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 모 종합병원서 영아 항생제 쇼크사, 숨진 장군 아버지 “경찰 고소”

제주 모 종합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투약받은 직후 숨진 장모군이 안치된 양지공원. 사진=유가족 측
제주 모 종합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투약받은 직후 숨진 故 장 모군이 안치된 양지공원. 사진=유족 

"부검 결과를 받아드는데, 사인이 '항생제 쇼크'라고 나왔더라고요. 병원측 과실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순간 '이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나'...... 그때 그 복잡한 심정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딱 미치겠더라고요."

지난 여름 제주시내 모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두돌배기 아들 장모 군을 갑자기 잃은 아버지 장모씨. 그는 몇마디 하지 못하고 가쁜 숨을 깊게 내쉬었다. 숨진 장 군은 갓 두돌 지난 쌍둥이 남매 중 하나였다. 장 씨는 그 어린 피붙이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 21일 [제주의소리]와 만난 그는 애써 덤덤한 듯 대화를 이어갔지만, 목소리의 가는 떨림까지는 감추지 못했다. 벌써 석 달전의 일이지만 그는 엊그제 발생했던 사건처럼 당시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8월이었다. 전날 모기가 물렸는지 아이의 이마가 심하게 부어있었고, 급히 인근 병원을 방문했다. 그나마 큰 병원이 낫겠거니 싶어 품을 들여 종합병원을 찾았다. 병원 측은 장 군의 부종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며 입원치료를 권했다.

병원에서는 아이에게 '세포탁신나트륨'이라는 항생제 주사를 투약했다. 한 번에 700mg씩. 8월 22일 오전과 오후, 23일 오전까지 총 세 차례였다.

세번째 주사를 맞은 것이 아이와 함께한 마지막 순간이었다. 23일 오전 6시30분께 항생제 주사를 맞은 아들은 갑자기 청색증(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서 피부가 푸른색을 띄는 증세), 심장경직 등의 이상중세를 보였고,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결국 2시간여만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 누구도 아이와 이별할 준비조차 하지 못한 때 벌어진 황망한 사건이었다. 갑작스런 아이의 죽음에 영정 사진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이가 평소 좋아하던 뽀로로 인형과 장난감, 영전 음식도 아이가 즐기던 미역국, 그리고 좋아하던 어린이 음료를 올리는 것으로 떠난 아들을 위로해야 했다. 

내내 장씨의 머릿속에는 전날 첫 주사를 투약받을 당시 아이가 구토를 했던 장면이 떠나질 않았다. 아들은 아침식사도 많이 한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뱃 속 음식물을 모두 게워낸 후 위액까지 토해내는 심한 구토 증세를 보였다.

쌍둥이 남매와 즐거운 한때를 보냈던 故장 모군(사진 오른쪽). 사진=유가족
쌍둥이 남매와 즐거운 한 때를 보냈던 故장 모군(사진 오른쪽). 사진=유족

주사를 놓은 간호사도, 옆을 지키고 있던 또 다른 선배 간호사도, 심지어 소아과 주치의 역시 대수롭지 않은 듯 넘겼다. "아기가 주사할 때 심하게 울면 당연히 토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설마 이 큰 병원이 실수할 리 있겠어'라고 생각한 것이 평생의 한이 됐을 줄이야.

당시 간호기록지, 의사지시기록지 등에도 아이의 증세가 모조리 누락돼 있었다는 점을 인지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장씨는 병원 측이 사건 직후에도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아이 사망 직후 마지막으로 주사를 투약한 간호사를 만나게 해달라는 유가족의 요구에 병원 측은 '이미 퇴근을 해서 만날 수 없다'고 답했다가 약 3시간만에 퇴근을 한 것이 아니라 지하에서 병원 관계자들과 있던 간호사를 만나게 해줬다. 

