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올해의 인물 특별인터뷰]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
영국 히드로·프랑스 낭트공항 사례 제시, 개트윅·슈투트가르트 활주로 효용성 사례도   
2020년 총선 출마설 “기웃거릴 여유 없다” 일축…“시민사회 힘 통합역할 하겠다”  포부

그의 뼈와 살에는 ‘제주DNA’가 누구보다 깊이 각인되어 있다. 오랫동안 노동운동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다. 노동운동 현장에서 운동가로, 강단에서 학자로, 고교 졸업 이후 육지 살던 그가 30여년의 ‘육지사는 제주사름’을 벗어 놓고 ‘제주 사는 제주사름’으로 자발적 귀향을 했다. (사름은 ‘사람’의 제주어다.) 

강정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이 고향을 생각하는 제주사름들을 불러모았고, 제주 제2공항 강행 분위기가 그의 생각과 발길을 제주도 돌려 세웠다.  

<제주의소리>가 올 한해 제주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많은 뉴스메이커들 중 박찬식 제주제2공항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을 ‘2019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제주의소리> 선정 올해의 인물은 반드시 ‘긍정’ 또는 ‘부정’의 의미는 아니다. 한 해 동안 이슈의 중심에 섰던 인물을 통해 다시 한 번 해당 현안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자는 의미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이 올해의 인물로 조명된 바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19년 올해의 인물에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을 선정했다. 박찬식 실장은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19년 올해의 인물에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을 선정했다. 박찬식 실장은 "도민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민의견 표출이나 결집 과정 없이 전문가 용역으로 확정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신을 밝혔다. ⓒ제주의소리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19년 올해의 인물에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을 선정했다. 박찬식 실장은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19년 올해의 인물에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을 선정했다. 김봉현 편집국장이 박찬식 실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박찬식 실장은 ‘올해의 인물’ 선정 소감을 묻는 질문에 “매우 부담스럽다”고 즉답했다. ‘제2공항 반대활동(가)’이 아닌 그 일원에 불과하다고 자임하는 ‘박찬식’ 개인을 조명할 것이란 우려가 앞선 답이다. 

그는 “제2공항 등 제주가 처한 여러 가지 위기와 현안에 대한 관심과 반대운동에 나선 지역주민들에 대한 조명이 우선 필요한데, 자칫하면 개인을 조명하는 우를 범할 수 있어 걱정이 앞선다”며 “오늘 인터뷰도 제주사회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는 솔직한 바람을 먼저 건넸다. 

박 실장은 지난 12월23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 민간위원 위촉장을 수여 받았다. 균발위는 국가균형발전의 기본 방향과 관련 정책사항을 심의‧조정하는 기구여서 박 실장의 위촉이 주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제2공항을 관할하는 국토부 등 13개 부처 장관이 당역직위원으로 참여하는 기구이기에 더욱 그렇다. 

박 실장은 “균발위가 이미 가지고 있는 의제가 있다. 제2공항 의제가 균발위의 중요 의제가 되어 논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기대를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처음 추천 제안이 들어왔을 때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정부 주요 관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이므로 민간위원 직책을 적극 활용해 대화와 문제제기를 통해 제2공항 투쟁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대도 우려도 없다”고 피력했다. 

제2공항 도민공론화 요구와 관련 그는 “도민들의 삶과 미래에 중대 영향을 미칠 사업이라면 당연히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며 “도민 삶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는데 도민들의 의견표출이나 의견을 결집하는 과정 없이 전문가에게 용역을 줘서 확정짓는 것이 바람직하냐? 특별자치도 취지에 맞느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영국의 명문 요크대학교(University of York)에서 유학을 경험한 그는 “전 세계적으로도 작은 섬 지역에 공항을 2~3개씩 만드는 일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영국 히드로공항 제3활주로 증설 계획이 지난해 영국정부로부터 승인 받기까지 수십년 논의 과정을 거친 점, 프랑스 낭트 신공항도 찬반 주민 간 갈등이 깊어지자 마크롱 정부가 신공항 대신 낭트의 아틀랑티크 공항 활주로를 늘리는 것으로 전면 수정한 것 등을 살펴보라고 했다. 

공항을 통째로 짓는 것이 아니라 활주로 하나 늘리는데도 환경문제나 소음문제 등을 간과하지 않고 있고, 또한 하드웨어 보다 현재 하드웨어의 효용성을 고도화하는 것으로 세계 유수의 공항들이 ‘포화문제’ 해법을 찾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실장은 그 예로 영국 개트윅 공항과 독일 슈투트가르트 공항의 예를 들었다. 그는 “현재 제주공항은 35대까지 이착륙이 가능하다. 1분 43초당 1대씩 이착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개트윅 공항은 55회, 인도의 뭄바이 공항은 52~53회이고, 슈투트가르트 공항은 53회 뜨고 내린다. 현재 35회인 제주공항의 슬롯을 공항 시설 보완과 확장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제주공항이 가능한 활주로 슬롯은 40회”라고 강조했다. 

