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을 이용해 20대 여교사의 돈을 빼앗고 살해한 혐의로 중형에 처해진 종교인이 뒤늦게 피해자측에 머리를 숙였다. 검찰은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11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이재권 수석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김모(46)씨의 살인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김씨는 2018년 6월2일 오전 11시쯤 서귀포시 강정동 피해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평소 알고 지낸 여교사 A(당시 27세)씨를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의 발길질에 온 몸을 구타당한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날 낮 12시49분 숨졌다. 당시 119신고자는 다름 아닌 김씨였다.

부검 결과 췌장 파열과 복강 내 출혈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검찰은 A씨의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췌장이 파열된 점에 비춰 살해의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는 2015년부터 2017년 12월까지는 고등학교 동창과 또 다른 여교사 등 3명에게 설거지와 청소 등 자신의 집안일을 시키고 폭행하며 돈을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8월14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김씨는 혼자 중얼거리며 재판부의 판결문 낭독을 방해하는 등 돌발 행동을 보였다. 재판부가 휴정을 하고 판결문을 고쳐 쓰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앙심을 악용해 피해자들의 돈을 빼앗고 폭행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반성과 참회의 모습도 없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제주지방법원 1심에서 징역 30년의 중형이 선고된 적은 2015년 보험금을 노려 자택에서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고모(48)씨의 사건 이후 4년만이다.

중형을 의식한 듯 김씨는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사죄드린다. 용서를 빈다. 반성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피해자측이 있는 방청석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2020년 1월29일 선고 공판을 열어 김씨에 대한 형량을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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