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대담] 이석문 제주교육감 "IB도입-리더십 혁신 끊임없이 도전, 방향은 '교육 영합 주의'"

[제주의소리]와 송년·신년대담을 갖고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제주의소리]와 송년·신년대담을 갖고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대한민국 교육의 혁신모델을 제시했다'는 외부 평가와는 달리 제주교육계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어수선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교육과정. 심지어 예산심사 과정에서 초·중학교 IB 도입 예산이 삭감되는 위기에 봉착했지만,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정공법'을 통해 이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무상교육, 무상급식, 무상교복으로 대변되는 이 교육감의 정책 방향이 '포퓰리즘'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우리사회 가장 큰 문제인 양극화와 출산율 저하를 해결하기 위한 간곡한 노력"이라고 적극 소명하기도 했다.

이 교육감은 기해년(己亥年) 한 해를 돌아보고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아 <제주의소리>와의 송년 대담을 통해 제주 교육현안에 대한 평가와 그간의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이 교육감은 지난 2019년을 "한국 교육의 의미있는 변화를 이룬 한 해였다"고 자평했다. 그는 "한국어IB의 도입을 공식 확정했고, 평가 혁신의 대안적 모형으로서 IB의 가능성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 초선부터 제1공약으로 추진한 ‘고교체제개편’에 대한 결실이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도내 고등학교가 균형적으로 발전하면서 진학‧진로의 성과가 매우 좋게 나타났다"고 되돌아봤다.

특히 "내년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애월고 미술과‧함덕고 음악과도 안착하고 있다. 제주가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10년 연속 수능 표준점수 평균 1위를 차지한 것도 값진 결실"이라고 말했다. 제주4.3이 올바르게 기술된 '2020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안착된 것도 감회가 크다고 밝혔다.

가장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는 학생들의 '마음 건강' 문제로 불미스런 일이 잇따라 발생한 것을 꼽았다.

이전까지 이 교육감은 전국 최상위권의 성적과 청렴도 달성 등을 모두 뒤로하고 자신의 임기 동안 가장 큰 성과로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수 차례의 안타까운 비보가 전해진 한 해였다.

이와 관련 이 교육감은 "그동안 학생건강증진센터 내 소아 정신과 전문의를 2년 정도 채용됐다가 공백이 생기면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관리자가 전체적으로 교체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자성하며 "하반기에 전문의가 채용되면서 시스템이 안정화됐지만, 우발적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방안이 있으면 수용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최대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와 송년·신년대담을 갖고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제주의소리]와 송년·신년대담을 갖고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취임 초기부터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고교입시체제 개편은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봤다.

