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 제2공항 갈등과 강정의 교훈] 성산, 강정에서 배우다...고권일-강원보 공동대표 특별 대담

2000년대 이후 도민사회를 첨예한 찬반 갈등으로 몰아 넣은 국책사업으로 강정 제주해군기지와 제2공항 건설 논란이 현재 진행형이다. 도민의 자기결정권이 배제된, 국가와 지자체의 일방적인 국책사업 결정과 강행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수반하는지를 우리는 강정을 통해 뼈져리게 경험했다. 그러나 다시 제2공항 갈등이 강정의 전철을 답습하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강정의 교훈을 되새겨 제2공항 갈등을 진단해보는 송년특집 대담을 마련했다. 김봉현 편집국장과 고권일 강정마을반대주민회 공동대표, 강원보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공동대표(신산리장)이 제주의소리 스튜디오에서 지난 23일 만났다. / 편집자 주  

2007년 4월 시작된 강정 제주해군기지 찬반 갈등은 벌써 12년을 넘겼다. 제주 제2공항 건설 갈등도  2015년 11월 입지가 발표된 지 4년이 흘렀다. 

두가지 사업 모두 국책사업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정부와 제주도정이 앞장서서 지역주민의 의사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는 새로운 21세기를 시작하자마자 첨예한 갈등 현안으로 찬반 논쟁 속에 갇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3일 [제주의소리]가 2019년 한해를 보내고 2020년을 맞는 시점에서 고권일 강정마을 반대주민회 공동대표와 강원보 성산읍반대대책위 공동위원장, 김봉현 편집국장이 '제2공항 갈등, 강정에서 뭘 배워야 하나?'를 주제로 송년특집 특별대담을 가졌다.

ⓒ제주의소리
고권일 강정마을반대주민회 공동대표(가운데), 강원보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공동대표(신산리장, 사진 오른쪽)가 김봉현 제주의소리 편집국장과 '강정과 성산'으로 상징되는 국책사업에 의한 도민갈등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고권일 공동대표와 강원보 공동대표. 두 사람은 강정 해군기지와 제주 제2공항 반대운동의 최정점에 서있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주민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국책사업 추진으로 주민 삶과 마을공동체가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다.

강원보 공동대표는 "국책사업 관행이 무조건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서 강행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주민의 자기결정권은 늘 무시된다"며 "민주사회에서 국책사업이라 하더라도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것은 주민동의인데 대화하고, 타협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권일 공동대표는 원희룡 제주도정을 향해 쓴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원 지사가) 도민만 바라보겠다, 소통하는 도지사가 되겠다고 했는데 원 지사가 초심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충고했다.

고 공동대표는 "어떻게 하면 제주의 가치를 살릴 것인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하는 자세를 전향적으로 바꾼다면 얼마든 지 좋은 도지사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덧붙였다.

강 공동대표 역시 "원희룡 도정은 이미 제2공항을 확정해 놓고, 혹세무민하고 있다"며 "공론화를 요구하니 '국책사업'이라며 중앙정부 탓으로 돌리고, 도의회가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예산을 요청하니 일언지하에 잘라버렸다. 도민의견을 듣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고권일 대표는 제2공항과 관련, 서귀포시가 지역구인 위성곤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따끔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고 대표는 "지역구 의원의 입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당론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서귀포의 위성곤 의원은 처음부터 (제2공항) 추진 입장이었고, 지금은 어떤 (구체적) 입장도 내놓지 않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 대표는 "제주대 총학생회장 출신이기도 하고, 당시 제주도 개발특별법을 반대하며 산화한 양용찬 열사를 가장 생각해야 하는 게 위성곤 의원"이라며 "그런 분이 이제와서 제주 난개발 논란의 핵심인 제2공항 문제에 정치적 명분까지 잃어가며 애매한 행동을 하는 것은 젊은 시절과 너무 달라진 게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제2공항 도민 공론조사에 대해 강 공동대표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강 대표는 "제주도의회 특위에서 다각도로 공론화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숙의형 공론조사도 있고, 주민투표도 연구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숙의형 공론조사가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한다"며 "가장 적은 비용과 가장 효율적으로 도민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든 결과를 존중하고 그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고 대표 역시 "숙의형 공론조사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공론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숙의형 공론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동의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 강정마을, 해군기지 갈등 12년째 지속...완공됐지만 복원 안돼

▷김봉현 편집국장 = 제주의소리가 송년특집으로 특별한 대담 기회를 마련했다. 해 넘기는 제2공항 갈등 문제, 강정마을에서 배우다를 주제로 마련한 시간이다. 강정마을 반대주민회 고권일 공동대표. 제주 제2공항비상도민회의 상임공동대표 겸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공동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강원보 신산리장이 나오셨다. 두 분 어떻게 지내셨나? 

ⓒ제주의소리
고권일 강정마을반대주민회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고권일 강정 공동대표 = 해군기지 주변 환경감시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연산호 중심으로. 최근에는 강정천의 원앙이 천연기념물이기도 하고 집단적으로 서식하고 있기 떄문에 그것이 잘 보호될 수 있도록,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여러가지 활동하고 있다. 제2공항이 공군기지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해군기지를 시작으로 제주도의 군사기지화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연대활동 함께하고 있다.

