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 '혐의 없음' 처분...제주시 "항고 준비 중" vs A카페 "영업소 폐쇄 억울, 행정심판 청구'

가성소다(NaOH)를 사용하다 영업소 폐쇄 처분을 받은 제주시내 A카페가 제주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카페 측은 가성소다 제품 포장에 공업용이라고 되어 있으나 식품첨가용과 성분이 똑같은 제품으로 자치경찰 수사에서도 혐의없음 처분을 받아 제주시의 영업소 폐쇄 처분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소위 ‘양잿물’로 불리는 가성소다(NaOH)를 사용하다 영업소 폐쇄처분을 받은 제주시내 A카페가 제주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A카페는 제빵 과정에서 공업용 수산화나트륨을 사용한 혐의로 지난 10월 30일자로 제주시로 부터 영업소폐쇄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A카페는 사용한 수산화나트륨에 '식품첨가용'이라는 문구가 없지만, 식품첨가용과 성분이 동일한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영업소폐쇄는 억울하다며 제주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 등에 따르면 A카페는 수산화나트륨을 사용하다 지난 8월 위생당국에 적발됐다. A카페는 3kg 크기 수산화나트륨을 사용했는데, 겉면에는 '식품첨가용'이라는 문구가 없다.   
 
적발된 수산화나트륨 제품표시면에는 ‘98% 가성소다’, ‘금속을 부식시킬 수 있음’, ‘눈 피부에 접촉시 다량의 물로 화발물질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15분 이상 씻어낸 후 의사의 처치를 받을 것’ 등의 경고 문구가 쓰여 있다.
 
양잿물은 화학명으로 수산화나트륨(Sodium Hydroxide), 즉 가성소다(NaOH)를 말한다. 
 
제주시는 A카페에 대한 청문절차 등을 거쳐 영업점 폐쇄 처분을 내렸고, A카페는 지난 10월30일자로 영업점 폐쇄 조치됐다. A카페가 식품위생법이 정한 식품첨가물 사용기준을 위반했다는 것이 제주시의 판단이다. 제주시는 식품첨가용이라는 문구가 없는 수산화나트륨은 사실상 '공업용'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A카페 업주는 수산화나트륨이 제빵 과정에서 발색과 윤기를 내는데 종종 사용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유튜브나 포털사이트 등에서 검색해봐도 제빵과정에서 빵의 색깔과 윤기를 내는 용도로 수산화나트륨을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수산화나트륨은 과일 통조림 제조 과정에서도 쓰인다.
 
제빵과정에서 수산화나트륨(가성소다)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갈무리.
제빵과정에서 수산화나트륨(가성소다, 오른쪽 흰색 고체)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갈무리.
안전보건공단 화학물질정보(MSDS)에 나온 수산화나트륨.

통조림에 사용되는 과일의 경우 희석한 염산으로 껍질을 제거한다. 염산을 사용한 과일은 산성을 띄기 때문에 중화를 위해 강알카리성인 수산화나트륨을 사용한다. 염산이나 수산화나트륨 등 제품 사용 기준은 최종식품 완성 전에는 중화·제거해야 한다. 

 
안전보건공단 화학물질정보(MSDS)에 수산화나트륨은 관리대상유해물질이지만, 노출기준설정물질이다. 노출기준이 설정됐다는 말은 농도와 순도에 따라 식품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주시의 고발을 받고 관련 내용을 수사한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최근 A카페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자치경찰은 A업체에서 발견된 수산화나트륨이 식품첨가용과 성분이 같으며, 수산화나트륨 제조사로부터 포장만 식품첨가용과 아닌 것으로 구분할뿐 두 제품 모두 성분은 동일하다는 제조사의 진술을 근거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자치경찰 관계자는 “제조사를 대상으로 2~3차례 걸쳐 확인했으며, 제조사는 성분이 똑같은 제품을 포장지만 달리해 식품용, 일반 제품으로 나눠 판매했다고 밝혔다. 제품의 성분 조사는 하지 않았지만, 검찰의 지휘를 받아 무혐의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10월31일자로 폐쇄조치된 제주시내 A카페.

자치경찰에서 무혐의가 나오자 A카페 업주는 변호사 자문을 얻어 최근 제주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A카페 업주는 23일 [제주의소리]와 전화에서 “억울함을 풀기 위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카페 운영을 위해서 제빵학원에 다녔고, 학원에서 수산화나트륨을 사용하면 된다고 가르쳤다. 제빵학원에서 특정업체 수산화나트륨을 구매하면 된다고도 했다. 제빵학원에서 알려준 업체 수산화나트륨을 구매해 물 1kg에 수산화나트륨 1g을 희석해 빵이 갈색을 띄도록 하는데 사용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후 제주시에서 수산화나트륨을 사용하면 안된다고 해 ‘정말 잘못한 것인가’라고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관련 내용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제빵 과정에서 흔히 사용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고, 수사를 맡은 자치경찰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업주는 “제주시가 영업소폐쇄 조치를 내리고, 관련 내용이 SNS로 퍼지면서 (저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렸다. 누가 사람이 먹는 음식에 유해 물질을 넣겠나. 이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행정소송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아직 접수된 행정심판은 없지만, 별도로 A업체가 사용한 수산화나트륨 제조 업체로부터 자세한 제조 과정 등 내용을 파악중”이라며 “자치경찰에서도 제조사의 말만 듣고 자체적인 성분 분석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자문변호사 자문을 얻어 자치경찰 혐의없음 판단에 대한 항고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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