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에서 불거진 보험을 이용한 수억 원대 산부인과 의원 사기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유죄를 인정했다. 해당 산부인과 원장은 가까스로 실형을 피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이장욱 판사는 사기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 모 산부인과 원장 A(50)씨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를 도와 이른바 영업실장 역할을 한 B(37)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등 환자 유치에 나선 가담자 5명 전원에도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A씨가 2017년 22억원을 들여 자궁근종 초음파 치료 장비인 하이푸(HIFU)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이 장비는 자기공명장비(MRI)와 레이저가 들어간 고가의 의료기기다.

A씨는 2017년 5월 자궁근종 환자에게 “고가의 하이푸 시술을 진료비 부담 없이 할수 있다. 실손보험금을 청구해 지급 받은 보험금만 돌려주면 된다”며 하이푸 시술을 권유했다.

시술이 끝나자 A씨는 1303만원짜리 가짜 입원 진료비 영수증을 발급했다. 환자는 이를 근거로 KB손해보험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해 며칠 만에 보험금 1157만원을 지급 받았다.

A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자신의 의원을 찾은 환자를 상대로 2018년 1월까지 57차례에 걸쳐 하이푸 시술을 권유해 실손보험금 6억4964만원을 시술비로 챙겼다.

시술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의료계종사자 B씨와 공모해 서울과 부산 등 다른 지역 환자까지 유치했다. 이를 위해 항공권과 숙식까지 원정 환자들에게 제공했다.

현행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3항에는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 할인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A씨는 B씨를 통해 알게 된 알선책 5명의 도움을 받아 다른 지역 여성 환자 10여명을 제주로 유치해 1억여 원 상당의 실손보험금을 추가로 챙겼다.

보험사들은 보험약관상 비급여 항목 시술에 따른 지급액 상한선이 없어 환자들이 청구한 진료비를 대부분 지급해줬다.

2018년 초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그해 4월 해당 산부인과 의원을 압수수색해 1년치 시술 받은 환자 400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이들 대부분은 실손보험에 가입된 환자였다.

당초 경찰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은 소장을 변경해 사기 혐의를 적용해 공소유지에 나섰다.  

재판과정에서 A씨는 시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정상적으로 의료행위가 이뤄진 만큼 보험사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환자가 진료비 납부한 것처럼 외관을 가장한 것에 불과해 진료비 영수증은 허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보험사의 의심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금전대차 관계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A씨는 환자들이 진료비를 납부하지 않았음에도 허위 진료비 영수증을 발행했다”며 “보험사에서 이를 알았다면 당연히 실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허위 서류로 보험금을 편취하고 부당하게 환자까지 유치하는 등 범행 횟수와 규모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다만 보험사와 합의하고 피해변제를 위해 노력한 점을 참작했다”면서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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