문제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가진 ‘국민과의 대화’ 말미에 “제2공항, 제주도민이 어떤 선택하든 지원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 “대통령의 발언은 준비된 발언은 아닌 것 같았다”면서 “도민이 (2공항을)결정했다고 말한 부분은 사실관계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전체 발언 취지는 ‘도민이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갑론을박할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제2공항을 제주도가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결정 당시는 제주도가 도민을 대표해 결정했더라도 도민사회에서 찬반 의견이 갈리고 치열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도민들에게 정확히 뜻을 묻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도민 공론조사 필요성을 역설했다. 

▲ 지난 11월 1일부터 환경부 영산강유역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던 박찬식 상황실장의 모습. ⓒ 오마이뉴스 김광철
▲ 지난 11월 1일부터 환경부 영산강유역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던 박찬식 상황실장의 모습. ⓒ 오마이뉴스 김광철

제2공항의 강력한 추진을 주장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박 실장과 서귀포시 중문 ‘동향’이다. 중문은 현재 중문동이 1981년 서귀포시에 합병돼 한 개 동이 될 때까지 중문면이었다. 원 지사는 중문리, 박 실장은 하원리로 같은 중문의 이웃마을 출신들이다. 

고교 시절 원 지사와 박 실장은 제주시내로 유학(?) 나와 각각 제주일고와 오현고 동기를 대표하는 수재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둘은 또 서울법대(82학번) 동기로 입학, 누가 봐도 각별한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동갑, 동향, 대학동기…. 그러나 ‘제2공항’ 등 제주현안에 대해선 철학과 입장이 대척점을 이룬다. 

박 실장에게 “원 지사와 허심탄회하게 ‘제2공항’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기회가 있었으면 하고 솔직히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무엇보다 공인과 공인의 관계이지, 사적 관계에서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끝으로 거취와 관련해 두 가지 질문을 이어 던졌다. 총선 출마설과 시민사회에서의 앞으로 역할이다. 

우선 내년 총선 서귀포시 출마설에 대해 그는 “누가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전혀 근거가 없다. 제2공항과 관련해 시민사회와 도민들의 뜻을 모아나가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총선은 당장 몇 달 앞인데 거기에 기웃거릴 생각이나 여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구심체가 약화되고 있는 제주시민사회계를 아우르고 통합하는 역할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저 개인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두 번째 문제이고 시민사회를 아우르고 현안 해법에 시민사회계의 힘을 통합하는데 헌신할 생각은 있다”고 답했다. 

끝으로 그는 “저는 서울에서 공부하는 사람으로 평생 살 줄 알았다. 그러나 제2공항 강행으로 국토부와 제주도가 저를 고향 제주도로 가도록 등을 떠민 상황이 됐다. 할 수 있는 역할은 하겠다는 생각으로 귀향했고, 고향을 위한 역할이 있다면 하겠다”고 말했다. 

장시간 이어진 인터뷰였다. 그래도 여운이 남았던 모양이다. 인터뷰 기록을 위한 영상 카메라와 노트북 컴퓨터가 모두 꺼진 후 “아이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못했다”고 한다. 해보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제2공항은 반드시 막을 것이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대일까, 배짱일까, 확신일까? 어느 것이든 그의 낮고 묵직한 음성에는 ‘강단’이 실려 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대담 = 김봉현 편집국장, 대담 워딩=이동건 기자, 영상촬영·편집=오영훈·김제남 PD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19년 올해의 인물에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을 선정했다. 박찬식 실장은
박찬식 상황실장은 2020년 총선 출마설과 관련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총선에 기웃거릴 시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국장 = 반갑다. 제주사회에 박찬식이라는 이름 석자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육지사는 제주사름이라는 단체가 조명되면서다. 육지사는 제주사름이 어떤 단체인가.