이 교육감은 "지난 1기부터 ‘고교체제개편’을 제1공약으로 추진했다. 도민과 교육가족들이 정책 방향에 지지하고 성원을 모아준 결과 읍면지역 고등학교가 고르게 성장했다. 과거의 경우 읍면지역 고등학교를 가면 최상위권 대학에 가지 못한다고 해서 제주시 동지역으로 집중됐는데, 고교체제 개편이 이뤄지고 읍면지역 고교에 대한 지원 속에서 최상위권 대학을 가는 사례가 만들어지며 새롭게 선택지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은 읍면지역 중학교 출신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제주시로 넘어오는 비율이 많이 줄었다. 연합고사를 위해 제주시 동지역 중학교로 전학오는 흐름도 멈췄다. 집에서 가까운 고등학교에 가는 흐름이 만들어졌다"면서 "이는 각 학교마다 좋은 진학 성과로 나타났고 지역 균형 발전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흐름을 안착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평가의 혁신'을 핵심 슬로건으로 내건 IB프로그램이 찬반이 엇갈리며 여전히 안팎으로 어수선한 점에 대해서는 "어떤 정책이든 찬반이 있다. 특히 IB는 대한민국에서 처음 도입, 추진하는 정책이라 개념 규정이나 향후 추진 방향 등에 대한 그림이 명확히 그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며 "정책 초기의 혼란이 나타나는 과정이라고 본다.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간극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전반적인 여론은 IB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감이 월등히 높다고 본다. 지난해 7월 제주도교육청이 의뢰해 리얼미터가 조사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도민 10명 중 7명이 IB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의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초중학교 IB 도입 예산이 삭감된 것과 관련해서는 "‘정공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 IB가 안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공감대를 넓히겠다"며 "표선고를 IB학교로 인증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IB 학교에 걸맞는 교사, 시설, 행정 시스템도 갖출 것이다. 표선고가 안착하면 자연스럽게 초중학교와 연결될 것이다. 학교들이 원하면 언제든 IB학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성산고의 해사고 건립 무산 등의 현안과 관련해서는 '도민의견 수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육감은 제주외고 전환에 대해 "공론화를 통해 일반고 전환을 결정하겠다고 도민들에게 말씀드린 바 있다. 성사 여부는 공론화위원회의 결과를 지켜보고, 결과를 보며 구체적인 입장과 계획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이어 "문제는 전환의 모형이다. 대안 없는 논의는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읍면 일반고로 전환할지, 제주시 동지역 평준화고로 편입할지 등을 놓고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제주의소리]와 송년·신년대담을 갖고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제주의소리]와 송년·신년대담을 갖고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제주해사고 설립이 무산된 성산고에 대해서는 "총동문회 등과 다시 협의하며 향후 추진 방향을 정리하겠다. 동문회의 의견으로 시작됐던 사안인만큼 교육청에서 강제하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1차적으로 동문 간 합의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올해 정리가 됐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다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이 교육감이 재선에 접어들면서 안전한 포퓰리즘 위주의 사업에만 주력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예산의 상당 부분이 시설비에 투자되고 있으며, ‘무상’을 내건 복지 위주의 사업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에 이 교육감은 "이미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간다는 의견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IB도입, 학교 리더십의 혁신, 행정지원의 혁신 등에 있어 이미 '이 정도로 멈춰도 될게 아니냐'는 목소리를 많이 듣는다. 선출직으로서는 이런 선택을 하기 쉽지 않다"며 "그러나, 이게 4년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교육 중심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 구조를 가져도 방향성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교육감은 "포퓰리즘의 뜻인 ‘인기 영합 주의’가 아닌 ‘교육 영합 주의’를 하고 있다. 시설비나 무상 복지 확충을 포퓰리즘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무상교육은 박근혜 정부 공약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교육부에서 무상교육에 대한 로드맵이 나왔는데, 박근혜 정부와 같았다.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면 어디선가 돌파를 해야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제주에서 도세 전출금이 상향됐을 때 어느 곳에 지원해야 하나 했을 때 대한민국 전체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라도 무상교육으로 가야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경자년 새해 역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에 대해서는 "IB 관심학교인 표선고를 안착하는데 주력하겠다. 중고등학교 전면 무상교복이 시행되는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1월 초에 시설 사업을 조기 발주하겠다"고 했다. 또 "4.3이 올바르게 기술된 ‘2020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쓰인다. 4.3평화인권교육이 전국으로 확산 되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 환경을 갖추는 데 지원하기 위해 학교 급식에 유전자를 변형하지 않은 농산물 ‘Non-Gmo 식품’ 사용을 늘리고, 급식에 대한 방사능 및 중금속 검사 횟수도 연 2회에서 내년부터는 연 4회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 교육감은 "우리 아이들도 ‘대상’이 아닌 ‘삶의 주체’로 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의 대부분인 수업에서부터 존중받아야 한다. 한 개의 질문에 한 개의 정답만을 요구하는 지금의 평가를 혁신해야 한다"며 "한 개의 질문에 백 개의 생각을 존중하는,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제주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주교육에 보내준 사랑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겨울 동안 아이들의 희망과 건강이 꽃피는 새 학년 봄을 충실히 준비하겠다. 2020년 새해 복 많이 받길 기원드린다"고 덕담을 건넸다. 

다음은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제주의소리> 송년·신년대담 요지.

Q. 2019년 지난 한 해 제주교육을 종합 평가해달라. 

=한국 교육의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룬 한 해였다고 자평한다. 한국어IB의 도입을 공식 확정했다. 평가 혁신의 대안적 모형으로서 IB의 가능성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 초선부터 제1공약으로 추진한 ‘고교체제개편’에 대한 결실이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도내 고등학교가 균형적으로 발전하면서 진학‧진로의 성과가 매우 좋게 나타났다. 내년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애월고 미술과‧함덕고 음악과도 안착하고 있다. 제주가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10년 연속 수능 표준점수 평균 1위를 차지한 것도 값진 결실이다. 4.3이 올바르게 기술된 ‘2020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보여드리게 된 것도 감회가 크다. 

