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진기] (15) 청년부부의 행복한 출산·육아 대책 마련에 초점

'제주 청진기'는 제주에 사는 청년 논객들의 글이다. 제주 청년들의 솔한 이야를 담았다. 청년이 함께 하면 세상이 바뀐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 청년들의 삶,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서브컬쳐(Subculture)에 이르기까지 '막힘 없는' 주제를 다룬다. 전제는 '청년 의제'를 '청년의 소리'로 내는 것이다. 청진기를 대듯 청년들의 이야기를 격주마다 속 시원히 들어 볼 것이다. [편집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결혼한 지 1년이 지났다. “너 애는 언제 낳을 거니?” 올 것이 왔다. 아니 더 정확히는 결혼을 결심한 그 순간부터 ‘해명’해야 할 난제가 찾아왔다. 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지인들로부터 듣는 질문이기도 하다.

결혼하고 나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출산 계획을 묻는 질문 끝에는 내 자신에게 나는 묻는다. “과연 나도 애를 가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디쯤 있을까?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됐다. 지난 8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출생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신생아수)이 0.98명을 기록했다. 스페인(1.31명), 그리스(1.35명), 일본(1.43명)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녀 출산시기도 2년 이내에 첫째 아이를 출산하는 비율이 60.6%로 전년대비 5.4%p 하락했다. 전국적인 추세 속에 제주지역의 출산율 역시 비슷한 흐름 속에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위험신호에 최근 들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각도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무리하게 출산율을 높이겠다며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사례도 있다. 

2016년 8월 행정자치부가 출산율 제고 방안의 하나로 가임기 여성의 수를 집계하고 그것을 지역별 순위로 매긴 사례가 그것이다. 이처럼 여성을 저출산(‘저출생’의 잘못된 표현) 고령화 문제의 원인으로 치부한다거나 여성을 ‘출산 기계’로 인식하는 듯한 어긋난 인식을 하는 일도 벌어진다. 

얼마 전에는 한 야당 국회의원은 “지금 젊은이들은 자식보다는 내가 사실 당장 행복하게 살고, 내가 여행 가야 되고, 그러다 보니 사실 아이를 덜 낳는 것”이라는 발언을 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도정질문에서 “첫째 아이를 출산한 가정에 1000만원 이상의 산 장려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저출생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인 이유로 자녀 출산을 포기하고 있는 청년 부부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그 속에 숨겨진 문제들

육아를 포기한 데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큰 것도 사실이지만 ‘출산장려금을 충분히 주었으니 그것으로 끝’이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경제적 지원은 계속 이뤄지면서도 다양한 차원의 지원 대책도 강화돼야 한다.

‘저출생’은 청년들의 막연한 기피 때문이 아니다. 주거문제, 청년의 자아실현, 교육과 취업 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특히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는 임신 포기를 고민하게 만드는 원인이면서, 동시에 여성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일이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며 그간 쌓아온 꿈과 자아실현의 길이 모두 흔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달 31일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서 해결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경력단절 지원대책이 재취업 지원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경력단절 예방서비스 지원에도 집중할 계획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출산 이후 경제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를 맡길 보육시설의 확충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진짜 시급한 것은 출산·육아의 인식 전환?

사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복지’는 그리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을 때가 많다. 청년 등 사회적 약자에 집중적으로 지원되는 경우에는 ‘특혜’ 또는 ‘재원 낭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공동체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일인 만큼 ‘특혜’로 보는 시각은 타당하지 않다. 

저출생 고령화 문제가 국가와 지역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젊은 세대가 아이 갖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책적 목표’라는 독일 등 유럽의 복지국가들의 정책에서 참고해볼 필요가 있겠다. ‘저출생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담대한 목표는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최근 영화화된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에는 출산·육아로 자신의 꿈을, 언어를, 자아를 잃어버린 여성 청년이 그려진다.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이고 어쩌면 우리 다음 세대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출산, 육아는 사회를 위해서, 부모님을 위해서 마땅히 이뤄야할 대의가 아니다. ‘아이를 많이 낳는 사회’가 아닌 ‘청년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사회’를 꿈꿔본다.

김명지(27)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다.

제주의 바다와 오름을 사진으로 남기며 제주의 자연과 문화가 지켜지길 소망한다.

기록과 콘텐츠의 힘으로 제주의 역사와 자연을 지켜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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