다. 시민위는 격론 끝에 기소유예 의견을 검찰에 전달했다.

검찰은 A씨의 과실이 있었지만 할머니가 사망에 이르는 결과를 예측하기 못했고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이유로 시민위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검찰시민위원회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의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일반 시민들이 참여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 등을 직접 심의하고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법원의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과 같이 위원회의 결정은 구속력은 없고 권고적 효력만 있다. 위원회가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내면 검찰은 법리적 검토 후 대부분 이를 수용한다.

시민위원회는 2017년 2월 전통휠체어를 들이받아 80대 피해자를 숨지게 한 운전자와 비리사건에 연루된 제주소방공무원 102명에 대한 사건에도 직접 관여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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