Q. 이른바 ‘이석문 시즌 투’가 어느덧 반환점에 접어들었다. 두 번째 임기에서의 대표적 성과와 아쉬웠던 점 하나씩을 꼽는다면?

=객관식 위주의 수능 체제로는 4차 산업 혁명의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그래서 평가 혁신을 강조했고, 구체적 대안 마련을 위해 ‘한국어IB’를 도입했다. 2017년부터 추진을 했는데 결실이 이뤄져서 뜻 깊다. 아쉬운 점은 마음 건강 문제로 인해 불미스런 일이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성찰을 통해 마음 건강 문제를 더욱 체계적으로 돌보겠다. 생명 존중 교육을 충실히 하겠다. 

Q. 고교입시체제 개편의 골자였던 연합고사 폐지가 시행된 첫 해다. 지금까지의 고교체제 개편 과정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지난 1기부터 ‘고교체제개편’을 제1공약으로 추진했다. 도민과 교육가족들이 정책 방향에 지지하고 성원을 모아줬다. 그 결과 읍면지역 고등학교가 고르게 성장했다. 과거의 경우 읍면지역 고등학교를 가면 최상위권 대학에 가지 못한다고 해서 제주시 동지역으로 집중됐는데, 고교체제 개편이 이뤄지고 읍면지역 고교에 대한 지원 속에 최상위권 대학을 가는 사례가 만들어지며 새롭게 선택지가 생겼다. 읍면지역 학교로 진학해도 최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면서 제주시 동지역 학교의 경쟁도 상대적으로 완화된 것이 있다. 지금은 읍면지역 중학생 출신들의 최상위권 비율이 제주시로 넘어오는 경우 많이 줄었다. 연합고사를 위해 제주시 동지역 중학교로 전학오는 흐름도 멈췄다. 집에서 가까운 고등학교에 가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이는 각 학교마다 좋은 진학 성과로 나타났고 지역 균형 발전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 이민호군 사건으로 특성화고가 위축되긴 했지만 지속적인 활성화 및 홍보의 노력으로 취업에서도 의미있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 흐름을 안착하는 데 노력하겠다. 

Q.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IB프로그램과 관련해 안팎으로 어수선하다. 실질적인 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는 현 시점까지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데, 도민사회의 온도차가 극명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어떤 정책이든 찬반이 있다. 특히 IB는 대한민국에서 처음 도입, 추진하는 정책이라 개념 규정이나 향후 추진 방향 등에 대한 그림이 명확히 그려지지 않을 것이다. 정책 초기의 혼란이 나타나는 과정이라고 본다.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간극을 줄이겠다. 전반적인 여론은 IB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감이 월등히 높다고 본다. 지난해 7월 제주도교육청이 의뢰해 리얼미터가 조사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도민 10명 중 7명이 IB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말 개최한 ‘제주교육국제심포지엄’에서도 IB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Q. 심지어 도의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초중학교 IB 도입을 가로막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앞으로의 설득 논리와 복안이 있다면?

=‘정공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 IB가 안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공감대를 넓히겠다. 지난 12월 18일 IB 인증 담당 매니저들이 표선고를 방문해 IB 학교 인증 절차를 공유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표선고를 IB학교로 인증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IB 학교에 걸맞는 교사, 시설, 행정 시스템도 갖출 것이다. IB후보학교에 투입할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며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다. 표선고가 안착하면 자연스럽게 초중학교와 연결될 것이다. 학교들이 원하면 언제든 IB학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Q. 올해 들어 유독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학생들의 비보가 수 차례에 걸쳐 전해졌다.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는지? 또 앞으로의 대응은?

=그동안 학생건강증진센터 내 소아 정신과 전문의를 2년 정도 채용됐다가 공백이 생기면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관리자가 전체적으로 교체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하반기에 전문의가 채용되면서 시스템이 안정화됐다. 한편으로 전문가들은 (아무런 사고가 없었던)지난 3년이 운이 좋은 것이다 평가하기도 한다. 학생 정신 건강을 위한 가정에서의 협력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부모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데, 학교가 개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학교 관리자나 교사가 아이의 마음이 아프다고 진단하는 것과는 달리 부모 입장에서는 인정하는데 어려운 영역이 있다. 부모와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같이 치료해 나가야 하는데, 어떤 경우는 함께 논의되는 구조가 쉽지 않다. 또 한편으로는 우발적으로 이런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에 있었던 일들은 상당히 당혹스럽고 힘든 일이었다. 지금보다 더 나은 방안이 있으면 수용해 나가겠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최대한 해 나가겠다. 어떻게 조기에 발굴하고 가정과 학교가 같이 노력할 것인가 세심히 귀를 기울이겠다.

