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호, 새벽 취침시 화재면 대피 어려워...창진호, 조명조끼 착용후 구명벌도 투하

제주 해역에서 일주일 사이 통영선적 어선 화재, 침몰 사고가 잇따랐다. 창진호(24톤,승선원 14명)는 13명이 구조됐지만 대성호(29톤.승선원 12명)는 11명이 실종돼 피해가 컸다.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25일 오전 6시5분쯤 제주 마라도 남서쪽 63km 해상에서 통영선적 장어잡이 어선인 창진호가 초단파무선통신기(VHF)로 서귀포해경에 구조신호를 보냈다.

오전 6시16분 3006함에서 구명조끼 착용과 구명벌 투하를 지시했다. 오전 6시23분에는 인근 어선인 A호와 교신을 하면서 선체가 오른쪽으로 25도 기울어 전복위험을 알렸다.

오전 7시19분 A호가 사고 해역을 찾았지만 창진호는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약 24km 떨어진 곳에 있던 서귀포해경 3006함이 7시54분 가장 먼저 사고 해역을 찾아 구명정을 발견했다.

그 사이 해경과 해군의 헬기가 사고 해역에 도착해 표류중인 선원들을 잇따라 발견했다. 당시 구명정에는 승선원 14명 중 4명이 타고 있었다. 나머지 표류중인 10명 구조했지만 3명이 숨졌다.    

생존자 이모(40.통영)씨에 따르면 당시 선장 황모(62.통영)씨가 구조신호를 보내면서 곧바로 직원들에게 구명조끼 착용을 지시했다. 이후 수동으로 구명벌 투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사이 배가 기울면서 선원이 줄줄이 바다로 빠졌다. 구명조끼를 입은 선원들은 물에 떠 있는 튜브 형식의 동그란 부표(구명환)를 부여잡고 2시간을 버텼다.

당시 해상에서는 초속 19m의 바람이 불고 4m가 넘는 파도가 치고 있었다. 해경은 목숨을 무릅쓰고 함정에서 단정을 투하에 구조에 나섰다. 바다에 표류중인 9명이 구조 1순위였다.

발 빠른 구조 덕에 승선원 14명 중 최모(67.고성)씨를 제외한 13명이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의식이 없던 선장 황씨와 선원 강모(70.고성)씨, 김모(61.제주)씨 등 3명이 숨졌다.

해경 관계자는 “해경과 공군 수색구조단 신속한 구조 활동도 있었지만, 선원들이 대부분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성호의 경우 19일 오전 7시 제주시 차귀도 서쪽 76km 해상에서 불에 탄 채로 발견됐다. 이날 새벽 2시를 전후해 대성호는 인근 조업 어선과 낚시를 바다에 던지는 투승작업을 했다.

해가 뜨고 오전 7시에 다다르자, 동쪽 하늘에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인근에 있던 조업 어선이 발화 지점으로 이동하자 불에 타는 대성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전 7시5분 처음 해경에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대성호는 선수와 선장실이 모두 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주변해역에 구명벌도 확인되지 않았다.

창진호의 경우 선장이 직접 VHF를 통해 구조를 요청했지만 대성호는 신호가 없었다. 해경에서 확인한 결과, 대성호에 설치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는 오전 4시15분에 꺼졌다.

때문에 마지막 교신이 이뤄진 오전 2시50분부터 4시15분 사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원들이 잠이 든 사이에 불이 났다면 신고는 물론 대피조차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숨진 채 발견된 김모(61.사천)씨도 상반신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구명조끼는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휴식 상태에서 불이 났다면 구조 장비를 착용하기도 어려웠을 시간이다.

이 같은 이유로 실종자 수색에도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 발생 후 엿새가 지났지만 추가 실종자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실종자들이 선체 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해군 함정이 24일 오전 10시쯤 침몰 해점으로부터 북쪽 약 1,4km 떨어진 수심 82m에서 선박 추정 물체를 확인했지만 장비 부족과 기상 악화로 인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리를 마친 청해진함이 내일(26일) 사고 해역에 도착하면 무인잠수정을 투입해 대성호 선수 확인 작업이 이뤄진다. 대성호 선체로 확인되면 실종자 수색에도 탄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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