3시간만에 얼굴을 보인 간호사도 주사 당시 상황에 대해 말해달라는 요구에 '항생제를 천천히 주사했다'는 등의 말만 반복했다. 유가족은 해당 간호사가 병원 측으로부터 어떻게 답변을 해야하는지 등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빠른 속도로 보도되기 시작하자 병원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간호기록이나 진료차트, 의무기록을 확인해도 구토는 전혀 없었던 내용'이라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유족은 이에 대해 사실과 배치되는 허위 주장일 뿐 아니라 의료적 보고체계가 얼마나 미흡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노한다.

특히 장씨는 병원 측이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조차 건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과를 하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일까. 당시 병원측은 "사고의 개연성은 있을 수 있지만, 확정지을 수 없다, 제3의 기관에서 판단해봐야 한다"며 "유감이다. 병원에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정도의 입장만 내놨다.

제주 모 종합병원서 항생제 주사 투약 후 숨진 장 모군의 가족사진. 사진=유가족
제주 모 종합병원서 항생제 주사 투약 후 숨진 장 모군의 가족사진. 장 군은 아버지인 장 모씨 품에 안겨있다. 사진=유족

조사에 착수한 경찰은 아들의 명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그리고, 부검감정서가 회신된 것은 두 달이 훌쩍 지난 이달 15일이었다. 감정서에 명시된 장 군의 사인은 '항생제(세포탁심) 주사에 의한 과민성 쇼크'였다. 병원 측의 과실이 명백히 드러난 결과다.

"부검 결과를 받아드는데 미치겠더라고요. 누가 봐도 항생제 주사 때문이었는데, 너무 억울했거든요. 부검에서 '사인 미상'이라고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병원의 책임이 명확하게 나왔으면 좋겠다는게 부모의 심경이었죠. 그런데 막상 생각했던 부검결과를 들은 후에도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애끓는 부정(父情)은 숨을 고르고 다음 대화를 이어갔다.

"아이가 죽은게 약물에 의한 사망이라는 거잖아요. 그럼 처음 구토를 했을 때 주치의로서 주사를 바꿔주거나 했으면, 뭔가 조치를 취했으면 그런 상황에 이르지도 않았을거 아닌가요? 그 순간의 오판으로 인해 아이가 떠났으니까......"

"상을 당하고 아내도 챙기고 부모님도 챙겨야 해서 많이 덤덤한 척을 했어요. 결정적으로 제가 저를 못 챙긴거죠. 그 결과가 나온 후부터 감정 기복도 너무 심해지고 밤마다 우울해지고, 살 수가 없습니다."

숨진 장군은 쌍둥이다. 장군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쌍둥이 여동생이 있다. '내가 무너지면 남은 가족도 무너진다'를 수없이 되새겼다. 눈물 속에서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버텨 온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병원측의 대응은 섭섭함을 넘어 유가족을 분노케 했다. 

"아들을 양지공원에 묻은 후로 병원측에서 단 한번도 전화 온 적이 없었어요. 그 누구도. 그래도 병원에서 아이가 그렇게 떠났으면 담당자 누구라도 '유가족들 괜찮냐', 사람으로서 최소한 물어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누가 보상 문제에 대해 얘기하자고 했냐고요. 거짓말이라도 '걱정돼 전화해봤다'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아들에 대한 보험을 해지시켜야 해서 사고 이후 해당 병원에 딱 한 번 간적이 있어요. 동사무소에 가서 아들 사망신고할 때도 미칠것 같았는데, 병원에 가니까 더 죽겠더라고요. 엘리베이터 옆에 소아과가 보이는거에요. 병원 간호사와 주치의가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니까, 나는 하루도 못 살겠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정말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장씨는 22일자로 당시 아들에게 주사를 놓았던 간호사와 의사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부검 결과를 토대로 지리한 법정다툼을 앞두게 됐다.

"아들은 이제 돌아올 수 없겠죠. 남아있는 사람들은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순리에 맞게끔 흘러가야 할 겁니다. 꼭 그렇게 돼야하고, 그래야 합니다."

지난 8월 제주지역 모 종합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투여받은 후 숨진 장 모군의 분향소. 영정사진 대신 장 군이 평소 아꼈던 뽀로로 인형 등이 놓여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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