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예산 전액 지방비로 충당해야...동·서 제주시 등 행정체제개편 맞물려 의회도 문턱

제주시 신청사 조감도.
제주시 신청사 조감도.

제주시가 시청사 신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11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 확보가 관건으로 꼽힌다. 행정체제개편 등에 맞물려 제주도의회 문턱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주시는 11일 기자실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8월 행정안전부에 의뢰한 ‘제주시청사 신축 사업’ 타당성조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용역은 행정안전부 의뢰를 받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가 수행했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제주시청사는 현 종합민원실이 위치한 제5별관(옛 한국은행) 건물을 허물고, 2023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지하 3층, 지상 10층, 연면적 2만4822.34㎡ 규모의 신청사 신축을 추진한다.
 
현재 제주시청사는 5개 별관 10개 동으로 각각 분산 배치돼 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데 불편한 대표적인 공공기관이다. 청사 곳곳에 안내도를 부착해도 민원인들이 길을 헤매기 일쑤다.
 
시민 불편 최소화와 행정업무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현재 각각 분산 배치된 5개 별관 10개 동의 건물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제주시청사 신축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는데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신청사 신축에 투입되는 예산만 729억원이 소요된다.
 
제주시는 현재 본관과 제1별관을 역사박물관 등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다른 건물들은 허물어 광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광장 지하에는 대규모 공영주차장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광장과 주차장 조성 등에 추가로 투입되는 예산만 35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어찌보면 신청사 신축 못지않게, 광장 조성도 이번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시에는 시민복지타운과 탑동 등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광장' 공간이 없다. 시민복지타운도 사실상 공원에 가깝다. 
 
제주시청 벽화 앞에 '열린마당'이라는 비좁은 공간이 있을 뿐이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에서 사람 중심의 도시로의 공간전환은 세계적 추세다. 세계 유수의 도시에는 모두 시민들이 자유로이 드나드는 광장이 도심 한복판에 자리해 있다.
 
실제로 국내 타 시도의 사례만 살펴봐도 그렇다. 서울 광화문광장의 경우 9800여㎡, 서울광장 1만3000여㎡, 대전 엑스포시민광장 4만7000여㎡ 면적의 광장이 조성돼 있다. 제주 인구의 절반 가량인 전남 여수시만해도 5700여㎡의 중앙동 이순신광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은 303㎡에 불과하다.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용과 각종 커뮤니티 활동을 영위하기에는 턱없이 제한적인 공간이라는게 중론이다. 
 
시민들이 도시의 주인이 된다는 패러다임 전환이란 점에서 제주시청 광장 조성은 시민들에게 환영받는 아이디어다. 더군다나 지하에 대규모 공영주차장까지 조성된다니 일거양득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주시 신청사 신축사업과 광장 조성 등에 투입되는 예산이 무려 총 1100억원 수준이고, 국비 확보는 근거가 없는 상황이어서 향후 험로가 예상된다.
 
제주시에 따르면 지자체 관공서 신축공사에 국비가 투입되는 경우는 정부 차원으로 추진된 예외사례 단 2건 정도다. 경북도청과 충남도청이 그렇다.
 
경북도청과 충남도청은 광역시에 있던 청사를 지방도시(안동, 홍성)로 옮기면서 국비 지원 근거가 됐다. 현 청사 부지에 다시 짓게 되는 제주시 신청사 공사에 국비가 투입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법인격 없는 행정시인 제주시는 자체 예산 편성권이 없어 결국 상급기관인 제주도가 예산을 편성해야만 청사 신축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제주도 재정 여건도 녹록치 않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에 따른 도로 및 공원의 토지보상을 위해 7500억원 규모의 지방채(외부차입금)를 발행한 제주도 입장에서 추가 지방채 발행도 쉽지 않다. 
 
경제 전반이 침체 상황이고, 제주도는 빚을 내야만 살림살이를 꾸릴 수 있을 정도로 재정 여건이 악화된 상태에서 1100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 시청사 신축과 광장 조성 예산 편성은 불투명할 수 밖에 없다. 
 
행정체제개편과 맞물려 제주도의회 문턱 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어떤 방식으로 행정체제가 개편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동·서 제주시 분할, 읍·면·동 대동제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신청사를 동제주시나 서제주시만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렇게 될 경우 또 하나의 새로운 청사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다시 최소한 수백억원의 지방비를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도의회 예산심사나 행정사무감사 등 자리에서 일부 도의원들이 제주시 신청사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행정체제를 개편한 뒤 신청사 신축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예산 확보 문제에 대해 김창현 제주시 자치행정국장은 “지방비를 100%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혹시 국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계속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의회 설득 논리에 대해서는 “행정체제가 어떻게 개편될지 확정되지 않았지만, 제주시청사 신축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현재 5개 별관 10개 동으로 조각난 것 처럼 분산 배치돼 시민들 불편이 크다. 만약 행정체제개편으로 제주시가 동·서로 나뉘어진다 하더라도 신청사는 필요하다. 다만, 규모를 줄이는 방안 등을 고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국장은 "제주에는 이렇다할 광장이 없다. 시청사를 이전하고, 남은 공간에 주차장과 광장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광장에는 차량 진입을 막아 시민들이 편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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