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직제 폐지-局·部 통폐합-명퇴신청…제주언론 구조조정 '신호탄'

지난달 말 주주총회를 마친 한라일보가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로 광고시장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중앙지조차 감량경영을 하는 상황에서 한라일보의 구조조정이 제주언론시장의 구조조정을 알리는 본격적인 신호탄이 아니냐는 추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라일보는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10억원의 신규 증자를 의결하는 한편, 신임 이사 9명을 선임했다.

김찬경 주주측 인사 신규 선임…경영권 이양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

이날 새롭게 선임된 이사 중에는 권범 변호사와 고영종 법무사, 사업을 하는 양광수씨, 김영준 전 도의원 등 외부인사 4명을 신규로 영입한데 이어 강문규 편집국장을 비롯해 송태현 제작국장, 김인배 판매국장, 고병선 광고국장, 그리고 김승철 관리부장 등 사내 국·부장급 5명을 이사회에 편입시켰다는 점에서 사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한라일보의 이사진은 20여명으로 이중 강영석 회장 측근의 상당수 이사들이 내년 초 임기가 만료돼, 이번 주총을 통해 김찬경 주주(미래저축은행 대표이사)측 인사들이 신임 이사로 들어가 경영권 이전을 위한 사전 포적을 다진 데 이어, 내년 초 주총을 거치면서 한라일보의 경영권이 사실상 김찬경 주주쪽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무이사·서귀포지사장 폐지, 광고·판매국 통합…편집국 5개 부서로 축소

주총 이후 한라일보의 행보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이사진을 충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내부적으로 고강도의 구조조정에 들어가 어떠한 형태로든 타 언론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직원이 96명(계약직 포함)인 한라일보는 이미 지난해 구조조정을 끝낸 제민일보 수준(85명)으로 조직을 슬림화 시킨다는 내부방침 하에 전무이사와 서귀포지사장(전무급) 직제를 폐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광고국과 판매국을 영업본부(본부장 상무급)로 통합한다.

특히 편집국인 경우 정치부와 경제부를 정경부로, 교육부·체육부·문화부 등 3개 부서를 문화교육부로 과감히 통폐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편집국은 정경부, 사회부, 제2사회부, 문화교육부, 편집부로 통폐합된다.

한라일보의 이번 구조조정이 성사될 경우 전무급 2석과 국장 2석, 그리고 편집국 내 3개 자리가 없어지게 돼 국간 이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라일보는 이와 함께 임직원을 대상으로 명퇴신청에 들어갔다.

명퇴신청자에게는 3개월치 봉급을 지급하며, IMF 당시 지급하지 못해 3개월 봉급을 주식으로 전환했던 주식, 그리고 부장이상 퇴직금 50%를 주식으로 전환했던 분에 대해서도 전액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라일보 임직원 대상 명퇴신청…희망자에게 인센티브 제공

한라일보는 그러나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조조정이 완료되고 회사의 적자분이 감소될 경우 내년 초 시점으로 임금을 인상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라일보의 한 관계자는 "광고시장이 상당히 축소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체제로 계속 간다는 것은 조직을 더욱 어렵게 할 뿐 아니냐"면서 "다소간의 아픔은 있겠지만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내년에 가서는 조직전체가 안정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내 구조조정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했다.

한편 한라일보가 근래에 볼 수 없는 고강도의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도내 언론계에서는 한라일보의 효과가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민일보와 제주일보, 한라일보 등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한라일보의 구조조정은 도내 언론시장의 구조조정을 알리는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제민일보의 구조조정에 이어 한라일보가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현재 가장 비대한 조직인 제주일보도 자연스레 구조조정 행렬에 동참할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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