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범행 당일 새벽 휴대전화 접속...의붓아들 외삼촌 전화번호 등 프로필 삭제

[기사수정= 오후4시55분] “소름 돋고 무섭습니다”

청주 의붓아들 사망 사건 당일 잠을 자고 있었다는 고유정의 주장과 달리 깨어있었다는 증거가 법정에서 나왔다. 검찰이 이를 공개하자 방청석에서는 탄식이 쏟아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추가 기소된 고유정(37.여)을 상대로 전 남편 살인사건을 더한 병합 사건의 8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고유정과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의붓아들의 친부 홍모(38)씨가 직접 검찰측 증인으로 나서 피고인과의 결혼 생활과 아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의붓아들 살인 사건과 관련해 고유정은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의 최초 수사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며 의심을 피해갔다. 

반면 피해아동(6)의 친부인 홍씨는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돼 경찰의 용의선상에 올랐다. 그 사이 고유정은 제주에 내려와 전 남편을 살해해 시신을 훼손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은 이날 고유정이 범행 당일인 3월2일 새벽 고유정이 의붓아들이 숨진 청주 자택에서 새벽에 깨어 있었다며 증거를 처음 공개했다.

내용은 범행 당일 고유정의 휴대전화 접속 기록이다.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의붓아들이 숨진 채 발견된 당일 새벽 3시48분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특정 전화번호를 삭제했다.

이어 카카오톡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특정인의 프로필 내역을 확인했다. 곧이어 해당 프로필 기록을 삭제했다.

검찰이 밝힌 특정인은 의붓아들의 친모인 A씨의 남동생 등 3명 이었다. 현 남편 홍씨에게는 옛 처남이자 숨진 의붓아들의 외삼촌 등이다. 의붓아들의 친모는 극단적 선택으로 수년 전에 고인이 됐다.

홍씨는 “고유정에게 이들의 연락처를 알려준 적이 없다.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며 “고유정이 단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면서 황당해 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제주교도소 수감 도중 작성한 메모지도 공개했다. 상당수 메모는 쓴 글을 지우거나 글씨가 비뚤어진 경우가 많았지만 유독 한 장에는 4명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 속 인물은 고유정 부부와 숨진 전 남편 사이의 아들(6)과 현 남편, 그리고 숨진 의붓아들이다. 메모지에서는 4명의 가족을 그리워하는 모습과 글이 쓰여 있었다.

반면 검찰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에 따르면 고유정은 의붓아들이 숨진 다음날인 3월3일 제주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와 통화하며 의붓아들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

법정에서 공개된 통화내역을 보면 고유정은 모친에게 “의붓아들이 자신에게 오지 않고 아빠한테만 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모친이 “아이가 불쌍하다”고 말하자 “우리 아이가 아니다. 얘기하지 말라”며 교도소 메모와 전혀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홍씨는 “고유정은 나와 있을 때 항상 우리 아이라고 했다. 근데 숨진 다음날 바로 다른 이야기를 하니, 이는 그 전에 나와 한 대화는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이라며 허탈해 했다.

이어 홍씨는 “만약에 지금 그 메모를 하늘에 있는 아이가 본다면 너무 무서워 할 것 같다”며 “소름 돋고 무섭다”고 말했다.

홍씨는 또 “사람이라면 양심이 있으면, 자기도 애를 낳은 엄마 일텐데. 반성은커녕 오로지 사건과 관련 없는 다른 얘기를 하며 인신공격을 하는 것을 보며 참으로 비통하고 원통하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검찰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고유정은 3월2일 오전 4시부터 6시 사이 청주의 자택에서 홍씨와 의붓아들이 잠든 방에 들어가 엎드려 자고 있는 아이를 질식사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반면 당초 수사를 맡은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당시 함께 잠을 잔 홍씨를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고유정은 다른 방에서 자고 있었다는 이유로 유력한 용의 선상에서 빠졌다.

고유정은 홍씨가 제주로 내려가 아이의 시신을 화장할 때 청주에 남아 의붓아들의 혈흔이 묻은 침대 커버와 이불 등 증거물들을 버렸다.

경찰은 질식사라는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고유정이 아닌 홍씨를 살인 혐의로 입건했다. 이후 전 남편 살인 사건으로 추가 의혹이 불거지자 과실치사로 혐의를 다시 바꿔 수사를 벌였다.

고유정은 수사가 한창이던 5월17일 충북 청원군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을 추가로 처방 받고 전 남편에 대한 범행을 구체화 했다. 이튿날에는 배편을 통해 제주로 들어와 범행 도구를 구입했다.

5월25일에는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전 남편 강모(37)씨를 15차례 이상 찔러 살해했다. 이후 시신을 훼손해 바다와 경기도 김포시 주거지에서 은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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