▷강원보 제2공항 공동대표 = 올해부터 신산리 마을 이장을 겸임하고 있다. 제2공항 문제가 만 4년 1개월이 지났다. 올해 이장 임기 1년차 지나고 있는데, 크게 일상의 변화 없이 투쟁노선으로 가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생활에 밀착된 일을 하면서 큰 사업은 못하고 있지만 주민들을 단합시키고 공항 반대 단일대오를 만드는 취지로 활동하고 있다.

▷김봉현 국장 = 이장 직책은 봉사직으로서의 역할이 크지 않나. 제2공항 때문에 이장을 맡은 것인가, 원래 이장 생각이 있었나.

▷강원보 대표 =  제2공항 때문에 맡았다고 확실히 말하고 싶다. 경선을 해서 투표를 거쳤다. 제1공약이 '제2공항 반대활동 더 가열차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공항 투쟁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열심히 이장일도 하면서 반대 투쟁도 하고 있다.

▷김봉현 국장 = 이장직을 열심히 하는게 곧 제2공항 반대투쟁을 더욱 선명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제2공항 갈등의 첫 시작은 2015년 11월 10일로 기억하고 있다. 국토부와 제주도가 동시에 공항 계획을 발표해서 만 4년을 넘기고 있다. 강정마을은 지난 2007년 4월 마을 임시총회가 첫 시작이었다. 2007년 4월 25일 어촌계 임시총회, 4월26일 마을임시총회. 그렇게 시작된 해군기지 문제도 만 12년을 넘기고 있다. 두 사업 모두 소모적 갈등, 도민사회를 첨예하게 찬반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는 국책사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해군기지와 제2공항 갈등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반면교사로 삼아야할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보고자 만든 자리다. 강정마을 이야기부터 들어가 보겠다. 갈등이 여전가? 해군기지 갈등이 이제 13년째 향해가고 있는데, 마을 상황 어떤가.

▷고권일 대표 = 너무 오랜 싸움에 지친 것도 있지만, 해군기지가 건설이 돼버리지 않았나. 반대급부로 마을공동체를 회복시키고 마을을 발전시켜야겠다는 주민들의 수가 늘어났다. (절차를 무시하고 강행한) 해군에 대해 처벌을 하고 추진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공무원, 경찰에 대한 정확하게 진상규명을 해서 처벌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진 분들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그런데 올해 5월달에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그걸보면 2007년 4월부터 이 사업이 시작됐다고 볼 수가 없는거다. 2006년 9월부터 해군과 제주도정 공무원들이 직접적으로 강정마을에 와서 마을 이장과 전 이장, 유지들, 해녀들까지 포섭을 해서 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여러가지 지역발전 계획을 통해 마을을 잘 발전시켜주겠다, 이런 식으로 해녀들에게는 각 개인별로 2억원씩. 굉장히 많은 보상을 해줄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시작한 사업이다. 오히려 성산보다 더 악랄한 공작정치에 의해 시작된 사업이다,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있다.

▷김봉현 국장 = 당시 찬성했거나 반대했던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편함이 존재하고 있을 것 같은데. 

▷고권일 대표 = 그렇다. 중도층이 늘어나서 예전만큼 충돌하는 부분은 적어졌는데 찬반에 대한 갈등은 확실히 더 커지고 있다. 그런 점은 작년 국제관함식에서도 보여졌다.

▷김봉현 국장 = 작은마을에서 일어난 갈등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현재 세대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후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여러 전문가들도 우려했던 부분이다. 그래서 제2공항과 강정마을 문제를 따로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제2공항 갈등이 거센 성산읍 지역은 분위기가 어떤가.

ⓒ제주의소리
강원보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공동대표(신산리장) ⓒ제주의소리

▷강원보 대표 = 요즘 우리 마을은 농번기다. 수확철이어서 귤을 따고 있고, 귤 가격이 워낙 폭락해서 포기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월동무도 어렵다. 올해 태풍이 7번 왔다. 재파종, 재파종 하다보니 3~4번씩 파종한 사람도 있다. 파종 시기가 늦어져서 지금 수확할 무가 없다. 현재는 무 가격이 좋은데, 아마 수확이 이뤄지는 내년 1월 중순쯤 되면 홍수 출하로 무 가격도 폭락할 것이고, 작황도 안좋다. 제2공항 싸움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농약치러가고 농사하러 가고, 투쟁에서 한 발 물러선 느낌이다. 저희를 중심으로 3개 마을(신산리, 온평리, 난산리)이 함께 싸우고 있다. 3개 마을 지도부들이 항상 연계하면서 도민홍보도 나가고, 서울-세종시도 가고있다. 어쨋든 지도부는 싸우러 다니고 주민들은 주로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바쁜 시기다.

# 강정-성산...국책사업 밀어붙이기 '비극의 공통점'

▷김봉현 국장 = 생업과 투쟁. 주민 입장에선 물러설 수 없는 두가지겠다.  주민들이 이중고에 처해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강정마을과 성산읍, 성산읍과 강정마을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강 대표님이 생각하는 같고 다름이 무엇인지.