Q. 정부의 방침에 따라 제주외국어고등학교가 일반고등학교로 전환돼야 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이미 일반고 전환 시도가 무산됐던 전례가 있듯이 학교 구성원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 제주외고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공론화를 통해 일반고 전환을 결정하겠다고 도민들에게 말씀드린 바 있다. 성사 여부는 공론화위원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결과를 보며 구체적인 입장과 계획을 정리하겠다. 제주는 외고가 1곳이다. 공립이라 일반고 전환을 위한 논의의 부담이 다른 지역보다 적은 편이다. 문제는 전환의 모형이다. 대안 없는 논의는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읍면 일반고로 전환할지, 제주시 동지역 평준화고로 편입할지 등을 놓고 공론화를 거쳐야 할 것이다. 

Q. 역점적으로 추진해 왔던 성산고등학교의 제주해사고 건립도 무산되면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무척 아쉽다. 총동문회 등과 다시 협의하며 향후 추진 방향을 정리하겠다. 동문회의 의견으로 시작됐던 사안인만큼 여러 모형을 제안했던 것이 있다. 동문회에서도 한 편은 '해양 영역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의견이 있고, 또 한 편은 '변화를 통해 달리 가야할 것 아니냐'는 그룹이 부딪히고 있다. 교육청에서 강제하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런 부분들을 1차적으로 동문 간 합의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올해 정리가 됐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다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교육청 차원에서 계획을 표명하기가 쉽지 않다. 

Q. 연말을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제주4.3의 교과서 집필기준이 최종 반영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제주도교육청의 역할이 컸는데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4.3이 올바르게 기술된 교과서가 발간될 수 있도록 힘과 지원을 모아준 도민들과 4.3유족 및 관계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이전까지 대부분 한국사 교과서는 4.3을 한국전쟁 이전의 역사로 기술했다. 이러다 보니 4.3이 정부수립에 반대한 폭동이나 좌우대립의 소요사태 등으로 규정됐다. 교과서 편찬 때마다 4.3왜곡‧폄하 등의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4.3을 통일정부 수립 운동이 전개되던 시기에 일어난 민족사적 사건으로 새롭게 규정하기 위해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검인정 역사 교과서 4.3집필 기준 개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새로운 집필기준안을 마련했고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반영해줄 것을 교육부 등에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그 결과 2020년 3월부터 사용될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집필기준 개정 시안’에 4.3이 <8.15 광복과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의 학습요소에 반영됐다. 

Q. 출산인구 감소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제주지역은 특정지역에 학생이 쏠리는 현상 또한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또 같은 맥락에서 추진된 서부지역 중학교 신설 등이 미뤄지는 원인은 무엇인지?

=특정 지역에 도시 개발이 집중되면서 그 지역 학교에 학생 수가 급격히 몰리게 됐다. 도시 규모의 편차에 따라 학생 수 규모도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 삶의 공간과 학교가 떨어질 수 없기에 특정 지역에 학생 수가 몰리는 것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 신설도 여의치 않다. 시설과 생활 면에서 불편이 최소화 되도록 지원을 충실히 하겠다. 서부중학교는 부지 매입이 어려운 상황이다.후보지의 필지가 여러개여서 어느 한 곳이라도 동의가 안되면 진행이 안된다. 큰 덩어리 하나가 매입 동의돼 진행되는 정도에 와있다. 매입 가능성은 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내년 3월까지 매입에 최선을 다하겠다. 

Q. 전국 시도교육청의 의견과는 달리 대입 정책이 정시모집 확대 방안으로 가닥이 잡혔다.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논란이 정시확대로 귀결되는 모양인데, 이에 대한 의견은?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모두가 정시 확대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IB 도입이 왜 의미가 있냐면 정시확대라는 것은 학교 시스템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객관식 정답은 하나고, 정답 외에는 다 틀린 것이 된다. 중장기적으로 수능을 논서술형으로 바꾸겠다고 하면 가장 엄격해야하는게 표절이다. 정답이 있는 것을 베끼는 것인데, 이 시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다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평가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 아이들이 존중받기는 어렵겠다고 봤다. 이러한 미래 방향에 정시 확대는 맞지 않다는게 17개 교육감 전체가 합의한 내용이다. 정시가 40% 확대되는 과정에 교육감협의회에서도 끊임없이 점검하고 소통할 것이고 조정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Q. 일각에서는 이석문 교육감이 재선에 접어들면서 포퓰리즘 위주의 사업에만 주력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예산의 상당 부분이 시설비에 투자되고 있으며, ‘무상’을 내건 복지 위주의 사업이 주를 이룬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입장은?

