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72. 기해년을 보내며

기해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섣달 그믐께, 세밑이 되면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지나간 한 해를 뒤돌아보고 다가올 새해를 어떻게 살아갈지 그려보게 된다.

아마 대다수 사람들은 “뭐 중뿔나게 한 일도 없이 일 년이 후딱 지나갔고 새해도 여느 해처럼 별 볼 일 없이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할 거다.

며칠 전 J일보에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 방글라데시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하는 의사 이석로 씨와의 대담이었다. 그는 “지금 세금을 지원받는 사람들은 나라가 아니라, 이웃이 돕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하고 감사할 줄 모른다”고 했다. 또 “돈은 벌기도 어렵지만 바르게 쓰기가 더 어렵고, 아이들에게는 기름진 음식이나 좋은 교육 환경이 중요하지 않기에 어려움을 극복하는 훈련을 시키라”고 조언한다. ‘방글라데시에 슈바이처’인 그의 말에 공감하는 바가 컸다.

어제 어느 송년회에 참석했는데, 한 후배는 내가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하고 시신과 장기 기증을 서약한 것을 두고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나처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 몸과 재물이 ‘내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내 몸이 어디서 왓는가? 부모의 본능적 행위에 의해 어머니의 몸을 빌려 내가 태어났다. 그런데 나는 수 억 개의 정자 가운데 하나가 난자와 결합하여 탄생한 것이다. 나는 선택된 존재라는 말이다.

나를 선택한 이는 누구일까? 신(神) - 내가 믿는 하나님이다. 그래서 난 나를 이 세상에 보내신 이는 하나님이라고 확인한다. 그러니까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다. 

내가 쓴 희곡 중에 ‘어디서 와서 왜 살며 어디로 가는가’란 작품이 있다. 이 제목 속에 인생사 모든 답이 들어있다고 본다. 출처=오마이뉴스.
내가 쓴 희곡 중에 ‘어디서 와서 왜 살며 어디로 가는가’란 작품이 있다. 이 제목 속에 인생사 모든 답이 들어있다고 본다. 출처=오마이뉴스.

재물도 마찬가지다. 난 부모로부터 단 돈 10원도 물려받지 않았다. 오늘날 내가 약간의 재물을 모은 건 그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면서 직장을 충실히 다님으로써 얻은 결과물이다. 건강과 직업과 행운(한국 자본주의가 팽창하던 1970~90년대 근로자)은 그냥 우연히 얻은 게 아니라, 하나님이 특별히 하사하신 거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난 하나님이 주신 재물을 잠시 동안 맡아 관리하는 위탁관리자요, 집사요, 청지기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재물도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재산 기부와 시신 기증은 원래의 소유자요, 주인인 하나님께로 되돌려 주는 것이니 내가 공치사할 일이 아니므로 대단치 않다고 말한 것이다.

내가 쓴 희곡 중에 ‘어디서 와서 왜 살며 어디로 가는가’란 작품이 있다. 이 제목 속에 인생사 모든 답이 들어있다고 본다. 사람은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되어 이 세상에 왔고, 하나님의 뜻(다른 말로는 사명)을 구현하고 실천하면서 살다가, 사명을 완수한 다음에는 하늘나라(천국)로 가는 것이다.

재산 기부와 시신 기증은 사명의 일부일 뿐이고, 진정한 사명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가르친 예수의 말씀처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 봉사하는 것이다. 

내 이름 석자를 풀이하면 베풀 張, 날(해) 日, 넓을 洪이다. 선친이 “해처럼 넓게 베풀며 살라”고 이름을 지어주셨지만 그간에 내가 해온 봉사는 조족지혈, 새발의 피다.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위에서 부르실 때까지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가련다. 

다가오는 경자년 새해에는 독자 여러분과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 장일홍 극작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