▷강원보 대표 = 같은 점은 공권력에 의해,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의 삶의 공동체가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고, 우리는 겪어가는 과정이란 점이다. 다른점은 싸우는 과정에서 강정은 한 마을이어서 나름대로 하나된 투쟁이 있었지만 우리는(성산읍은) 마을이 여러개다보니까 지역사회로 넓혀서 성산읍 문제로 키워가는 것 같다. 4개 마을이 반대하는 반면 나머지 10개 마을은 수혜지역이라는 인상 때문에 찬성 느낌이 강하고. 추진위원회도 만들어졌다.

▷김봉현 국장 = 강정마을은 '일강정'이라는 마을을 상징하는 단어도 있다. 그만큼 설촌 이후 이웃이 대대로 가족처럼 지내던 마을이었는데 해군기지 찬반으로 완전히 두 동강이 났다. 고 대표가 생각하기에 강정마을과 성산 제2공항의 같고 다름은 무엇인가.

▷고권일 대표 = 강원보 대표가 말한것처럼 국가가 하나의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이 너무나 일방적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판단할 기회를 줘야 했다. 강정의 해군기지가 강정만의 문제였나. 그렇지 않다. 제주 전체의 문제고 한반도의 문제다. 특히 군사기지 문제는 전세계적인 문제다. 동북아시아에서의 전략적 거점 역할을 제주도가 하게되면 굉장한 판도 변화가 오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남북통일 문제까지 저해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이것은 강정만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그래서 해군기지 문제가 전국, 국제적인 연대까지 되고 있다. 지역사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제2공항이든 제주해군기지든. 특히 해군기지 들어오면서 지역 해양생태계가 파괴됐다. 이웃마을인 법환어촌계 등도 같이 싸웠던 이유다. 실질적으로 해군기지가 건설된 이후 서귀포시의 한치(오징어) 수확량이 급감하고 각종 어패류 수확도 낮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바다가 거의 사막화 됐다. 해군기지 영향이 클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해양환경 조사를 제주도에 요구한지 4년째 됐다. 그런데 이전 자료가 없다보니까 지금 자료로서는 해군기지 때문에 상태가 나빠졌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 물은 한번 쏟아지면 다시 주워담을 수 없는 것이다. 제2공항 문제도 한번 지옥의 문이 열리고 나면 다시는 닫을 방법이 없다. 도민사회가 관심 많이 갖고 제주도가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김봉현 국장 = 주민자치, 주민 자기결정권이라는 측면서 바라보자. 제2공항도 해군기지도 마찬가지인데 두 사업 다 국책사업이지만 해당 사업부지에 거주하고 있는, 또는 해당 사업부지를 연고로 살아온 지역주민들이 사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반대 투쟁 과정에서 고민해봤을 것 같다. 고 대표 어떻게 주민의사를 반영할 수 있을지.

▷고권일 대표 = 사실은 갈등 해소를 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위원회가 구성되는 것이 마땅하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갈등조정 기구가 있다. 법률적 권한은 물론 직접적인 수사권, 기소권까지 지니고 갈등조정에 들어가서 그간 위법하게 추진된 것은 없는지, 어떤게 쟁점인지, 해소방안은 없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지역주민과 대화를 통해 필요하다면 사업 자체를 백지화시키는 권한을 가진 갈등조정 기구가 선진국일수록 잘 구성돼 있다. 대한민국도 국제사회에서 선진적인 역할을 해나가고 있고 위상도 높아졌는데, 그정도의 갈등조정 기구가 마련돼있지 않다는 것은 정치적 역량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법제화가 더 필요한 부분인지. 사회적으로 빨리 결집이 돼 그런 기구가 출범했으면 좋겠다.

▷김봉현 국장 = 갈등조정기구라는 것이 사업을 무산시키기 위한 기구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지역주민들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지 않겠나.

▷고권일 대표 = 그렇다.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면 훨씬 좋은 대안이 나온다. 기존의 국가가 제시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사업을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고민해봤더니 애초부터 정당화시킬 수 없는 사업이라면 백지화할 수도 있는 것이고.

▷김봉현 국장 = 합리적 결정을 유도하는, 주민의 의사가 반영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정책결정을 유도하는 기구여야된다는 것이지. 과거 군사독재시절이라면 아무 문제없이 통용됐을 것이다. 정책 결정권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시대였는데, 이제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나. 

▷강원보 대표 = 사실 국책사업 관행이 무조건 정해놓고 맞춰서 추진하는 것이다. 거기에 주민 자기결정권은 무시된다. 이미 해놓은 상황에서 맞춰가는 구조다. 국책사업을 하냐 안하냐를 결정하는데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것은 주민 동의다. 그 사업에 의해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주민들의 의사를 먼저 물어보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정해놓고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들여서 사업을 성사시키고 갈등으로 인해 큰 고통을 치르게 된다. 사실 주민자치와 주민동의는 같은 맥락은 아니라고 본다. 주민자치를 했어야하는게 아니다. 민주화 된 사회에서 아직까지 사업 주체가 공권력이 추진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피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안되면 사업 포기해야지.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사업이 과연 좋은 사업이겠나. 대화하고 타협하고 설득하고 해서 그런 과정을 안 거치다보니까 문제가 된 것이다.

