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역에서 조업 중 침몰한 대성호 선원의 시신이 추가로 인양됐다. 선원들 몸에서 공통적으로 검게 그을린 탄화 흔적이 확인되면서 화재로 인한 수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제주광역구조본부는 대성호 침몰사고 20일째인 8일 오후 3시40분쯤 대성호 선체로부터 44m 떨어진 바다 수심 82m에서 대성호 실종 베트남 선원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구조본부는 해군 청해진함의 수중무인탐사기(ROV, Remote Operating Vehicl)를 이용해 이날 오후 5시15분 시신을 물 밖으로 꺼내 제주시내 종합병원에 안치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부패가 일부 진행되고 있었다. 검은색 옷으로 보이는 상의에는 불에 탄 흔적이 역력했다. 비상시 착용하는 구명동의는 입고 있지 않았다.

ROV는 어제(8일) 오후 3시52분 대성호에서 약 50m 떨어진 바다 속에서 또 다른 시신 1구를 추가로 발견했다. 다만, 사고 해역의 기상악화로 이날 인양에는 나서지 못했다.

해군은 오늘 오전 11시 ROV를 다시 투입해 시신을 물 밖으로 꺼내는데 성공했다. 추가 발견 시신도 등 부위를 포함해 여러 신체 부위에서 불에 탄 흔적이 확인됐다.

사고 당일인 11월19일 오전 10시21분 인근 해역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선원 김모(61.경남 사천)씨의 상반신에서도 2~3도의 화상 흔적이 있었다.

당시 부검의는 폐에 물이 찬 점에 비춰 화재보다는 물이 기도를 향해 들어오면서 숨을 쉬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씨 역시 구명동의는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현재까지 인양된 3명 모두 구명동의를 입지 않고 화상 흔적이 발견된 점에 비춰, 잠을 자던 중 새벽에 불이 나면서 물에 빠지거나 탈출하던 중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시 어선에는 선장 정모(56.통영)씨 등 내국인 6명과 베트남 선원 누옌(32)씨 등 외국인 6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8일 통영항을 출항해 당초 18일 돌아갈 예정이었다.

사고 당일인 19일 대성호는 이날 새벽 3시전까지 낚시를 바다에 던지는 투승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오전 4시15분쯤 배에 설치된 선박자동식별장치(AIS)가 꺼졌다.

투승 작업후 선원들이 모두 취침에 들었다면 화재로 인한 신고는 물론 대피조차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원대기실에서 동시에 10명이 탈출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현재까지 실종된 선원 9명이 선체에 갇혀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화재로 선박이 두동강 나면서 일찌감치 해상에 유실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인양한 시신에 대해서는 오늘 중 부검을 실시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당시 상황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해역 해저의 시야가 좋지 않아 수중탐색에 어려움이 있다”며 “일몰 후에는 작업을 중단하고 내일(10일) 해가뜨면 재차 정밀 탐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조본부는 사체 인양 작업 재개와 함께 함·선 11척과 민간어선 4척을 투입해 사고해역을 중심으로 사방 111km를 9개 구역으로 나눠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헬기 3대와 고정익 2대 등 항공기 5대도 연이어 투입해 수색중이다. 제주시 애월읍에서 서귀포시 안덕면까지 이어지는 해안가에서도 수색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대성호는 11월19일 오전 7시 제주시 차귀도 서쪽 76km 해상에서 불에 탄 채로 발견됐다. 승선원 12명 중 현재까지 3명이 숨지고 9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여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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