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 이름 공개 ‘인격권 침해’ 주장...법원 “원장 사익보다 정보제공 공익이 우선”

보조금사기로 자신의 개인정보가 공개된 제주지역 어린이집 원장이 인격주체와 이른바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며 소송에 나섰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130여개 어린이집이 영유아법 위반 혐의로 어린이집 주소와 원장 이름 등이 온라인에 공개돼 있어 향후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일 제주시에 따르면 도내 모 어린이집 원장 A씨가 제기한 ‘영유아보육법 위반 어린이집 명단 공표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제주시가 승소했다.

A씨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남편 B씨가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자, 2010년 9월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접속해 B씨가 보육교사로 일한 사실이 없음에도 담임교사로 허위 등록했다.

두 사람은 B씨에 대한 보육교직원능력향상비와 농어촌보육교사특별근무수당 명목으로 2017년 6월까지 7년간 제주시로부터 보조금 2528만원을 받았다.

2015년에는 어린이집 시간제 보조교사인 C씨를 보육교사로 허위 등록하는 방식으로 2017년 6월까지 2년간 보조금 2343만원도 수령했다.

A씨는 남편과 C씨를 보육교사로 등록하면서 보육교사와 영유아 비율을 충족해 2015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2년간 기본보육료 1억1554만원의 간접보조금도 받았다.

2018년 4월 법원은 “보조금 예산의 적정한 관리를 저해하고 도덕적 해이로 세금 낭비를 가져오게 했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제주시는 A씨가 각종 보조사업비 1억6425만원 편취했다는 이유로 1년간 원장 자격을 정지시키고 어린이집을 폐쇄했다. 2018년 11월에는 A씨와 어린이집의 정보를 온라인에 공표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 제49조의3(위반사실의 공표) 1항에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하거나 유용한 경우 시·도지사나 시장이 어린이집 정보를 공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공표 대상은 위반행위, 처분내용, 해당 어린이집의 명칭, 대표자의 성명, 어린이집 원장의 성명(대표자와 동일인이 아닌 경우), 그 밖에 다른 어린이집과의 구별에 필요한 사항이다.

A씨는 이에 반발해 그해 12월 법원에 어린이집 명단 공표처분 집행정지와 어린이집 명단 공표처분 취소 소송,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연달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 A씨는 영유아보육법 제49조3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평등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소지가 있어 이에 근거한 행정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원장 이름 공개로 개인의 명예와 관련된 사회적 평가에 따라 인력권이 침해되고 ‘망각할 권리’ 즉, 잊혀질 권리까지 보장받지 못한다는 논리를 폈다.

재판부는 망각할 권리가 헌법상 확립된 기본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보조금사기 어린이집과 그렇지 않은 시설을 달리 취급하는 합리적 이유도 있어 평등권 침해도 아니라고 해석했다.

오히려 정보공개가 어린이집 운영자에 경각심을 주고 영유아 보호자들의 알권리 보장에도 기여하는 점에 비춰 헌법 제37조 2항에서 정한 질서유지와 공공복리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명단 공개로 인한 어린이집 대표자의 사익이 정확한 정보를 영유아 보호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다”며 “결국 법익 균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영유아보육법에 ‘법 위반 사실 공표 제도’가 도입된 2013년 12월5일부터 위반 시설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처분 대상 시설은 132곳이다. 이중 제주도는 2곳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