ⓒ제주의소리
고권일 강정마을반대주민회 공동대표, 강원보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공동대표(신산리장)는 강정과 성산 모두에서 경험하고 있는 '주민이 배제된' 국책사업 결정에 대해 국가차원이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국장 = 어떤 사업이든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을텐데 정부가 이 사업이 국가와 지역주민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주민들에게도 순기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해야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그 과정이 다 배제됐기 때문이이라는 것인가.

▷강원보 대표 = 저희가 반대를 하지 않나. 반대하면 무조건 나쁜 것인가? 그걸(반대운동을) 공공에 반하는, 개인적인 님비(NIMBY) 현상으로 폄훼해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희생해 제주도가 좋아진다면 희생할 수도 있다. 그건 설득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그렇지 않나. 물론 다수결도 중요하지만 소수의 의견도 중요하다. 그럼 소수를 설득하면 되는 것인데,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알면 알수록 이건 제주도를 난개발로 몰아가는 것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위반하고, 용역도 부실, 조작, 왜곡, 사기까지 밝혀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따르겠나. 선택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정당성을 갖고 추진하라 하는 것이다.

▷김봉현 국장 = 강 대표에게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 국회의원 보좌관 활동을 한적이 있지 않나.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갈등을 겪을 때, 제2공항 갈등이 일어나기 이전이다. 해군기지 갈등에 대해, 지금처럼 강정마을이 성산읍과 연대해서 이 갈등의 문제를 바라보고 같이 연대하는 과정이 있지만, 이전에는(정치활동 당시) 강정 해군기지에 대해 솔직히 어떤 입장이었나. 

▷강원보 대표 = 당시(강정 해군기지 결정) 서귀포시 지역구 국회의원 보좌관이었다. 해군기지 문제 익히 알고 있었다. 당시 초창기에 민군복합항으로, 원래 해군측의 논리가 남방항로를 확보하고 보호하겠다는 논리였고, 그걸 강행하겠다는 것을 강정 주민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민군복합항으로 만드는 과정도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말이 민군복합항이지 해군이 들어온 상태에서 크루즈선 한다고 얘기하지만, 해군측은 목적 달성한 것이고 주민들은 피해를 봤다. 저도 현장에 가서 현애자 의원(민주노동당)과 구럼비 바위에 가서 천막도 치고 같이 회의도 했다. 당시 정치권의 책임이 굉장히 많다고 본다. 저도 정치에 잠시 몸 담았던 사람으로서 자책감을 갖고 있다.

#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 재보완...주민 자기결정권 찬스

▷김봉현 국장 = 제2공항 입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가 국토부로부터 전략환경영향평가 관련해서 재보완을 요구한 상태다. 당초 국토부는 올해 연말까지 이르면 지난 11월에 기본계획 고시할 계획이었는데,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의 쟁점은 어떤 것인가. 

▷고권일 대표 = 가장 큰 것은 주민수용성 문제다. 공항이 들어서면 조류를 유도할 수 있는 시설들, 농장이나 양돈장, 양어장까지도 저촉을 받는다. 제주가 관광산업으로 먹고살기도 하지만 지역을 떠받치는 것은 1차산업이다. 이것은 전면적으로 피해를 받는다. 공항 부지가 어마어마한 면적이다.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이런 불이익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부분에 동의를 구했냐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부도 제주도도 그런 정보를 공개한 적이 없다. 오히려 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 모든 것이 주민들은 왜 뒷전인 것인가. 애초에 문제가 나왔으면 어떤 주민들도 동의하기 어려웠겠지. 그래서 정보를 숨기고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보상으로 처리하겠다는 전근대적인 방식을 우리는 보고 있다.

▷김봉현 국장 = 마을에서는 환경부가 재보완 요구한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강원보 대표 = 환경부 재보완 문제를 보면 KEI는 철새 문제에 대해 상당히 자세하게 보고 있다. 환경부는 그런 문제는 뺐다. 봄 철새까지 확인하려면, 보완 차원에서 아마 내년 상반기까지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기본계획 고시를 연기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어간에 주민의 자기결정권을 위한 도민들이 결정할 수 있는 찬스가 생겼다고 본다.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김봉현 국장 = 의회도 제2공항 갈등에 대해 특위를 구성해서 이런저런 활동을 개시했다. 특위가 구성되도록 결정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논란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었다. 마을에서는 특위를 바라보는 평가는 어떤가.

▷강원보 대표 = 특위를 구성할 때 공론화특위 명칭으로 생각했는데 명칭부터 의원들의 찬반이 갈려 수정되는게 마음이 아팠다. 제주도의 문제를 도민들이 결정하는게 무엇이 문제였나. 특히 도민들의 대의기관인 의회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게 마음이 아팠다. 그나마 지금 특위가 구성돼 로드맵이 나오고 토론회도 하는 등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게 빨리 진행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하기 전에 도민의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김봉현 국장 = 강정 해군기지 결정 과정에서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어떠했나.