박찬식 상황실장 = 다른 지역과 다른 점이 제주 출신들이 80년대 초부터 서울에서 꾸준히 모임을 가졌다. 민주화운동을 같이했던 사람. 제주는 4.3 계기가 컸다. 4.3 진실규명에 역할을 해야지 않겠느냐는 의지아래 소설가 현기영 선생님 밑으로 모였다. 대학에서도 활동했다. 제주사회문제협의회라는 단체가 아직도 있다. 개발 문제나 4.3진상규명 등에 역할을 하고 있는데, 70년대 선배그룹이 중심돼 시작됐다. 2011년에 유학 갔다가 귀국했다. 마침 젲에서는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져서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후배 중심으로 해군기지 반대 목소리를 내는 '강정을 사랑하는 육지사는 제주사름'이라고 출범했다. 3년 지나고 강정이 좋던, 나쁘던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해군기지 뿐만 아니라 여러 현안을 같이 받아 안고 고민하자는 생각해 '육지사는 제주사름'으로 2014년 재출범했다. 
그때부터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2015년에 제2공항 발표 이후 제2공항 관련된 첫 번째 토론을 서울에서 했다. 성산읍 수산리 출신 오신범 씨, 그리고 강영진 박사와 얘기를 했었다.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성산 주민이 10여명 올라왔다. 자기들 얘기를 들어주고 이슈화하는 곳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시기가 됐다. 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를 만들고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기 시작했다. 

김 = 제주가 고향인 분들. 제주DNA를 품고 고향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체로 이해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들이 활동했나. 

박 = 처음에는 현기영 선생님과 명지대 건축학과 김홍식 교수 등이 계셨다. 현기영 선생님은 구심점 역할을 했고, 현기영 선생님, 김홍식 교수, 양상수 교수 등이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2014년 개편하면서 그분들 고문으로 모셨다. 허상수 선배가 대표를 하다가 지금은 내가 대표를 하고 있다. 서울에서 활동했던 사람도 있고, 사회 활동을 하다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김 = 오늘 인터뷰에 초대한 이유가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19년 올 한해 제주 사회의 수많은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뉴스메이커 중에서 박찬식 상황실장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물론 올해의 인물은 긍정 또는 부정의 의미는 아니다. 가장 뜨거운 이슈의 한복판에 서있는 인물을 통해 현안을 심층 조명해보자는 취지다.  

박 =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 제2공항 비롯해 여러 현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데, 자칫 개인의 문제로 부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제주 사회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김 = 육지사는 제주사름을 소개하면서 느꼈지만, 제주가 난개발과 외지자본 잠식 등 고향 제주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박 실장께선 최근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민간위원회 위촉됐다. 주무부처 국토부 장관 실무자들과 마주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인데. 

박 = 균형위가 가지고 있는 의제가 있고, 의제들이 논의대상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제2공항이나 의제화 되는 게 쉽지는 않은 점이 있다.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국토부, 환경부든.. 계기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균형위 자체에서 중요 의제가 돼 논의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진 않다. 

김 = 제2공항 반대투쟁으로 단식도 경험했다. 정부 주요 관계자들과 소통 창구가 없었는데, 균형위와 공식 창구로 대화하는 것에 대한 의미로 볼 수 있지 않나?  

박 = 그런 점 때문에 추천에 대한 동의여부를 물어왔을 때 고민을 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 투쟁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게 맞는가. 주변에서도 우려가 있다. 나나 조직 활동에 동력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기대도 하지 않고, 우려도 없다고 생각한다. 지위나 직책을 활용해 좀 더 대화하고, 문제제기할 수 있는 공론화 과정도 필요해 보인다. 

김 = 제2공항을 반대하는 도민사회에서나 시민사회계에서 박 실장 역할에 기대가 큰 것 같다. 

박 = 개인이 좌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도지사도 아니기 때문에 도민들의 뜻을 모아서 도민 스스로가 자기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주요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 지역 시민사회가 결집해야 한다. 그것이 중요한 일이다.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것이 온전히 개인적 역할로는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19년 올해의 인물에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을 선정했다. 박찬식 실장은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19년 올해의 인물에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을 선정했다. 박찬식 실장은 "도민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민의견 표출이나 결집 과정 없이 전문가 용역으로 확정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신을 밝혔다. ⓒ제주의소리

김 = 정부 정책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박 실장은 균발위 위원으로 위촉했다. 그 때문에 정부가 반대측 인사를 제도권에 불러들여 추진을 위한 명분 쌓기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 임명권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했는지 들여다보기 어렵지만, 문제제기를 같이 해봐라, 논의를 해보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다고 생각할 순 있다. 그러나 도민의 뜻과 그 뜻을 받은 정부가 어떻게 할거냐의 문제이다. 균형위 선정된 것이 명분 쌓기라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 (저를 균형위원 임명했다고) 그것만으로 (제2공항 정당성이) 좌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김 = 정부나 제주도가 제2공항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밀어붙이기 하고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은데. 

