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서 미제출-염지하수 공급계약 부존재...박근수 도 환경국장 "오리온, 12월까지 협의 없으면 중단"

 

오리온이 제주용암수 국내 시판을 강행한 가운데 제주도가 '용암해수 원수 공급 중단'을 검토하는 등 초강경 자세를 보였다.

오리온은 지난 3일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산업단지에 '제주용암수' 공장을 준공, 본격적인 용암수 생산과 시판에 돌입했다.

허인철 오리온 총괄부회장은 이날 준공식 기자회견에서 "오리온도 용암해수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인데 국내 판매를 하지 못하게 해 경쟁을 막는 행위는 온당치 않다"고 제주도의 입장에 반발했다.

허 부회장은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도 원희룡 지사와 면담 자리(2017년 2월과 10월)에서 '국내에서도 팔지 못하는 물을 어떻게 해외에서 팔 수 있겠느냐'고 언급하는 등 국내시판을 제한하려는 제주도의 입장을 받아들이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리온 측은 제주도가 용암수를 국내 시판하지 말라고 두차례나 공문으로 보냈다는 주장에 대해 "10월31일자 한차례 들어왔다"고 했고, 이 또한 제주도의 주장처럼 국내시판 금지나 해외수출로만 제한해야 한다는 구체적 명시가 없고, "국내에서 삼다수와 경쟁하지 말아달라" "해외수출에 주력해달라" 등 일종의 권고성 공문이었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오리온이 원희룡 지사까지 거론하면서 제주도와 '진실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자, 제주도는 '원수공급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특히 오리온 주장과 달리, 오리온에서는 공문 수령 여부를 확실히 밝히지 않은 2018년 10월19일자 제주도의 공문에는 "전량 해외수출 해야 한다" "국내 시판 제품 생산용 용암해수 공급 불가"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박근수 제주도 환경보전국장과 김성제 물관리과장은 4일 오전 9시30분 도청 기자실에 브리핑을 갖고 용암해수 원수공급 중단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같은 공문 일부도 공개했다.

10월19일자 제주도가 오리온에 보낸 공문에는 "지하수에 대한 도민정서와 유통시장에서의 기존 업체와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음료사업 추진을 위해 우리 도와 사전협의한 대로 판매시장을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공략하고, 전량 수출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며 "제주도와 협의한 해외판매용 이외의 국내시장에서 유통.판매할 제품 생산용 용암해수의 공급은 불가하다"고 분명하게 명시했다.

박근수 국장은 그동안 오리온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오리온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리온측은 최근 일부 언론사 방문에서 "제주도에 제출한 2017년 사업계획 내용에 이미 '국내 시판 계획'을 분명하게 공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주도가 2018년 10월19일 오리온에 보낸 공문이라며 4일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공문에는 '전량 해외수출' '국내시장 유통판매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오리온은 해당 공문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제주도가 2018년 10월31일 오리온에 보낸 공문이라며 4일 언론에 공개했다. 이보다 앞선 10월19일에는 '전량 해외수출' '국내 유통판매 불가' 입장을 밝힌 것과 달리, "개발공사 먹는샘물(삼다수)와 국내시장 경쟁 되지 않도록"과 "해외수출 중점 추진" 등의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불과 10여일 전에 보낸 공문에서의 표현과는 사뭇 달랐다. 오리온은 19일자 공문은 받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근수 국장은 "오리온은 당초 자체적인 염지하수 관정 개발을 도모했지만 2017년 4월18일 개발·이용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하고, 제주도가 개발한 염지하수를 공급받아 쓰기로 했다"며 "자체 관정 개발을 자진 취하함에 따라 기존 사업계획서는 소멸됐다"고 지적했다.

기존 계획과 달라졌으니 신규 사업계획서를 용암해수 공급지침에 따라 새로이 제출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국장은 "오리온이 신규 사업계획서를 용암해수 공급지침에 따라 새로이 제출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제주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는 없다"며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는 오리온측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요구해 왔지만 오리온이 제출하지 않은 채 시제품 생산용을 위해 공급받은 염지하수 제품을 국내 판매용으로 이용하려는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공격했다.

또한 박 국장은 "오리온은 용암해수 공급지침에 따른 염지하수 정식 공급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현재 제주테크노파크와 오리온 사이에는 용수공급 계약 자체가 없다"며 "계약 부존재에도 불구하고 오리온측에 염지하수가 공급되고 있지만 이는 시제품 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공급일 뿐 판매용 제품 생산을 위한 공급 목적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염지하수 공급을 위한 어떠한 정식 공급계약이 존재하지 않고, 관련된 사업계획서 또한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오리온에 대한 용수 공급의무는 없다며 용암해수 원수공급 중단 검토를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제주용암해수단지 용암해수 취수량은 하루 1만톤 규모이며, 이 중 오리온에 공급되는 물량은 하루 1000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 측이 제주도(제주테크노파크)와 정식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국내 시판을 강행한다면 현재 공급중인 1000톤의 염지하수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셈이다.

박 국장은 오리온이 언론에 거짓말하고 있다는 취지로, 제주도가 2018년 10월19일 오리온측에 보낸 공문을 공개하면서 "제주도는 일관되게 염지하수를 국내 판매용으로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박 국장은 또, "오리온 측이 인사차 방문한 원희룡 지사와의 면담(2017년 2월, 10월) 자리에서도 수출만을 강조했고, 최근에 들어서야 중국 수출을 위해서는 국내 판매가 필요하다는 일방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도지사든 제주도청 관계자든 국내 판매를 용인하고 염지하수를 공급한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제주도의 공수화 원칙상 국내판매는 안된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오리온 측은 10월31일만 공문을 받았다고 하지만 제주도는 10월19일과 31일 두차례 공문을 보냈다"며 "두 차례에 걸쳐 국내 판매는 불가하다는 입장과 이에 따른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요구하는 제주도의 방침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제주도는 염지하수에 대한 공급계약 및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혼합음료가 아닌 '생수'로 오인토록 홍보하는 등에 대해서도 정확히 해명토록 엄중 경고한 바 있다"며 "오리온의 제품개발을 돕기 위한 염지하수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음에도 마치 제주도가 제품 생산·판매를 방해하는 것처럼 언론에 공표하는 것은 신의를 저버린 일"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이 국내 시판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박 국장은 "오리온에 귀책사유가 있다"며 "올해 안에 협의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급 중단도 검토하겠다"고 단호하게 답변했다.

'해외 수출을 위해 국내 시판 실적이 필요하다는 오리온의 주장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성제 물관리과장은 "오리온이 중앙언론과의 기자간담회에서 먹는물 시장에서 빅3에 올라간다고 발표했다"며 "해외수출이 아니라 국내시판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오리온을 강력히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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