▷고권일 대표 = 만족하지는 못하다. 당시 국회의원 3명이 강창일, 김우남, 김재윤 3명의 국회의원이 있었는데 합동 기자회견도 여러차례 했었고 평화의 섬에 대한 의지를, 평화의 섬 지정된 이후 해군기지가 동시에 추진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특히 김재윤 의원은 3선때는 국방위 상임위에 들어가서 해군기지 문제를 본격적으로 활약해줬지만 아무래도 강단있게는 하지 못한 것 같다. 

▷김봉현 국장 = 당시 보좌관이 옆에 있어서 너무 약하게 말씀하시는 것은 아닌가.(하하) 

▷고권일 대표 = 당시에 그 부분에 있어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가 넓었다고 생각해 계속 접촉을 시도했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것에 절반도 못했다. 특히 예산 관련해서는 제주지역 강창일 의원이 항상 상임위 예결산위원회 들어갈 때가 많았는데 예산이라는게 참 어렵더라.

▷고권일 대표 = 아까도 얘기했지만 주민수용성이 당시 환경영향평가를 보면 서쪽으로는 화순까지, 동쪽으로는 서귀포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이것이 알려지지가 않은 것이다. 군함들이 계속 입출항을 하고, 거기 군함들이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독성물질이 있는 페인트를 바르고 다닌다. 꾸준히 그 물질에 노출되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정보가 처음부터 공개됐다면 주민들 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체가 자기결정권을 갖고 사업을 바라볼 수 있지 않았겠나. 그렇지 않으니 도민들이 민군복합항 하면 '돈되는 사업인가보다' 경제가 발전할 줄 알고 찬성하는 분도 꽤 많았다. 막상 완성되고나서 크루즈가 2번 들어왔다. 경제가 발전했나? 서귀포 인구 늘었나? 그렇지 않다. 환경만 악화됐다. 우리가 모니터링해보면 군함이 딱 60차례 들어왔다. 180척 중 60번 들어왔는데, 그것도 12월에 해상조난사고가 있어서 10여차례, 그전에는 한달에 6~7번 밖에 안들어왔다. 20일 정도는 텅텅 놀고 있다. 놀고먹는 해군기지 지어놓고 환경은 악화되고 지역경제 도움이 안되고. 도민들이 왜 처음부터 몰랐을까. 정보만 공유됐다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김봉현 국장 = 크루즈는 변수가 있지 않았나. 중국과 외교 문제가 아니었으면 들어올 개연성이 충분했던것 아닌가. 다만, 문제는 민군복합항이라 하면서 민간 항만과 군 항만이 본질적으로 구분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런 것이 핵심이어서 '무늬만 민군복합항'이라는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고권일 대표 = 최근에 제주도가 신항만을 탑동에 하겠다고 하지 않나. 외항도 크루즈가 10만톤 들어올 수 있다. 그런데 22만톤까지 들어오는 신항만을 만들면 거기에 모든 인프라가 구성돼 있는데, 제주에 들어오는 크루즈는 전부 거기로 갈 것이다. 거기다 군 통제까지 받는 강정항으로 들어오는 크루즈가 있겠나.

김봉현 제주의소리 편집국장이 고권일 강정마을반대주민회 공동대표, 강원보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공동대표(신산리장)와 강정의 교훈을 되새겨 제2공항 갈등을 진단해보는 송년특집 대담을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제주의소리 편집국장이 고권일 강정마을반대주민회 공동대표, 강원보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공동대표(신산리장)와 강정의 교훈을 되새겨 제2공항 갈등을 진단해보는 송년특집 대담을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국장 = 이명박 당선인 시절로 기억한다. 당시 해군기지에 대한 도민 반대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민군복합 관광미항이라는 당근을 정부가 꺼냈는데 당시 국무총리였던 한승수 총리가 브리핑하기를 당시 15만톤급 크루즈 2대가 동시에 입출항 할 수 있는 국제적 미항을 만들겠다고 했다. 당시 기준으로 전세계에 딱 7대 밖에 없는 15만톤 크루즈 중에서 2대가 동시에 제주 강정항에 들어오는 그 계획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지적한 바 있었다. 지금 고 대표가 지적한 것은 제주신항만이 들어서면 강정항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인가? 

▷고권일 대표 = 저도 신항만 찬성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환경파괴지 않나. 제주가 무한대로 관광객 수용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맞지 않다. 경제 문제가 중요하다고 해도 방법론이 달라져야 한다. 적절한 수용력을 갖고 그것에 맞는 정책이 이어져야지 무한대로 담아놓겠다는건 광주리에다 넘치는 물을 쏟는 것과 다름없다. 제주가 앞으로 어떻게 되겠냐는 질문을 도민들에게 던져야 한다.

