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진기] (16) 타다금지법 논란과 정의로운 사회의 원칙/ 현우식

'제주 청진기'는 제주에 사는 청년 논객들의 글이다. 제주 청년들의 솔한 이야를 담았다. 청년이 함께 하면 세상이 바뀐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 청년들의 삶,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서브컬쳐(Subculture)에 이르기까지 '막힘 없는' 주제를 다룬다. 전제는 '청년 의제'를 '청년의 소리'로 내는 것이다. 청진기를 대듯 청년들의 이야기를 격주마다 속 시원히 들어 볼 것이다. [편집자]
지난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의 타다 퇴출 끝장 집회.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의 타다 퇴출 끝장 집회. ⓒ 오마이뉴스 권우성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TADA)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6일 이른바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타다 서비스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타다는 일종의 렌터카 호출 서비스로, 스마트폰을 통해 렌터카를 호출하면 기사가 차량으로 이용자를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켜주는 서비스다.

사실상 택시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점이 문제가 된다. 한국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통해 렌트카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택시업계에서는 타다 업계를 현행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이 지난 10월 타다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타다금지법'이 통과된 것이다.

현행법 위반에 대해서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의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는 예외조항의 적용이 문제된다. 그러나 타다와 관련한 논란은 법의 해석에 관한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타다 논란은 여객운수업의 운영권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현재 여객운수업의 운영권은 국가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국가는 공공복리를 위해 면허제로 시장진입을 제한하고, 운송 요금, 사업구역 등을 결정하는 등 각종 규제를 가한다. 이러한 규제로 인해 택시업자들은 일종의 독점적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유사 택시업의 등장은 항상 택시업계에 위협이 된다. 특히 모빌리티산업의 발달로 인해 카풀, 차량 공유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기존 택시업과의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는 어떤 기준으로 여객운수업의 운영권을 분배해야 할까. 나는 자원의 분배를 위한 민주사회의 대표적인 원칙인 ‘정의’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이에 답하고자 한다.

첫 번째 원칙은 효용주의적 정의이다. 여객운수사업의 목적인 공공복리를 전체 사회의 효용, 즉 구성원 개인의 만족의 합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보고 이를 증진시킬 수 있는 주체에게 운영권을 분배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타다 서비스를 허용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기존 택시사업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3분의 2가 타다 서비스를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원칙은 공정으로서의 정의이다.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는 존 롤스이다. 롤스는 <정의론>에서 정의를 고민하는 올바른 방법은 원초적으로 평등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원칙에 동의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정의의 원칙 중 하나는 ‘차등의 원칙’이다. 차등의 원칙이란 타다 논란과 같이 사회적 자원의 분배에 있어서 경제적 불평등이 야기되는 상황에서는 분배에 따른 이익이 사회 구성원 가운데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이다. 

여객운수사업의 영업권의 분배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집단은 다름 아닌 이동노동자들이다. 여기서 이동노동자란 택시업계의 택시노동자뿐만 아니라 타다와 같은 플랫폼 사업에 고용된 파견노동자들까지 포함한다. 택시노동자들은 사납금 체계로 인해 택시사업자로부터 택시 운행 실적의 리스크를 모두 떠안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왔다.

타다TADA 서비스 소개 유튜브 영상 캡처.
타다TADA 서비스 소개 유튜브 영상 캡처.

타다의 파견노동자들 또한 상황은 다르지 않다. 타다는 이들이 개인사업자이며 도급계약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근태관리 및 업무수행평가, 징계, 계약해지 등 직접적 업무지휘 감독을 해왔음이 드러나고 있다.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이윤이 기업에 집중되고, 노동의 조직화가 어렵다는 점에서 단지 기업의 선의에 의해 이들의 노동권이 보장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타다 문제를 택시업계와 타다의 이해관계의 충돌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자원의 재분배에 있어서 사회적 약자인 이동노동자의 노동권을 어떻게 보장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시킨다. 

마지막으로 검토해볼 수 있는 정의의 원칙은 목적론적 정의이다. 목적론적 정의론은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권리를 정의하려면 문제가 되는 사회적 행위의 목적인 텔로스(telos)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다 문제에서는 여객운수업의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볼 수 있다.

여객운수업의 목적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론과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은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여객운수업의 목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영업권을 제한하는 것이 여객운수업의 목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정의에 대한 다양한 원칙들은 자원의 분배에 관한 정치의 역할을 환기한다. 타다 문제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대한 해석과 개정의 문제로도, 혁신이냐 규제냐의 문제로도 그쳐서는 안된다. 타다 문제는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공적 논의와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합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번 ‘타다금지법’ 통과 결정은 선거철을 앞둔 눈치보기식 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목적론적 정의에 따라, 여객운수업의 목적이 무엇이고, 산업의 변화 속에서 공공복리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과정이 필요하다.  

벤처업계의 혁신성장론에도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4차산업혁명이 만들어갈 장밋빛 미래만을 주장하면서 현실의 문제를 가려서는 안된다. 타다가 이동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기업인지, 영업권의 분배에 따라 타다가 얻을 이윤이 과연 사회적으로,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업의 자율성과 경제적 효율성만을 기준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의 정의로운 사회의 원칙을 다시 생각해야 될 때다.

현우식(29)

바라는 것은 깃털같이 가벼운 삶

탈제주를 꿈꾸며 서울로 향했으나
돌연 제주로 돌아와 사회학을 공부중

가까운 것엔 삐딱하나 먼 것에는 관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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