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3일부터 제주도 새해예산안 현미경 심사 돌입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송영훈, 오른쪽 위 사진)는 3일부터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이 제출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현미경 심사에 돌입한다. ⓒ제주의소리

‘민생경제 활력’을 목표로 도민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겠다고 한 2020년 제주도 예산안이 법령과 조례를 무더기로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최악의 예산편성”이라고 규정, 대규모 ‘칼질’을 예고했다.

여기에다 시민단체들이 2번에 걸쳐 선심성, 낭비성 예산이 적지 않다는 분석자료를 내놓은 만큼 예산안에 낀 거품을 얼마나 걷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송영훈)는 3일부터 13일까지 각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를 거친 제주도와 제주교육청의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현미경 심사에 돌입한다.

본심사에 앞서 전문위원실이 예산안을 검토한 결과, 법령과 조례에 따라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할 ‘재정안정화기금’, ‘지역농어촌진흥기금’, ‘재해구호기금’, ‘주차장특별회계’,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대지보상 및 기반시설 특별회계’에 편성되지 않았거나, 의무 전출규모에 미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대규모 경제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재정안정화기금’과 농어업의 대출금 이자를 보전해주는 ‘지역농어촌진흥기금’, 재해복구와 지원을 위한 ‘재해구호기금’ 등은 도민안전망을 확보해 궁극적으로 도민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는 목적이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장기미집행특별회계’는 도시공원 일몰에 따른 토지매입 관련 회계임에도 의무전출규모에 미달했다. 그러면서도 제주도는 도시공원 일몰에 따른 지방채를 발행하고 있어 쓴 웃음을 짓게 하고 있다.

이 밖에 ‘교통유발부담금’은 세출예산을 편성했음에도 세입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지방재정법을 위반했고, 기금의 여유재원을 모아 이자수익을 극대화하는 통합관리기금에서 일반 및 특별회계로 대규모 재정융자를 해 기금 목적외 사업비로 지출함으로써 24개 기금의 존립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제주특별법’ 제235조와 ‘제주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세계평화의 섬을 위해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도지사의 책무에도 불구하고 2020년 남북교류협력기금 전출금을 편성하지 않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남북교류협력기금의 여유재원이 통합관리기금을 통해 기금목적과 무관한 일반회계 사업비로 편성됐고, 이로 인해 2020년 금고의 잔액이 5억원으로 대폭 축소되어 버렸다. 결국 세계평화 섬으로서의 위상과 세계평화를 위한 제주도의 책무를 스스로 져버린 셈이다.

당초 도정은 가용재원이 3000억원 부족하기 때문에 행정내부 예산을 일괄 삭감하는 한편 정책성과가 떨어지는 사업들에 대해서는 예산을 과감히 삭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예결전문위원실 분석 결과, 세출구조 조정은 없었고, 재정압박을 이유로 법령과 조례를 위반하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재원까지 모조리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도지사가 시정연설에서 밝힌 확장적 재정정책은 1회성에 그치고, 2021년 이후에는 재정확장을 위한 동력이 상실될 것으로 지적이 제기된다.

예결전문위원실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확장적 재정정책이란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때까지 꾸준한 공급이 필요한 정책임에도, 2020년 예산안은 남아 있는 재원을 모두 털어 편성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재정확장은 불가능하다”며 “일반회계의 재정위기가 특별회계는 물론 기금의 재정위기로 확대되는 위험한 사슬을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도시공원 일몰에 대비한 지방채 발행 예정액도 2021년 이후 5000억원 규모에서 실제로는 총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채무부담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결전문위원실은 2020년 지방채 2520억원을 발행할 경우 2021년 이자액이 200억원에 달하고, 통합관리기금 예수금 이자액은 90억원, 시․도 지역개발기금 예수금 원리금 상환액도 600억원에 달하는 등 민선 8기 재정운용상황은 최악을 맞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동안 제주도가 지방세 세수 호황에 따라 지방소비세율 인상에서 지방소득세율 인상으로 이어지는 정부의 재정분권 정책 변화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도 드러났다.

예결전문위원실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방소비세율이 21%로 인상됨에 따라 재정분권에 따른 실익은 전국 평균이 2.5%인데 비해 서울 3.7%, 부산 4.1%, 대전 4.1% 등 수도권에 집중된 반면 제주도는 1.7%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0년부터 지방소득세의 독립세 전환에 따라 세무행정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인력충원은 손을 놨고, 2021년부터 지방소득세율 인상이 계획되고 있지만 총선 이후 국회와 기획재정부를 설득할 논리개발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영훈 예결위원장은 “제주도의 재정위기는 세출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재정분권에 대비하지 못한 제주도 스스로 초래한 일”이라며 “재정위기를 핑계로 법령․조례를 다수 위반하고, 미래세대의 채무부담만을 가중시키는 최악의 예산편성에 대해서는 의회가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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