# 원희룡 도정, 도민 섬기는 게 아니고 군림하는 모습

▷김봉현 국장 = 말씀 중에 주민수용성, 도민의 자기결정권, 주민자치, 여러가지 얘기가 나왔지만 현재 민선 7기 원희룡 도정이 제2공항 문제를 다루는 방식과 태도에 대해 강 대표장의 생각은?

▷강원보 대표 = 제가 느끼는 것은 원희룡 도정은 이미 제2공항을 확정해놓고 그것에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처음 공항 유치했다고 개선장군같이 행동을 했다. 주민들에게 청사진도 그려줬다. '지역균형발전, 공항 주변 에어시티 만들어서 여러분 행복해질 것이다', 사실 제2공항 찬성하는 지역주민도 있다. 추진위 보면 '균형발전'이라는 말을 한다. 어떻게 공항이 들어서면 발전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도시화는 되겠지만 도시화와 균형발전은 다르지. 진짜 발전은 주민들이 행복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지 않나. 그렇게 봤을때 원 지사의 공약은 틀렸다. 혹세무민하고 있다. 지금도 저희와 대화하는 도정의 태도를 보면 무조건 자기가 불리하면 중앙정부 탓 돌리는 것이 많이 보였다. 공론화 요구하니까 '국책사업이다'. 제주도지사가 도민 의견 수합하는게 무슨 문제가 되나. 그리고 공항추진단이라는 조직을 만들어서 아주 열정적으로 공항을 만들려는 것이 본인의 미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정치적 입지를 비롯해서. 지금 도의회에서 보면 도민의견 수렴하는 예산 일언지하에 도지사가 잘라버렸다. 그것만 봐도 도민의견 듣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공항은 전문가들이 결정하는데 아마추어인 도민들이 어떻게 결정할 수 있겠나고 반문한다. 그런 위험한 결정을 도민들이 할 수 있겠나고도 한다. 도지사의 머릿속에는 도민을 섬기는게 아니고 도민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것 같다.

▷김봉현 국장 = 민선7기 취임하면서 원 지사가 '도민만 바라보겠다'는 발언을 반복적으로 인상깊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원 지사 입장에선 억울하겠다는 생각도 들 수 있지 않나. 당시 제2공항이든 신공항이든 공항 인프라 확충은 도민사회의 숙원 사업이었다. 여론은 그랬다. 언론도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지 않았고, 10여년 넘게 더 많은 관광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공항확충을) 대명제로 판단하고 원 지사가 정치력을 발휘해 제주도의 공항 인프라 확충 역할을 했는데, 하고보니 반대가 심해져서 결과적으로 난감하고 한편으로는 억울하다고도 생각할 것 같다. 이 점에 대해선? 

▷고권일 대표 = 어떤 문제든 사회적 문제는 시대에 따라 변화된다. 특히 그런 변화는 갑자기 오는게 아니다. 축적된 문제로 인해 인식이 전환되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시각이 생기면서 변화가 오는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관광정책을 하다보니 교통지옥이 됐고 쓰레기 문제, 환경파괴, 오수가 바다에 들어가는 문제가 있다. 관광객이 직접 들어가는 동네는 젠트리피케이션 원주민이 떠나가고 있다. 시끄럽기만 하고 자꾸 자기네 집 기웃거리고. 이런 문제를 겪으면서 도민들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걱정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원 지사가 초심을 잃어버린게 아닌가. 도민만 바라보겠다, 소통하는 도지사 되겠다, 제주의 가치를 지키겠다가 공약의 핵심이었다. 그렇다면 변화된 도민사회의 여론이 왜 생겼는지 다시 한번 기초부터 보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하면 제주의 가치를 살릴 것인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자세를 전향적으로 바꾼다면 지금부터라도 얼마든지 좋은 도지사로 기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봉현 국장 = 오래전부터 제주도 인구가 100만은 돼야하고 관광객 1000만은 돼야한다는 논리가 있었다. 경제학자들이 주장했고 언론도 그 논리를 폈다.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관광객 500만 정도였지만 이제 십수년만에 관광객 1500만명 넘었고, 인구는 55만명에서 벌써 70만명에 육박했다. 거기에 1500만명 관광객 체류일정을 분산시켜 합산하면 하루에 도민과 관광객까지 총 80만 정도가 매일 제주에 상주하는 시대가 됐다. 아직 100만명에 훨씬 미치지 못했지만 벌써 쓰레기, 하수, 소음, 교통 등 제주 전체가 그야말로 홍역을 앓고 있다. 시대는 변화하지만 그 변화가 갑자기 오는게 아님에도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은 당연하다. 

▷고권일 대표 = 제주시에 과밀 현상이 있고 지역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 정책이 잘못됐다는 반증이다. 적절하게 배분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정해져야 하는데, 지금의 방향은 공항 들어서면 그쪽으로 분산될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주는데 과연 인구가 그쪽으로 이동하겠는가. 오히려 다른 문제를 양산할 것이다. 환경문제, 쓰레기, 정주 문제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없이 단지 관광객 수용력만 생각하고 문제를 풀어가서는 결코 도민 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 

▷김봉현 국장 = 성산읍을 예정부지로 하는 제2공항이 공항인프라 확충이 도민 숙원사업이었을 당시 '현 제주공항이 국제공항 기능을 제대로 하고있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이 컸다. 그렇게 시작된 논의가 성산읍을 예정부지로 하는 제2공항은 현재 국내선 50%를 맡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뭔가 단단히 잘못이다. 24시간 자유로운 국제공항이 아니라 국내선 50%를 맡는 국내공항이라? 논리의 모순이라는 지적이 크다.