=이미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간다는 의견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IB도입, 학교 리더십의 혁신, 행정지원의 혁신 등에 있어 이미 '이 정도로 멈춰도 될게 아니냐'는 목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이게 4년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교육 중심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 구조를 가져도 방향성을 가져가는 것이다. 선출직은 이런 선택을 하기도 쉽지 않다. 포퓰리즘의 뜻인 ‘인기 영합 주의’가 아닌 ‘교육 영합 주의’를 하고 있다. 시설비나 무상 복지 확충을 포퓰리즘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무상교육은 박근혜 정부 공약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교육부에서 무상교육에 대한 로드맵이 나왔는데, 박근혜 정부와 같았다.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면 어디선가 돌파를 해야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주에서 도세 전출금이 상향됐을 때 어느 곳에 지원해야 하나 했을 때 대한민국 전체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라도 무상교육으로 가야했다. 시설비의 경우 지난 3년간 제주의 인구가 폭증하지 않았나. 읍면지역 학교가 그 전에 통폐합 될 것으로 예상해 전혀 투자가 안된 상황이었다. 10년 이상 투자를 안했던 학교가 살아났고, 읍면지역 학교의 학생수가 늘어나는 모델이 만들어졌다. 투자를 해오지 못했던 곳에 필요한 투자를 하는 것 뿐이다. 시설비 확충은 안전과 건강의 문제고, 무상 복지 확충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양극화와 출산율 저하를 해결하기 위한 간곡한 노력이다. 이 정책 때문에 예산 운용에 문제가 생겼나. 재임 기간 동안 도세 전출 비율을 올려 예산을 더 확보했고, 교육청 빚도 없다. 오히려 교육과 무관한 거대한 시설을 짓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시설비와 무상 복지를 제외한다면 공약 사업의 예산은 얼마 되지 않는다. 

Q. 재선 과정에서도 초선 당시 탄탄한 지지층으로 대표됐던 진보 진영, 특히 전교조조차 교육감에 대한 비판이 날카로웠는데, 교육계 일각에서 지적해 온 ‘불통’ 이미지에 대해서는 탈피했다고 보는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이미지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불통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인 것이다. 상대가 불통이라 느낀다면 존중해야 한다. 문제는 이미지를 의식해 소신과 주관을 굽히는 것이다. 아이들 문제만큼은 소신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그게 도민들의 뜻이라 믿는다.  

Q. 이듬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은?

=IB 관심학교인 표선고를 안착하는데 주력하겠다. 중고등학교 전면 무상교복이 시행된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1월 초에 시설 사업을 조기 발주한다. 제주교육이 지역 경제에 힘이 되길 바란다. 4.3이 올바르게 기술된 ‘2020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쓰인다. 4.3평화인권교육이 전국으로 확산 되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 환경을 갖추는 데 지원을 확대한다. 학교 급식에 유전자를 변형하지 않은 농산물 ‘Non-Gmo 식품’ 사용을 늘린다. 급식에 쓰이는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및 중금속 검사 횟수도 연 2회에서 내년부터는 연 4회로 확대한다. 미세먼지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 다목적 체육관에 공기정화장치를 확대 설치한다. 생존 수영 교육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여 초등학교 전 학년이 생존 수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겠다. 

Q. 끝으로 송년과 신년을 맞아 도민들에게 당부와 덕담을 부탁드린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마무리하는 흐름이다. 내년엔 ‘2020 제주교육, 새로운 100년의 시작’을 열어갈 것이다. 100년 전 학생들은 삶의 주체였다. 학생들이 ‘민주공화국’의 시대를 열었다. 우리 아이들도 ‘대상’이 아닌 ‘삶의 주체’로 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의 대부분인 수업에서부터 존중받아야 한다. 한 개의 질문에 한 개의 정답만을 요구하는 지금의 평가를 혁신해야 한다. 한 개의 질문에 백 개의 생각을 존중하는,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제주교육’을 실현할 것이다. 제주교육에 보내준 사랑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겨울 동안 아이들의 희망과 건강이 꽃피는 새 학년 봄을 충실히 준비하겠다. 2020년 새해 복 많이 받길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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