박 = 문재인 정부가 강행하는 것인지 판단이 어려운 지점이 있다. 정부 정책 차원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해 국토부가 앞장서는 것인지, 국토부가 하려는 것을 정부(청와대)가 방관하는 것인지... 결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정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하는 사안이 아니라서... 둘 사이 판단이 쉽지 않다. 환경부가 2차 보완하는 것을 보면서 정권 차원에서 명운을 건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환경부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검토하면 나오는 것인지만... 이런 것들을 보완해서 조건부 동의하는 경우도 많다. 만약에 청와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했다면 환경부에 시그널을 줬을 텐데 말이다. 

김 = 말씀하신 것 처럼 속단할 수 없지만, 정부 차원에 의지를 담은 것인지,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과거 관행처럼 밀어붙이는 것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국토부에 재보완 요구했다. 이로써 국토부는 당초 지난 11월 정부 고시를 목표했지만 물 건너간 것이고, 재보완 요구가 왔기 때문에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데, 환경부가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은? 

박 = 환경영향평가 취지로 보면 내용이 공개되는 것이 맞다고 하는데, 환경영향평가가 2단계로 나눠졌다. 전략환경영향평가와 본환경영향평가. 본평가는 일시적인 저감 방향을 검토한다면 전략은 계획 전체가 타당하냐. 계획의 적정성 입지 타당성을 다루는 것이다. 전략적 판단에는 여러 가지 사회 영향들. 해당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환경 단체나 직간접적인 의견들을 종합해서 한다는 것이 취지인데, 초안만 공개하고, 초안에 대해 의견을 내고,전문가들이 의견을 내는데, 본안부터 공개가 안된다. 어떤 보완을 요구했는지, 재보완은 어떤 요구를 했는지 투명하게 공개되고 토론해야 하는데, 전략환경평가를 공개 안 해도 된다고 됐다. 환경정책협의회를 했는데, 장관도 공개를 못하는 것이냐 하고 실무자에게 지시를 했다고 하더라. 
내용적으로 보면 재보완에서는 철새도래지 영향, 조류 충돌 문제가 1차 같다. 그 다음 소음 저감 방향이 2차 같다. 두가지 중심으로 했다고 알려졌다. 추가 내용이 있는지 확인을 하려 한다. 주민 수용성은 제주도민들의 의견이 분분한데, 의견을 모아서 가더라도 수용성 있게, 주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를 갖추라는 것인 환경정책연구원의 판단이다. 이 점이 보완요구에도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 = 주민 수용성. 도민들이 특히 도민 생활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에 대해...도민들의 자기 결정권과 도민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나. 

박 = 우리가 공론화라고 하는 것이 지역사회에서 쟁점이 되고 토론되는 과정이 넓은 의미에서 공론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 공론화도 사업 주체나 제주도가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지역주민과 시민사회가) 문제제기를 하면서 공론화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식화된 공론화 절차는 없었다. 주민과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제기해서 밖에서 공론화가 되고 있는데, 공론화 절차도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 결정의 근거가 될 수 있는 확인된 절차. 좁은 의미에서 절차라고 할 수 있는데, 폭 넓은 공론화도 필요하다. 정책결정하기 전에 도민의 뜻을 확인하는 좁혀진 의미의 공론화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주도민의 현재 삶. 미래에 대해 중대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 도민들이 충돌하는 의견 표출이나 의견 결집하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전문가에게 용역 줘서 확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주특별자치도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 = 국책 사업이란 것이 국가가 결정하고 국가가 추진하는 것이 대다수 사례 아닌가. 

박 = 일반적으로 그렇게 진행되면 안된다. 전북 부안에서 격렬한 핵폐기장 반대 투쟁이 있었다. 쓰레기 처리장 등 기피 시설을 하는데에는 있어서 일정한 절차가 마련돼 있다. 제도적으로. 경주 방폐장은 후보지를 정해놓고 주민 투표로 결정됐다. 공항은 기피 시설보다는 유치 시설로 인식되는 점도 있다. 공항 진행은 제도적으로 큰 문제다. 앞으로 제주 같은 경우 두개의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과연 제주 도민 미래를 위해 공항 확장이 얼마나 필요한가. 규모가 얼마인가. 합당한 방식은 무엇인가. 기존공항 확장, 2공항, 신공항 등 도민 전체가 참여해서 결정해야 될 문제다. 그리고 신공항이나 2공항은 입지 선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후보지를 정해서 후보지 주민들이 참여하고 토론하고 받아들이는 절차가 필요한데, 하나의 용역으로 다 처리하는 것은 문제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국토부가 과거 관행을 반복하는 것이다. 
국책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국가안보나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입지가 제한된 꼭 필요한 사업의 경우와 공항은 다르다. 제2공항은 국책사업이긴 하나 중앙정부 예산이 들어간다는 의미에서의 국책사업이다. 근본적으로는 제주도를 위해서 하는 사업이다. 예산을 정부가 줘서 결정권을 정부가 갖는다는 것이다. 엄격한 의미의 국책사업과 동일한 의미가 아니다. 제주도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요구했다는 것인데, 도민들의 의견이 갈리고, 변화됐다면 다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제2공항이라는 현안 성격 자체가 도민들이 판단해야할 문제다. 