▷강원보 대표 =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제기한 수용력 문제, 150만평 공항을 짓는데 당시 국제공항 짓겠다고 했지만 검토해보니 국내선 50%만 분산한다고 했다. 현 제주공항보다 더 큰 공항을 지으면서 제주공항에서 국내선 50%만 가져오겠다는 것은 말도 안되지 않나. 남은 공간은 어떻게 할거냐. 

▷고권일 대표 = 어디가서 뺨 맞을 소리일수도 있다. 정말로 신공항이냐, 제2공항이냐 도민들이 결정한 바 없다. 만약 제주공항 주변에 사는 외도나 사는 분들, 소음 문제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나. 24시간 공항으로 만들겠다고 하면 (서귀포시 대정읍)신도리쪽이 바닷가에 접해있고, 거기를 신공항으로 가서 제주공항을 폐쇄하고. 오히려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겠지. 24시간 국제공항. 소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신도공항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엉뚱하게 성산으로 갔느냐. 그것도 사전에 어떤 여론에도 노출된 적이 없던 온평으로 결정되는 순간 우리는 깜짝 놀랐다. 주민들도 모르게 이렇게 결정되는 법이 어딨나. 애초에 도민 숙원사업이라고 했던 관광인프라 확충에 대한 어떤 해결책도 아니었다고.

▷강원보 대표 = 사타(사전타당성 연구)에서 세가지 대안 중 하나로 신공항이 나온다. 전임 도정에선 신공항을 크게 지어서 현 공항 폐기한다고 했는데, 원 도정에서는 주민 반대로 주변 상권이 피해를 입을 우려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그건 굉장히 정치적이다. 진정으로 제주도를 지키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 기준에 따라 신공항이 필요하면 그런 것을 감수해야지. 그렇게 자기 편한대로 결정하는 것이다. 

▷김봉현 국장 = 국토부와 제주도가 제2공항 발표할 당시, 2015년 11월10일이다. 당일 처음에는 제2공항 후보지는 신산지구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신산이 아니라 온평이 사업부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한 시간만에 다시 국토부와 제주도가 신산지구가 아니라 온평지구로 변경을 한다. 그 몇시간 사이 혼선을 빚다가 다시 같은날 오후에는 성산지구라고 세번째 타이틀을 바꾸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용역이 부실했다는 방증이란 지적이다. 화제를 바꿔서 제주출신 국회의원들에 대해 얘기해보자. 제주를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들의 입장도 명확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어느 국회의원 발언이 문제가 커지기도 했다. 과거 해군기지 당시에도 비슷했다. 국회의원들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제2공항 지역구 위성곤 의원, 정치적 명분과 젊은 시절 '자기부정

▷강원보 대표 = 현 정부에서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명확하게 입장 표명을 안하는 자체가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조용히 묻어가겠다는 발상이다. 특히 제2공항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지역주민들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실시설계 예산 삭감 문제로 만나면서 부탁하고 설득하고 열심히 쫓아다녔다. 그래도 중요한 시점에서는 3명 국회의원이 결정할 것으로 본다. 부대의견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저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다. 저희로서는 정치인들이 당당하게 책임지고 의견을 분명하게 밝혀 자기 지지기반으로부터 판단을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고권일 대표 = 말씀을 들어보면 더불어민주당 같은 경우 해당 지역구 의원의 입장을 가장 중요하게 당론을 결정하고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서귀포의 위성곤 의원은 처음부터 추진의 입장에 있었고. 지금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봉현 국장 = (위성곤 의원이) 최근에 (제2공항)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지역 주민 갈등 풀어야한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지 않나?

▷고권일 대표 = 그러면 결론을 내리지 말고 지역민들의 숙의형 공론화를 통해서. 반드시 숙의형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먼저 주장하시고. 갈등 해소한 다음에 결론을 내겠다고 나와야지. 그런 입장을 못내겠다는건...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분이 제주대 총학생회장 출신이기도 하고 당시 양용찬 열사 추모위원이기도 했다. 그런 분이 이제와서 제주를 난개발의 핵심사업인 제주 제2공항에 정치적 명분까지 잃어가며 그런 모습을 취한다는 것은 너무 젊은 시절과 지금의 모습이 달라진게 아닌가. 자신의 인생관까지 바뀐게 아니라면 정신을 차려달라고 말하고 싶다.

▷김봉현 국장 = 일부 격앙된 표현이 있지만 그것이 주민들의 솔직한 속내라고 생각한다. 특정 국회의원의 문제라기보다 정치권 모두에 바라는 당부로 읽힌다. 이제 오늘 대담이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 말미에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제2공항 문제에 대한 대통령 발언에 대해 제2공항 찬성측과 반대측의 해석이 달라서 서로 아전인수하는 것 아닌가하는 논란이 있다.

