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호 베트남인 선원 실종자 가족들 제주 방문...“사고해역 빨리 데려다 달라” 호소
“멀미나도 괜찮아요. 사고 현장에 보내주세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이역만리 타국 찾았지만 차디찬 바다를 헤매는 상황에 실종자 가족들은 “내년 3월이면 고향 베트남으로 돌아온다고 했는데...”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통영선적 연승어선 대성호(29톤, 승선원 12명) 화재 사고로 실종된 베트남 선원 6명의 가족들이 21일 오후 5시30분 항공편을 통해 제주해양경찰서를 찾았다.
침통한 표정으로 청사로 들어선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경찰과 통역인의 도움을 받으며 4층에 마련된 가족대기실로 곧바로 이동했다.
방문자는 베트남 선원 실종자 6명 중 94년생 누엔씨의 처제와 88년생 누엔씨의 처남, 87년생 누엔씨의 막내동생, 74년생 누엔씨의 매형 등 모두 4명이다.
74년생 누엔씨의 경우 이번 사고로 사위와 처남까지 모두 잃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4층 회의실에서 화재 사고와 수색 진행 경위 등을 보고 받았다. 이어 수색과 인양 상황에 대해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한목소리로 “사고 해역에 빨리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내일부터 기상이 좋지 않아 배가 많이 흔들릴 수 있다는 해경의 설명에 “멀미가 나도 괜찮다. 가능한 한 빨리 보내달라”고 간청했다.
설명이 끝난 후 실종자 가족들은 심정을 묻는 질문에 “너무 슬프다”고 짧게 말했다. 이어 “배를 타고(사고해역에) 가겠다”고 거듭 말했다.
실종된 베트남 선원 6명 중 5명은 베트남 꽝빈(Quảng Bình)성의 어촌마을인 타안수안(Thanh Xuản)에 살던 친인척들이다.
이들은 선원취업(E-10) 비자를 발급받아 2015년부터 차례로 한국 땅을 밟았다. 베트남 보다 선원들의 임금수준이 몇 배나 높아 매서운 겨울 날씨까지 이겨내며 타국행을 결심했다.
이중 절반은 체류기간 4월10개월을 채우고 내년 3월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실종 선원 중 95년생 누엔씨의 경우 올해 9월 결혼한 새신랑인 사연이 전해졌다. 아내 역시 베트남 고향인 타안수안 출신이다. 결혼 후 경남 진주에 신혼집을 차려 생활해 왔다.
누엔씨의 아내는 항공편 문제로 이날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다. 해경은 누엔씨의 배우자가 내일 제주를 방문하면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수색 현장도 공개하기로 했다.
베트남 현지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도 우리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제주로 향할 예정이다. 비자문제로 23일 이후에야 입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내국인 선원의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도 연이어 사고 해역을 방문했다. 어제 제주에 체류중인 14명 중 4명이 해경 함정을 이용해 현장을 찾았다. 오늘도 8명이 사고 해역을 직접 확인했다.
해경은 오늘 오전 3시52분 한림항에 있던 예인선과 크레인을 장착한 민간 바지선을 사고 해역에 투입했다. 바지선(975톤)은 최대 250톤까지 인양할 수 있는 크레인이 장착돼 있다.
바지선은 오후 5시35분 사고 해역에 도착했지만 기상 악화로 오후 6시40분 작업을 중단했다.
해경은 당초 내일(22일) 오전 9시 대성호 선미를 서귀포시 화순항으로 인양할 예정이었다. 조류의 영향으로 현재 대성호 선미는 차귀도 남서쪽 131.5km까지 흘러갔다.
대성호는 19일 오전 7시 제주시 차귀도 서쪽 76km 해상에서 불에 탄 채로 발견됐다. 당시 어선에는 12명이 타고 있었다. 이중 1명은 숨지고 나머지 11명은 사흘째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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