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창간 15주년 정청래 초청 강연...“검찰도 언론도 독재화된 권력은 반드시 망해”

사법 개혁과 언론 개혁에 대한 그의 해답은 명쾌했다. 사법 개혁은 “권력·권한을 독점하면 반드시 타락한다”면서 검찰의 권력 분산을 필수로 꼽았고, 언론 개혁은 “시민들의 힘으로 이뤄내야 하는 대중운동”이라고 규정했다. 

촌철살인의 시원한 정치·시사평론으로 주목받는 ‘방송인 겸 정치인’ 정청래 전 국회의원(현 더불어민주당 마포을 지역위원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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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정청래 전 국회의원이 제주웰컴센터 대강당에서 [제주의소리] 초청 강연을 가졌다. ⓒ제주의소리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26일 오후 6시50분 제주웰컴센터 대강당에서 정 전 의원 초청 ‘우리시대의 화두, 세상을 바꾸는 사법개혁‧언론개혁’을 주제로 한 열린 강연을 진행했다.

정 전 의원은 개혁적인 입법 활동과 언행으로 민주개혁 지지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받는 정치인이다. 17대,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17대 초선의원 당시, 4대 개혁입법 가운데 하나인 ‘신문법’ 제정에 앞장섰고 19대 때는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한 11시간 39분 필리버스터 최장기록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최근 몇 년 간은 TV, 팟캐스트, 유튜브 등 매체를 망라하며 촌철살인 정치·시사평론으로 주목 받았다.

웹툰작가이자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제주청착민 청년 신지우 씨가 진행을 맡은 이날 강연에서 정 전 의원은 사법개혁, 언론개혁 뿐만 아니라, 국회 등 정치권에 대한 솔직한 당부까지 자신의 정치철학을 폭넓게 전달했다.
 
 사법개혁 핵심은 민주주의 

정 전 의원은 사법 개혁을 설명하기 위한 가장 핵심 개념은 ‘민주주의’라고 꼽았다.

오는 30일 '정치, 알아야 세상을 바꾼다'라는 책의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있는 정 전 의원은 “민주주의는 입법, 사법, 행정을 결정하는 데 있어 최대한 많은 국민들이 참여해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현재의 대한민국 검찰은 사법 민주주의가 안되어 있는 구조”라고 콕 집어 지적하기도 했다. 

소수에서 다수로, 독점에서 분점으로, 중앙에서 지방으로, 차별에서 평등으로 역류 없이 흘러가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라면서 “사법 개혁의 요체인 검찰 개혁도 이런 민주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민주주의의 반대 지점은 독점이고 독재다. 그런데 대한민국 검찰은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수사권,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 공소취소권, 압수물처분시 지휘, 체포구속피의자 석방지휘권 등 20개에 달하는 권한을 검찰이 손에 쥐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태어난 영국에서 검찰은 기소 권한만 가지고 나머지는 모두 경찰이 가지고 있다. 미국 역시 검찰이 기소·공소 권한에 있어 일부 지닐 뿐 나머지는 경찰의 권한이다. 결국 현재의 대한민국 검찰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존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백성을 향해 갖은 횡포를 부린 순사( 경찰)의 힘을 줄이고자 제헌 국회에서 ‘한시적으로’ 검찰에게 막중한 권한을 부여했지만, 그 뒤로 “검찰은 입속의 혀처럼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하면서 정치권력과 하나가 돼서 검찰 개혁이 미뤄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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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전 의원은 이날 강연에서 "검찰 개혁은 민주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86세대인 정 전 의원은 학생운동의 주역이기도 하다. 대학 때 미대사관 점거 등 학생운동 과정에서 두번의 옥살이를 경험한 그다. 두 번째 구속 당시 담당 검사가 최근 ‘성접대’ 파문을 일으킨 김학의였다고 소개했다.

어떤 선한 권력도 장기간 권력을 독점하면 반드시 악해진다는 설명을 김학의 전 검사의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그는 “교도소에 수감중이던 어느 날 검찰 취조를 받기 위해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고, 무릎을 굽힐 수도 없는 아주 좁은 크기의 검찰 유치장에 하루 종일 취조도 않고 세워 놓은채로 가둬놓은 일에 대해 교도소 내에서 항의했던 일이 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비참하고 멘탈이 흔들렸던 순간”이라며 “첫날에 이어 다음날도 검찰 유치장으로 호송하려고 하자, 교도소 내에서 호송에 항의하며 작은 소동이 일었던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반전은 당시 수사검사였던 김학의의 반응이었다. 

정 전 의원은 “왜 취조도 않으면서 하루종일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유치장에 가둬놓느냐고 항의하면 소동이 일어나자 김학의 검사가 내게 직접 진지하게 사과를 했다.”며 “나는 그런 검사를 본 적이 없었기에 사실 당시엔 감동까지 받았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본성을 확인하려면 권력을 줘보라는 링컨 대통령의 명언이 있다. 개별 검사들은 선하다. 김학의 검사도 제 기억엔 그랬다. 그러나 권력을 너무 오랫동안 가지다보니 본인 스스로 불행하게 된 것이다. 검사들을 위해서도 권력은 분산시켜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 전 의원은 최근 국회 입법 단계를 밟고 있는 공수처에 대해서 “이미 공룡화된 검찰 권력을 검찰·경찰 수사권 분리만으로 규제하기는 힘들어진 상태다. 검사, 판사, 국회의원, 대통령 같은 고위공직자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기관이 존재한다면 검찰 개혁에 더욱 속도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수처의 수사 대상자는 약 7000명의 고위공직자들인데 이 가운데 정부, 여권 측이 6800명이다. 나머지 200명 정도가 야권 인사로 구분할 수 있다. 공수처가 야당 탄압이 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가 영원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물론, 현 여당의 다수인사들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사법 민주화가 이뤄져서 공수처가 필요 없는 상황이 오길 바란다. 공룡화된 검찰권력을 견제할 기구가 필요하다”며 공수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도도한 대중의 힘으로만 언론개혁 가능