▷강원보 대표 = 당시 발언에서 굉장히 상황 인식을 못하고 있다, 보고체계가 막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민이 제2공항 찬성해서 결정된 것이라고 한 것은 잘못된 정보다. 절차적으로 도민이 결정하면 반영하겠다고 의무적으로한 것이다. 우리는 도민들이 추진하는 공론화 결과가 도민이 제2공항 하자고 하면 절대 복종하겠다, 수용할 것이다, 엄청난 각오를 하고 있다. 대다수의 도민들이 제2공항 찬성하겠다고 주장하는 원 지사나 찬성단체에서는 왜 그걸(공론조사를) 안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고권일 대표 =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대통령의 제일 마지막 말이 '도민이 결정하면 따르겠다'였다.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 그 전 것은 상황 인식이 잘못됐다고 해도 결론은 도민이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것이지 않나. 그러면 이제 (공론조사로)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김봉현 국장 = 답은 아주 명쾌하다는 주장이다. 대통령 말씀이 도민이 결정하면 정부가 도민 의사를 존중해서 결정을 따르겠다는 것이란 주장이다. 그렇다면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해석이 다르고 논란이 있지만 공론조사 방식에 대해 하고픈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도의회 특위에 조언한다면?

# 제2공항 숙의형 공론조사가 가장 '적합'... "어떤 결과든 존중하고 따를 것"

▷강원보 대표 = 도의회 특위에서 다각도로 공론화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숙의형도 있고 주민투표도 연구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숙의형 공론조사가 가장 합리적이다, 가장 적은 비용과 효율적으로 도민의견을 반영할 수 있고, 찬성과 반대측이 설명할 기회가 있고.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든 존중하고 그에 따를 생각을 갖고 있다.

▷고권일 대표 = 저도 숙의형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겠나 넌지시 말씀드렸다. 어쨋든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시민이 정치의 영역에서 정책을 직접 연구하고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 숙의형 민주주의 토론이다. 굉장히 좋은 방법이고, 그 방법을 통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스스로 자양분 삼아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숙의형 공론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봉현 국장 =  끝으로 두 분 도민사회에 도민들께 제2공항 문제, 여전히 해군기지가 건설됐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제2공항과 해군기지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고권일 대표 = 해군기지가 처음에 우리가 우려했던 그런 여러가지 상황들이 많이 눈 앞의 현실로 드러났다. 핵잠수함도 그렇게 미국의 이지스함뿐만 아니라 핵항공모함까지 들어오면서. 거기다 7함대 사령관이 기지를 방문하고 아시아태평양 안보전략 포럼 형태로 그 안에서 열리기도 한다. 변화한 안보 정서에 맞는 해군기지 역할에 대해 해군이 뭔가를 하는데 노출되지 않고 있다. 이런 부분이 앞으로 제주지역의 평화와 도민의 정주권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 제주도가 평화의 섬 가치를 실현시키고 삶의 터전으로서, 관광객들 입장에서는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힐링이 되는 섬, 이게 함께 모이고 협조되는 섬이 돼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한번 들어온 해군기지라고 관심 끊지 마시고 이 해군기지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을 놓지 않고 지켜보고 있으니 함께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공항 문제 적어도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가 우선되는 결정방식으로 문제가 풀릴 수 있도록 옆에서 지원하고 함께하겠다.

▷강원보 대표 = 도민 여러분들이 보면 제2공항 문제 반대측의 사람으로서 응원하는 사람과 미워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눈 앞의 조그만 이익 때문에 경기가 어렵지 않나 경기 부양책 균형발전 온갖 미사여구 동원하면서 추진하려는 세력들이 그 분들이 눈 앞의 이익만 보지 먼 미래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건설경기 어려우면 제주도 땅 다 갈아엎어야 하나.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빌려서 사용하는 것인데 남겨줘야지. 발전 문제 찬성하는 측도 인정하는데, 그러면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자는 것이다. 지면 승복하고, 고민이 제주미래 결정한다는 목적으로 깊이 생각해주시고. 무조건적인 반대, 찬성이 아니지 않나. 각각의 논리가 있는 것이다. 그게 납득이 안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겠나. 대통령도 잘못 알고있는게 다수가 결정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공론화에서 찬성이 많이 나오겠지. 당장의 눈 앞만 보지 말고 제주도의 100년 미래를 생각해달라.

▷김봉현 국장 =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가면서 두 분과 대담을 나눴다. 제주사회는 수눌음이라는 아름다운 정신을 지닌 공동체다. 강정 해군기지, 제2공항 갈등 문제, 한 해 동안 제주사회를 뜨겁게 달궜지만 여전히 갈등을 남긴채 2020년을 통해 가고 있다. 새해에 제2공항 갈등 현안, 이미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교훈삼아야할지 그 지혜를 도민사회가 수눌음의 지혜로 모아주길 당부드리며 대담을 마친다. / 기사 정리 = 이승록 기자, 대담 워딩 = 박성우 기자, 영상 촬영 = 김제남·송은민 PD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