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6일 경북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복합교육센터 '김두찬관'이 개관식이 열리고 있다.
11월26일 경북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복합교육센터 '김두찬관'이 개관식이 열리고 있다.

해병대가 제주지역 예비검속자 총살집행자의 이름을 교육훈련단 복합교육센터 명칭으로 사용해 논란이 일자 개관 한 달 만에 명칭 변경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해병대사령부는 18일 입장문을 내고 故 김두찬 장군이 해병대사령부 정보참모로 제주도에 근무했던 기간의 기록과 자료 등을 면밀히 확인해 명칭의 적절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병대 관계자는 “복합교육센터 준공에 앞서 올해 3월 명칭 선정과 관련해 심사위원회를 꾸리고 장병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병대는 그동안 주요 건물 신축 시 역대 사령관과 해병대 호국 인물 중 공적을 고려해 이름을 정하고 있다”며 “김두찬 장군도 여러 후보 중 한 명이었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도는 해병대 입장에서도 의미가 크다. 도민들의 여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내부 검토를 거쳐 유감표명과 명칭변경 등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11월26일 경북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에 복합교육센터을 개관하면서 이름을 ‘김두찬관’으로 정했다.

해병대의 평가와 달리 제주에서 바라본 김두찬은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전국적으로 행해진 예비검속과 관련해 도민들에 대한 학살명령을 내린 당사자다. 

김두찬 당시 중령이 작성 성산포경찰서에 하달한 「예비검속자 총살집행 의뢰의 건」 문서
김두찬 당시 중령이 작성 성산포경찰서에 하달한 「예비검속자 총살집행 의뢰의 건」 문서

정부가 발행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김두찬은 당시 제주주둔 해병대 정모참모(대령)를 맡으면서 1950년 8월30일 성산포경찰서에 예비검속자 총살집행 명령을 하달했다.

명령서에는 “본도에서 계엄령 실시 이후 현재까지 귀서에 예비구금 중인 D급 및 C급에서 총살 미집행자에 대해 귀서에서 총살 집행 후 그 결과를 9월6일까지 육군본부 정보국 제주지구 CIC대장에게 보고하도록 의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문형순 성산포경찰서장은 “부당(不當)하므로 불이행(不履行)”이라며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경찰서에 구금된 예비검속자 221명을 풀어줬다. 

문 전 서장은 4·3 민간인학살 과정에서 양민들의 목숨을 살려내 한국판 쉰들러로 평가받고 있다. 2018 올해의 경찰영웅에 선정돼 제주지방경찰청 청사에 추모흉상이 제막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13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 자유를 수호해야 할 군대의 교육기관으로서 학살자를 기리고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제주4·3평화재단도 18일 논평을 내고 “예비검속자 집단학살 사건의 실질적인 집행 책임자”라며 역사적 사실을 직시해 조속히 명칭을 수정할 것을 해병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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