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참여환경연대 ‘용천수 살림 프로젝트’ 보고회, “저지대 강수량은 함양률 포함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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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절간물' 용천수에서 바위틈으로 맑은 용출수가 흘러내리고 있다. / 사진제공=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의소리

고갈과 멸실, 더 나아가 잊혀가는 존재로 전락했다. 제주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위기를 정확히 알려주는 지표인 ‘용천수’의 현주소다. 용천수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 결과, 제주도내 지하수 함양률에 대한 왜곡 가능성이 제기됐다.  

제주참여환경연대(공동대표 이정훈·최현·홍영철)가 위기에 처한 용천수의 가치 재발굴을 위해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용천수 살림 프로젝트’의 보고회를 18일 오후4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개최했다.   

각종 개발과 무분별 사용, 기후변화 등으로 고갈·멸실 위기에 처한 제주의 용천수. 상수도 보급으로 대부분의 용천수 이용도 끊기면서 그 가치에는 공감하지만 도민들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 

 고갈·멸실 모자라 잊히는 용천수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올해 단체 역점사업으로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도내 동부지역(조천읍) 19곳과 서부지역(대정읍, 안덕면) 14곳 등 총 31곳에서 정기적인 모니터링 조사활동 ‘용천수 살림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용천수 모니터링을 통해 결과를 도민사회와 공유하고, 용천수에 대한 관심 촉발 및 보존을 위한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마련된 자리다. 이번 모니터링 조사는 간조시간 전후 2시간을 기준으로 진행했고 수위와 수온, 염도, 용천수 특징 등의 항목별로 진행됐다. 

동부지역은 조천읍 신촌·조천‧신흥‧함덕‧북촌 등 용천수 수위와 수온 측정이 용이하고, 비교적 관리가 되고 있으며, 바닷물의 영향이 적은 곳을 선정했다. 간조시간에 지하수가 용출되지 않거나 바닷가와 너무 인접해 측정이 힘든 곳은 조사대사에서 제외했다. 결국 조천읍내 61곳 중 매립‧멸실‧위치 확인이 불가한 곳을 뺀 나머지 40곳 중 수위와 수온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10곳을 선정한 것. 

서부지역도 대정읍(19곳)과 안덕면(42곳)의 총 61곳 중 측정이 가능한 14곳을 선정했다. 대정과 안덕에도 많은 용천수들이 있었지만, 대정읍 용천수들 다수는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거나 관리가 되지 않은 곳들은 조사에서 제외됐고, 안덕면 용천수들은 수전을 설치해 필요시 물을 사용하는 샤워시설로 이용되는 곳이 많아 이곳들도 제외됐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용천수 살림 프로젝트 팀'이 조천읍 신촌리 소재 '조반물' 용천수에서 모니터링 조사를 실시하는 모습 / 사진제공=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의소리
제주참여환경연대 '용천수 살림 프로젝트 팀'이 조천읍 신촌리 소재 '조반물' 용천수에서 모니터링 조사를 실시하는 모습 / 사진제공=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의소리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위기에 처한 용천수의 가치 재발굴을 위해 올해 추진해온 ‘용천수 살림 프로젝트’의 보고회를 18일 오후4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위기에 처한 용천수의 가치 재발굴을 위해 올해 추진해온 ‘용천수 살림 프로젝트’의 보고회를 18일 오후4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참여환경연대는 이번 모니터링에서 ▲용천수 실태 ▲용천수의 수량(水量, 용출량) 감소 ▲용천수 고갈·매립 ▲강수량에 따른 용천수 수위변화 등을 주목해 살폈다. 

이 단체는 이번 모니터링을 마무리하면서 “지난해부터 용천수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용천수의 변화되는 모습을 어떻게 모니터링할 것인가를 연구했고, 올해 실제로 조사 대상을 정하고 모니터링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고갈·멸실 원인진단이 가치 재발견 첫 단추

참여환경연대는 “고갈과 멸실 위기의 제주용천수는 꾸준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상수도 보급 이후 점점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방치된지 오래됐다”며 “왜 고갈되고 멸실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 진단도, 새로운 가치 재발견 시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용천수의 용출량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고 고갈로 인해 매립한 곳도 많았다. 용천수를 직접 이용했던 마을 어르신들도 한결같이 용천수 용출량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증언한다”면서 “그러나 누구도 용천수 용출량이 줄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수량의 직접 영향을 덜 받는 용천수가 지하수의 정확한 상황을 확인하는 지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참여환경연대는 “비가 많이 오면 단기간에 급격히 용출량이 늘어나는 곳들이 있었다. 지난 가을 화북동 해안가 마을 곳곳에서 물이 솟아나는 해프닝도 강수량의 영향을 직접 받는 대표적인 용천수라 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강수량의 영향을 받는 용천수는 지표에 내린 비가 용천수 줄기와 합쳐진다는 가설을 유추해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강수량의 변화를 거의 반영하지 않는 용천수는 지표에 내린 빗물이 용천수 줄기와 합류하지 않으며, 합류하더라도 매우 소량이 유입되면서 영향을 거의 주지 않았다고 유추했다.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소재 용천수 '도아치물' / 사진제공=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의소리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소재 용천수 '도아치물' / 사진제공=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의소리
제주참여환경연대 '용천수 살림 프로젝트팀'이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소재 '조배나무샘' 용천수에서 모니터링 조사를 실시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참여환경연대 '용천수 살림 프로젝트팀'이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소재 '조배나무샘' 용천수에서 모니터링 조사를 실시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참여환경연대는 이를 통해 “저지대 강수량을 지하수 함양률에 포함시키면 지하수 상황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산간(해발 200~600m) 지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해발 200m 미만의 ‘저지대’에 내린 빗물은 용천수와 섞여 짧은 시간 안에 바다로 흘러가버리는 점에 주목한 것. 

 저지대 강수량을 함양률에 산입 말아야 

이 단체는 “지하수 함양률은 한라산이나 중산간이나 해안저지대나 가리지 않고 같은 비율의 함양률로 산정하는데, 한 달 정도의 기간에 바다로 빠져나가는 것은 차라리 유출량으로 보아야 하고, 이용성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와 개발 등의 원인으로 물수지 분석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저지대의 강수량은 지하로 함양된다고 하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함양률로 산입시켜서는 안 된다.

결국 “강수량의 영향을 덜 받는 용천수가 지하수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이니 만큼, 이러한 강수량의 영향을 덜받는 용천수를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환경연대는 “우리 제주는 지하수를 이용함에 있어 물수지 분석을 토대로 지하수 이용량을 결정하고 있데, 용천수와 가까운 저지대의 빗물은 용천수와 섞여 한 달 정도 만에 바다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저지대 강수량을 지하수 함양률에 포함시키면 지하수 상황에 대한 왜곡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하수 함양률은 한라산이나 중산간이나 해안저지대나 가리지 않고 같은 비율의 함양률로 산정하는데, 한달 내 바다로 빠져나가는 지하수는 차라리 유출량으로 보아야 하고, 이용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며 “그렇다면 기후변화와 개발 등의 원인으로 물수지 분석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저지대의 강수량이 지하수로 함양된다고 하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함양율에 산입시켜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올 한해의 용천수 모니터링만으로 다양한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용천수를 모티터링 대상으로 선정하고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그동안 어떤 연구기관도 하지 않던 것”이라며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이번 시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용천수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더 정밀한 지하수 연구에 노력하겠다. 용천수 모니터링에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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