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世通, 제주 읽기] 153. 구본권, ‘공부의 미래’, 한겨레출판, 2019.

구본권, ‘공부의 미래’, 한겨레출판, 2019. 출처=알라딘.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미래를 바꾼다고 한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모든 사람들이 그 변화와 충격에 대해서만큼은 이견이 없는 모양이다. 현기증 나는 세상의 변화 앞에서 학교와 공부도 위기에 처했다. 먼저, 우리가 공부하는 지식이 앞으로도 얼마나 쓸모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변화하는 세상 앞에서 오늘의 지식이 내일에는 거짓이거나 의미 없는 정보에 불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하는 것일까?

하버드대 물리학자 새뮤얼 아브스만은 ‘지식의 반감기(the half-life of facts)’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지식도 유효기간이 있는데, 디지털 세상인 오늘날의 지식은 지식의 수명이 극히 짧아졌다는 것.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사회에 나갈 때면 사용 가치가 없게 될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착실하게 배운(암기한) 지식을 세상에서 써먹는다는 생각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된 것 같다. 유발 하라리 같은 역사학자도,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의 거의 대부분이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첫 번째 직업이 아니라 여섯 번째 직업을 위해 준비하는 곳이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도 있다. 존 듀이가 삶과 배움을 함께 본 것처럼, 이제 배움은 평생 계속되는 과정이다.

‘공부의 미래’를 쓴 <한겨레신문>의 구본권 기자는 IT 전문 저널리스트다. 그는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를 알리고 토론하는 동안 많은 학생, 학부모, 교사 독자들과 만나면서 교육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자동화에 밀려나지 않으려면 어떤 직업을 가져야할지,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할지, 무엇을 또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같은 질문이다. 

물론, 누구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저자가 인용했듯이, 미래란 알 수 없다는 것, 그것만이 확실하다. 하지만, 현재 추이를 살펴본다면 변화의 큰 방향은 내다볼 수는 있다. 변화를 무시하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것보다는 미래를 훨씬 충실하게 대비할 수 있다. 또한 전통을 버리고 변화를 선택하는 것만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도 아니다. 지켜야할 것과 바뀌어야할 것이 모두 존재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구글(Google)은 최근에 편리한 인공지능 통역 기능을 내놓았다.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만 있으면 44개국의 외국인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계 번역이 향상된다고 외국어 학습이 전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구본권 기자의 말처럼, 인공지능이 전적으로 우리의 소통 능력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며, 섬세하고 정확한 외국어 사용을 위해서는 자동 번역과 통역의 결과를 비판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저자는 디지털 교과서도 사례도 제시한다. 디지털 교과서는 종이책과 달리 멀티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정보에 접속하도록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교과서가 종이책보다 언제나 공부에 도움이 될까? 디지털 교과서가 오히려 학습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로 태블릿 PC를 이용한 수업을 할 때 교사들은 학생들이 딴 짓을 해서 힘겨워한다. 새로운 교육 도구라고 해서 반드시 향상된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도구에 적합한 교육 방법과 조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쉽게 전 세계의 지식에 접속할 수 있는 도구를 주머니에 갖고 다닌다. 수십 년 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본다면 얼마나 놀랄까. 하지만 그 사람들이 본다면 더 놀랄 일이 하나 있다. 우리가 이것을 통해 하는 일이란 ‘고양이 사진을 보거나 모르는 사람과 가상공간에서 싸움을 하는 일’에 불과하다는 것.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고작 카카오톡과 게임을 하는 것. (물론 한 인공지능 관련 기업가는 기술력의 낭비야말로 기술의 발전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말한다. 수십 년 전에는 스마트폰보다 못한 컴퓨터로 우주선을 달에 쏘아 올렸다.) 스마트폰 보급 초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한 것처럼, 우리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스마트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개방형 온라인 강의(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고급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교육의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이란 이야기가 많았다. 그런데 실제로 MOOC를 끝까지 이수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강한 학습 동기와 뛰어난 학습 능력을 갖춘 5%의 학생들에게만 유용한 도구였던 것이다. 이처럼 아무리 새로운 도구와 발전된 기술일지라도, 자신의 조건과 학습과정을 제대로 인지하고 통제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만 도움이 된다. 

그러면 미래 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배워야할까? 유효 기간이 점점 줄어들 지식이나 정보가 답이 아닐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찰스 파델, 버니 트릴링과 같은 교육전문가들은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 네 가지를 4C로 요약했다고 한다. “바로 창의력(creativity), 소통 능력(communication),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협업 능력(collaboration)이라는 소프트 스킬입니다.”(91쪽)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는 변화하지 않는 고정불변의 절대지식을 찾기 보다는 유연하게 세상에 대응하고, 세상을 이끌 힘을 기르는 것이라는 뜻이겠다. 

저자 구본권 기자는 미래를 위한 공부 방법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알고 내면의 동기를 부여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제주 해녀학교에서 제일 배우는 것은 자신의 숨 길이를 아는 법이다. “탁월한 전문가는 가장 뛰어난 능력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지닌 능력을 가장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입니다.”(165쪽) 

그런데 자신을 아는 이 공부 방법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다’라고 했던 공자나 ‘너의 무지함을 알라’고 했던 소크라테스의 가르침도 현대 교육에서 강조하는 ‘메타인지’와 통한다. 망망대해에서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미래의 공부 역시 첨단의 기술과학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앎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 노대원 교수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신문방송학 전공, 동대학원 국문학 박사과정 졸업
대산대학문학상(평론 부문) 수상 
201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당선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 조교수 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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