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국내 시판 포기’ 약속(?), 말로 그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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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많은 이익을 내려는 것은 기업의 속성이다. 상황에 따라 구상 또는 약속이 틀어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문서화’는 바로 이런 경우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문을 좇는 민간 기업의 여측이심(如廁二心)인지, 소통부족인지는 잘 모르겠다. 대형 제과 업체 오리온이 제주 용암해수(염지하수)로 만든 혼합음료를 시판하겠다고 하자 제주도가 발끈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약속을 깼다는 것이다. 반면 오리온은 사실무근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양쪽 주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진실공방의 소재는 ‘제주 용암수’ 국내 시판 여부다.  

제주도는 오리온이 국내 판매는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한다. 이 약속을 믿고 사업 허가를 내주고, 취수량도 늘려줬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오리온이 이제와서 말을 바꾸는 것은 당시 약속이 기만이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대해 오리온은 그런 약속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또 여러차례 제주도에 낸 사업계획서에서 일관되게 국내 시판 계획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세상에 어떤 기업이 법적으로 허용된 국내 시판을 알아서 포기하겠냐고도 했다. 관계자는 “당시 제주도에서는 기업을 하나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애를 쓰던 시기였고, 투자를 결정한 오리온에 고마움까지 표시했다. 자발적인 국내 시판 포기는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된다”고 했다.  

첨예하게 맞서는 지점은 2017년 2월, 원희룡 지사와 오리온 허인철 부회장의 만남이다. 이때 국내 판매와 관련해 어떤 얘기가 오갔냐는게 공방의 핵심이다. 제주도는 허 부회장이 이 자리에서 구두 약속을 했다고 밝혔으나, 오리온은 국내 시판 여부와 관련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고 반박했다. 

양쪽에서 배석자도 있었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말이 다른지 이해하기 어렵다. 단순히 해석의 차이가 아닌 것 같다.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게 틀림없다. 

원 지사와 허 부회장의 만남은 같은해 10월쯤에도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도 향후 제주삼다수와의 경쟁 상황에 대한 제주도의 우려 표명 정도만 있었을 뿐 ‘약속’은 없었다는 것이 오리온 측의 설명이다.  

지금으로선 누구 말이 맞는지 쉽게 판가름날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공공자원을 대하는 제주도의 태도다. 당시 국내 시판을 않겠다는 구두 약속이 있었다고 치자. 이게 그럼 알았다고만 하고 끝낼 사안인가. 도의원들의 지적처럼 협약서를 작성하거나, 하다못해 문서로라도 남겨뒀어야 하지 않나? 오리온이 제시한 사업의 규모는 자그마치 3000억원이 넘는다. ‘신의칙’ 한마디로 어물쩍 넘어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진실이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업체를 나무라자는 게 아니다. 뒷간에 갈 적 다르고 올 적 다른게 사람의 마음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많은 이익을 내려는 것은 기업의 속성이다. 상황에 따라 구상 또는 약속이 틀어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문서화’는 바로 이런 경우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만에 하나 갈등이 커져 소송으로 비화한다면, 그래서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지 궁금하다.   

제주항공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제주항공이 제주도의 동의 없이는 항공료를 함부로 올릴 수 없는 것은 2005년 제주에어(제주항공의 전신) 설립 당시 맺은 협약서 문구 하나에서 비롯됐다. 물론, 근거를 남겨두지 않아 두고두고 후회하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애초 용암해수는 민간기업에는 제조·판매가 허용되지 않았었다. 지방공기업만 개발이 가능했다. 지하수와 마찬가지로 용암해수도 공수개념으로 관리되고 있었던 셈이다. 그 뒤 ‘제주도지사가 지정·고시하는 지역’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법이 개정됐다. 그 ‘예외적인 지역’이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제주용암해수산업단지다. 

제도 개선 과정은 험난했다. 시민사회의 반발이 무척 거셌다. 제주 고유의 부존자원인 용암해수 개발을 민간에 허용하는 것은 공수개념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제주 지하수를 상업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유일한 민간기업 ‘한국공항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한때 도의회가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러한 과거를 되새겼다면 오리온과의 협의 과정에서도 가볍게 처신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설사 제주도의 주장이 맞다고 해도, 당시 제주도는 아마추어 같았고, 너무 무책임했다. 거꾸로 오리온의 주장이 맞다면, 그 이후의 장면은 상상하기도 싫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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