정 전 의원은 “언론의 자유는 만개해야 하지만, 그만큼 언론의 책임도 막중해야 한다. 오늘날 언론은 누리고 있는 자유만큼이나 횡포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작심한듯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17대 초선 의원 당시 신문법 제정에 앞장서면서 일부 신문사들의 보복을 받은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18대 총선 과정에서 선거운동 내내 사회부 기자가 미행하듯 따라다녔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내가 누구를 폭행했다, 수행비서의 뺨을 때렸다는 허위 기사가 나오고 결국 낙선했다. 이후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에 대한 피해는 현재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대한민국은 수익이 있는 곳은 반드시 세금이 있다. 그러나 한국 언론사는묘한 지위에 있다”며 “언론사 세무조사를 하려면 언론에선 바로 언론 탄압이라고 한다. 정부가 언론개혁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수익이 있지만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 유일한 곳이 바로 언론”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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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전 의원은 "대중적인 운동이 일어날 때 대한민국 언론이 바뀐다"고 언론 개혁의 핵심은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정 의원은 다시 “언론개혁의 핵심은 광고와 제품 불매운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광고주가 언론에 광고하기를 꺼려해야 언론 사주가 두려워한다. 방송국이 시청률에 민감한 이유도 마찬가지”라면서 “언론개혁은 도도한 대중의 힘으로, 시민의 힘으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중의 힘을 보여줘야 언론은 정론 직필한다. 독자가 외면하면 기업은 해당 언론사가 구매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언론사는 망할 수 밖에 없다. 청와대도 국회의원도 결국 한 명의 시청자·독자에 불과하다. 대중적인 운동이 일어날 때에만 대한민국 언론이 바뀐다”고 시민들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국회의원 ‘그 놈이 그 놈?’

정 전 의원은 표창원, 이철희 등 현직 국회의원들의 불출마 의견을 묻는 질문에 “씁쓸하다"고 입을 뗐다.

그는 “정치인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항상 욕을 먹는다. 정치인은 진정성과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다. 노력하는 국회의원들은 새벽불 보면서 국회에 들어가 새벽에 나간다. 그런데 열심히 일한 내용은 알지 못하고 못한 것만 끄집어내서 욕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정치인 개인에게는 그나마 괜찮다. 가족까지 공격한다. 가족이 받을 고통 때문에 마지막까지 출마를 고민했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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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전 의원(왼쪽)과 초청 강연 사회를 맡은 제주의 청년 웹툰작가 신지우 씨가 참석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고 있다. ⓒ제주의소리

더불어 “현역 시절 ‘강남북 균형 발전법 제정’ 과정에서 밤새 국회에서 상대 편 의원들과 몸싸움을 한 적이 있다. 다음 날 초등학교 행사에 갔는데 부모들이 그 싸움을 두고 타박했다. 그래서 ‘왜 싸웠는지 아시냐’고 부모들에게 물어보니까 모른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강남북 균형 발전법 제정을 다룬 자리였는데 강남구에서 걷힌 세금을 강북 학교로 보내 사용하는 법이다. 그렇게 만든 세금으로 우리 아이들 학교 책상, 컴퓨터, 시설을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타박 받을 줄 알았으면 싸우지 않을 것을 그랬다’고 말하니 그때서야 타박하던 부모들이 몰랐다며 미안해했다”고 예전 일화를 소개했다. 

국회의원 전체를 두고 ‘그 놈이 그 놈’이라고 싸잡아 욕하는 것에 대한 경계를 주문하기도 했다. 

일부에서 “국회의원 300명을 모두 공동 꼴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인식이 팽배하면 열심히 의정활동 할 필요가 없어진다. 건전한 비판 보다 불신을 조장하는 데는 언론의 역할이 컸다”고 씁쓸한 속내를 밝혔다.

정 전 의원은 “국회의원들 가운데 욕먹을 짓만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반대로 열심히 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300명이 전부 꼴찌는 아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근거없이 사납게 공격하는 여론에 더 큰 상처를 받는다. 국회의원들이 잘 할 때는 칭찬하며 후원금도 보내는 좋은 유권자 운동과 함께, 분명하게 전후 사정과 배경을 알고서 비판한다면 노력하는 정치인들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날 정 전 의원은 사법개혁과 관련해선 '권력의 분산, 권력의 규제'가 필요하고, 현재로선 공수처가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언론개혁에 대해선 정권이 시도하면 '언론탄압'이 되지만 시민과 대중이 하면 '언론개혁'이 된다고 명쾌하게 정리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 시대 개혁대상으로 떠오른 검찰과 언론을 향해 정 전 의원이 던진 성찰의 화두는 명료했다. “절대 독재는 반드시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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