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제주교구 강 주교 성탄절 사목서한서 '참된 평화' 강조 이어 '군비 축소' 호소

24일 오후 천주교 제주중앙성당에서 열린 성탄대축일 미사.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제주도내 각 교회·성당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한 성가가 울려퍼진 가운데,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는 "힘의 균형으로 만들어져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평화가 아닌, 구유에 누운 갓난아기 예수님이 남기신 참된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24일 오후 10시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제주중앙성당에서 '예수 성탄 대축일 미사'를 열었다. 강 주교는 이날 강론과 사전발표한 성탄절 사목서한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남긴 평화의 참된 의미를 역설했다. 

강 주교는 이날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고 하지만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최저기초생활이 가능한 174만명이나 되는 국민이 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런데 최근 국회는 50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국방 예산을 통과시켰습니다. 그중 33.3%에 달하는 16조7천억 원이 무기 도입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24일 밤 성탄전야 미사 강론에서 '아기예수 탄생과 평화'의 의미를 신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어 "우리 군은 금년부터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35기종을 미국으로부터 구매해 배치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40대를 구매하는데 대당 가격이 1000억원에 달한다. 북한은 이러한 우리 군의 군비증강을 비난하며 자신들도 핵실험을 하고 갈수록 더 가공할 탄도 미사일을 계속 시험 발사한다. 북녘 땅에 많은 어른 아이들이 식량부족, 영양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당 20억 원이 넘는 미사일을 수 없이 허공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우리나라에서도 국민들 중에는 단 돈 1만원이 없어서 진열대의 우유를 훔칠 정도로 가난에 시달리는 이들이 생겨나는데,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권력을 위임 받은 의원들은 세계 최고수준의 연봉 1억5천176만원을 누리며, 생명을 죽이는 무기 구입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너무도 손쉽게 통과시키고 있다"며 "우리가 만들어내는 이 모순적 현실은 인류 역사의 발전과 문명에 너무나 역행하는 반인간적, 야만적인 처신임을 정치 지도자들은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회는 군비축소를 호소해 왔다. 많은 이들은 무기를 충분히 비축함으로써 적에게 전쟁을 단념하게 하고 국가 간의 평화를 보장해주는 가장 유효한 방법으로 여기지만, 군비 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국가 간의 안전과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됨을 가르쳐 왔다"면서 "군비 경쟁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가공할 온갖 재앙을 일으키고 말리라는 것을 몹시 두려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에 평화를 주려고 오셨다. 포대기에 쌓여 구유에 누운 가장 무력한 갓난아기가 보여주는 평화였다"며 "아기는 누구의 것도 탐내지 않고, 빼앗지 않고, 감추지도 않으며 모든 것을 내어놓는다. 그리하여 누구도 아기를 적으로 여기고 맞서지 않는다. 우리 모두 이 갓난아기에게 배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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