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공사, 노조측에 9.9% 제안 했다가 ‘행안부 지침’ 들어 결렬 통보...협상 미숙 드러내

강경구 제주도개발공사 경영기획본부장은 27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조와의 최종 협상 결렬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경구 제주도개발공사 경영기획본부장은 27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조와의 최종 협상 결렬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 근로자들의 사상 첫 파업 대해 사측이 정부의 예산편성 지침을 어길 수 없었다며 뒤늦게 최종 결렬 사유를 제도 탓으로 돌렸다.

강경구 제주도개발공사 경영기획본부장은 27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경우 계속 기준을 어길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파국은 막아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오늘 새벽 2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며 “실무진에서는 노조의 입장을 최종 수용하려 했지만 규범을 벗어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에서 마련한 ‘2020년도 지방출자・출연기관 예산편성지침’에 따르면 총인건비 예산은 전년도 총인건비 예산 대비 행정안전부장관이 제시한 인상률 범위 내에서 설립 자치단체장이 최종 결정한 인상률을 적용해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2020년 행안부 제시 인상률은 4.2%로 자치단체장이 이를 초과한 인상률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개발공사의 설명이다.

최종 협상에서 개발공사는 총임금 대비 9.9%의 인상안을 두고 협의했다. 이중 4.2%는 지침내 최대치 인상분으로 적용하고 나머지 5.7%는 복리후생비로 적용하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 경우 복리후생비를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약 200만원의 임금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 사측이 복리후생비 명목으로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내년도 기준 18억원 가량이다.

이 내용으로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사측에서 느닷없이 자신들이 스스로 제시한 협상안에 대해 결렬을 통보했다.  

사측의 일방적 협상 파기에 대해 강 본부장은 “사측은 노조를 위해 최대한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했지만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미숙한 협상 진행을 일부 인정했다.

이어 “잠정 합의가 있었지만 협상 내용을 추가 검토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여러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약속을 안 지키려 했거나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의도된 거짓말이 아니라 규정 이해가 부족했다고 실토한 셈이다. 

강 본부장은 “새벽 2시까지 열띤 협의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규범을 준수해야만 했다”며 “지침을 어기고 단체협약을 맺으면 계속 기준을 어길 수밖에 없는 딜레마와 혼란이 있다”고 토로했다.

삼다수와 감귤가공공장 차질에 대해서는 “애초 1월1일까지 설비 정비가 예정돼 있었지만 그 이후 공장 운영은 어렵다. 현재로서는 대체 인력 투입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삼다수의 경우 비축물량이 있어 통상 수요량을 기준으로 한 달반 가량은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며 “파업 기간을 최대한 줄여서 도민들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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