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전자투표 시스템은 버벅대고 원희룡 지사 인사말에 “의회가 거지냐” 항의소동

16일 열린 제6차 본회의에서 안건 처리 중 전자투표시스템 오류로 거수투표를 하고있는 의원들. ⓒ제주의소리
16일 열린 제6차 본회의에서 안건 처리 중 전자투표시스템 오류로 거수투표를 하고있는 의원들.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 제378회 제2차 정례회 마지막 의사일정으로 16일 열린 제6차 본회의가 전자투표 시스템 오류와 예산안 처리에 따른 인사말을 하던 원희룡 지사에 대한 욕설 등으로 얼룩졌다.

제주도의회는 16일 제378회 제2차 정례회 제6차 본회의를 열어 각 상임위원회에서 부의된 안건 75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안건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안건 처리수가 50건이 넘어가면서 전자투표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정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속개된 뒤에도 시스템이 버벅대며 거수투표를 통해 안건을 처리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2020년도 예산안 의결에 따른 원희룡 지사의 인사말도 논란을 낳았다.

인사말 말미의 “그동안 관행적으로 의원들에게 10억원씩 배분해왔던 예산을 2021년도 예산부터 도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의원 재량사업비, 이른바 쪽지예산을 조준한 듯한 발언이었다.

원희룡 지사의 2020년도 예산안 의결에 따른 인사말 도중 항의하고 있는 강민숙 의원. ⓒ제주의소리
원희룡 지사의 2020년도 예산안 의결에 따른 인사말 도중 항의하고 있는 강민숙 의원. ⓒ제주의소리

이에 강민숙 의원(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이 “줬다 뺏어가면서 이 나쁜 ××. 의회가 거지냐”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또 “가만히 있는 의원들도 반성해라. 의회가 앵벌이냐. 특히 민주당 의원들 반성해야 한다”라고 동료의원들까지 싸잡아 비판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원 지사의 발언과 강 의원의 항의 속에 일부 의원들의 고성까지 뒤섞이는 돌발 상황에 본회의장은 순간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날 방청석에서는 제주도 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 회원들이 본회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강 의원은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제주도가 예산을 가지고 도의회를 농락하고 있다. 의원들도 이러한 행태에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데 가만히 있는 모습에 순간 화가 치밀어 항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원철 의원은 원 지사가 모든 과정이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을 한 데 대해 “원 지사가 마지막까지 의회를 경시하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태석 의장도 “원희룡 지사가 의회를 마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만들어버렸다.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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