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하) 소상공인연합회·슈퍼마켓협동조합 “상생없인 절대 안돼” 강력대응 시사

 
제주에서 볼 수 없었던 초대형 복합쇼핑몰 ‘나인몰’이 연동신시가지 사업부지에서 건축허가가 나면서 지역 상권이 초긴장하고 있다. 단순 쇼핑을 떠나 영화관, 식당, 미용, 엔터테인먼트, 키즈 등 한자리에서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복합쇼핑 시설이 예고되면서 ‘대형마트’보다 지역 소상공인들의 상권에 미칠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2차례에 걸쳐 나인몰 입점에 따른 제주지역 상권 위기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복합쇼핑몰 '나인몰' 홍보관. 건물 외벽에 영화관과 명품 브랜드 등 입점이 확정됐다고 홍보하고 있다. 다양한 오락적 요소뿐만 아니라 쇼핑, 음식, 키즈, 미용 등 인근 지역 상권과 대부분 겹치는 업종들이 입점을 예고하고 있어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 최대 복합쇼핑몰 롯데시네마 ‘나인몰(NINE MALL)’ 입점·분양이 추진되는 가운데, 제주 소상공인들이 공동 대응을 검토하는 등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침체된 경제위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형쇼핑몰 입점은 한정된 수요에서 지역상권 내 불가피한 과당경쟁 등으로 힘든 소상공인들에게는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시네마 ‘나인몰’은 쇼핑을 비롯해 영화·음식·키즈·미용 등을 옮겨 다니지 않고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명 ‘몰링형’ 복합쇼핑몰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업종이 이미 인근 연동·노형 일대의 지역 골목상권 업종과 겹치면서 도내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기준 소상공인실태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제주에 소상공인 사업장은 약 4만3000개로 조사됐다. 전국 대비 1.6%를 차지했다. 종사자는 9만3000명에 달했다.
 
제주 소상공인 사업장 점유형태는 자가 소유는 31.7%에 불과했다. 나머지 68.3%는 임차로 영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소상공인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임대료를 내고 남의 건물에서 장사하다보니 상권의 변화에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소상공인들은 경영상 어려움으로 ‘상권쇠퇴’를 45.1%와 ‘경쟁심화’(43.3%)를 가장 높게 꼽았다. 그 뒤로 ‘원재료비’(30.2%), ‘최저임금’(18%), ‘임대료’(16.2%) 순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도 지난 2014년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바로 대형쇼핑몰 출점에 따른 주변 소상공인의 피해다.
 

제주시 연동 누웨모루거리 전경. 지역경제 침체와 함께 평일 오전 누웨모루 거리의 상가도 한산한 풍경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연동 누웨모루거리 전경. 지역경제 침체와 함께 평일 오전 누웨모루 거리의 상가도 한산한 풍경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연동 옛 문화칼라사거리 인근 거리의 상가들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시 연동 옛 문화칼라사거리 인근 거리의 상가들 모습 ⓒ제주의소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약 2주에 걸쳐 대형쇼핑몰 출점 이전 사업영위 소상공인 사업체 314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대형쇼핑몰 출점 이후 월평균 매출액이 무려 46.5%나 줄었다. 심지어 1일 평균 방문고객수도 40.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결고 ‘엄살’이 아니라는 근거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대형쇼핑몰의 출점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상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상권 활성화 촉진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유통산업발전법’이 상생 아닌 ‘살생법’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연동에서 슈퍼마켓을 10년 넘게 운영 중인 김 모씨는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상생을 위해 마련된 법이지만 허점투성이다”라고 성토했다. 

그는 “가장 대표적인 게 백화점과 쇼핑몰은 제외한 것이다. 일각에선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고객이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백화점과 쇼핑몰이 복합 쇼핑공간으로 발달하면서 차이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며 “제주에 들어서는 나인몰은 당장 연동과 노형 일대의 골목상권을 크게 위축시킬게 뻔하다”고 걱정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도내 소상공인 단체들도 연동 신시가지에 들어서는 복합쇼핑몰 나인몰 입점에 대해 우려가 깊었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공동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다. 

나인몰 각 층별 입점 점포 홍보물. 영화관과 옷가게, 식당, 카페, 오락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재 시행사가 분양 홍보중인 복합쇼핑몰 롯데시네마 ‘나인몰’은 각 층별 입점 점포 홍보물. 영화관과 패션, 푸드, 카페, 키즈, 오락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채성백 제주도슈퍼마켓협동조합 본부장은 “소상공인 단체 간의 공동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1989년 설립된 슈퍼마켓협동조합은 2004년 제주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를 개소하는 등 제주 골목상권을 대표하는 단체다.

채 본부장은 "대형쇼핑몰이 들어서면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며, “곳곳에 대기업 대형마트나 기업형 프랜차이즈 매장들까지 속속 진출하면서 골목상권 경기는 갈수록 좋지 않은데, 제주에 복합쇼핑몰까지 생기면 영세한 골목상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채 본부장은“현재 나인몰에 얼마나 많은 점포가 입점할지, 언제 개점할지 등 내용을 파악 중이다. 조만간 조합원들과 함께 방안을 논의해 대응할 예정”이라며 “필요하다면 다른 소상공인 단체와도 연합해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철 제주도 소상공인연합회장도 나인몰 입점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정단체 제주도 소상공인연합회는 도내 소상공인 단체 30여개가 모인 제주 최대 규모 단일 단체로 회원 수만 약 10만 명에 달한다.

박 회장은 “복합쇼핑몰 출점은 주변 지역 상권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 사례에서도 이미 경험한 결과다. 이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우려는 매우 크다”고 긴장감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과 제주에 들어서는 복합쇼핑몰 나인몰 관련 내용을 공유하면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 없이 대규모 쇼핑몰의 입점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며 구체적인 대응 수위를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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