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마을회서 월라봉 진입로 환경정비 ‘알고보니 공유지’...서귀포시 원상복구 명령

제주도내 한 마을에서 공유지를 사유지로 착각해 환경정비 활동을 벌이다 행정시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8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이달 초 서귀포시 신효동 월라봉에 중장비들이 투입돼 오름 진입로를 훼손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담당공무원과 자치경찰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월라봉 북서쪽 탐방로 입구 주변의 잡목들이 제거되고 도로와 인접한 일부구간에는 토사 유실 방지를 위한 잔디가 심어져 있었다.

자치경찰 조사결과 행위자는 다름 아닌 마을회였다. 당초 해당 부지는 옛 마을 친목단체 소유였다. 마을회는 환경정비를 위해 해당 단체의 동의를 얻어 잡목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잡목과 각종 쓰레기가 모두 제거되자, 거대한 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회지에 따르면 예부터 이곳은 서국이라는 사람이 살던 서국굴이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서국의 부인이 돌로 변했다는 애기업게돌과 애기구덕으로 전해는 구덕찬돌 등 거대한 돌들을 통틀어 마을에서는 서국바위라고 부르고 있다.

환경정비로 잡목과 넝쿨, 각종 쓰레기에 가려져 있던 전설의 바위가 위엄을 뽐내게 됐지만 정작 마을회는 환경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서귀포시가 확인한 결과, 해당 토지는 올해 6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시행에 따른 도시공원 부지 매입의 일환으로 사유지에서 공유지로 등기변경이 이뤄졌다.

도시계획부서에서 토지 매입 작업을 진행하면서 공원녹지부서도 뒤늦게 해당 부지가 공유지로 편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일부는 여전히 사유지로 남아 있어 경계 구분도 쉽지 않았다.

서귀포시와 자치경찰은 훼손 정도가 심하지 않고 잡목도 대부분 직경 1~2cm에 불과해 산지관리법으로 형사처벌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잡목제거 과정에서 굴착기가 투입되는 등 원형훼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12월6일자로 해당 마을회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제보자는 “10년 전에도 신장로가 생기면서 월라봉 일대 나무를 베어내는 일이 있었다”며 “마을회가 멀쩡한 나무를 뽑아내고 오름을 훼손한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환경정화 목적으로 작업이 이뤄졌지만 사전에 서귀포시와 협의가 없어 원상복구를 주문했다”며 “이달 말까지 복구설계서를 받아 후속 처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마을회 관계자는 “오름 진입로에 쓰레기가 워낙 많아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져 왔다”며 “주민들 요구에 따라 깨끗한 마을을 위해 환경정화에 나섰는데 오히려 훼손한 꼴이 돼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유야 어찌됐든 절차에 따라 원상복구 명령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전문가와 협의해 제주참꽃과 야생화 등을 심어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복구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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