김 = 앞서 유학 얘기가 잠시 있었다. 유학은 어디에서?

박 = 영국 요크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김 = 그렇다면 유학시절 등 외국에서 국제공항 사례를 많이 봤을 텐데. 섬에 공항이 2~3개씩 필요하냐는 지적에 대해선?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19년 올해의 인물에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을 선정했다. 박찬식 실장은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19년 올해의 인물에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을 선정했다. 박찬식 실장은 "도민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민의견 표출이나 결집 과정 없이 전문가 용역으로 확정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신을 밝혔다. ⓒ제주의소리

박 = 필요 없다.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이 규모 섬에 공항 2개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스페인에 비슷한 곳이 있는데, 원래 공항이 기후 등이 너무 안 좋아서 새로운 공항을 만들었고, 기존 공항을 없애지 않고 활용하는 정도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20~30년 사이에 공항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여행 수요가 늘었고, 유럽 등에서 공항시설 부족 때문에 확장 요구가 있다. 그러나 쉽진 않다. 영국 히드로 공항 활주로 넓히는 것이 30년째 논의되고 있다. 옮기려 하다가 철새도래지 때문에 안 된 곳도 있다. 환경문제나 소음피해 등 여러 문제가 있다. 유럽은 공항 늘리려 해도 불가능하다. 오스트리아 빈 공항도 활주로를 넓히려 했는데, 최종적으로 법원에 의해 부결됐다. 프랑스 낭트 공항도 신공항 만들려고 주민들이 55%가 찬성했는데, 대통령이 최근에 반대해 철회했다. 
프랑스 정부는 하드웨어 확장보다는 있는 하드웨어를 잘 활용하는 출도착 시스템 등 공항 운영을 고도화해서 현재 하드웨어 가지고 2배 가까이 늘리겠다고 한다. 지상공항 시설도 문제지만 공역의 문제다. 비행기가 너무 많아서 하늘길이 복잡해 지연이 일어난다. 공항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으로 세밀하게 관리해서 3배까지 높이겠다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이를 각 국가에 권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추진되고 있다. 시스템 적으로 많이 도입됐는데, 제주공항도 도입됐어야 하는데, 관제탑이 좁아 시스템을 교체할 수 없다고 한다. 관제탑 이전을 해야 하는데, 미루고 있다. 2022년에야 관제탑이 이전된다. 첨단 시스템 도입되면 지금 제주국제공항에서도 1.5배 늘어나고 지연율이 감소할 것이다. 
영국 개트윅 공항도 시간당 이착륙이 45회인데 지금은 55회다. 1분에 1대다. 우리나라는 1분40초에 한 대가 이착륙 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하는데, 슈투트가르트는 시간당 52~53회 뜨고 내린다. 1분당 거의 1대가 이착륙한다는 말이다. 지금 제주공항은 연간 3000만 정도 이용객이다. 4000만 정도로 늘리면 30% 정도 늘리는 것이다. 1.3배로 늘어나는 수준이다. 시스템 개선을 통해 (현 제주공항에서도)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 남북활주로까지 활용한다면 1.5배 이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도 굳이 제2공항이 필요하겠나. 
실제로 관광객이 그 정도로 들어올 것이냐의 문제도 있다. 관광객 많이 오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제2공항은 시설 규모는 지금 공항의 1.5배다. 그러면 지금의 두 배 6000만이 넘게 된다. (찬성측이) 오히려 그런 공항이 왜 필요한지 나를 납득시켜줬으면 좋겠다. 

김 = 과거 특별자치도 출범 직전에 제주도 관광객은 연간 500만명 수준인데, 불과 10여년만에 1000만이 늘어 지금은 150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제주인구는 7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도민과 관광객을 포함해 매일 80만명 이상이 제주땅에 발 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는 벌써 몸살을 앓고 있다. 교통 환경 소음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체계적인 계획과 준비없이 인구와 관광객만 늘어난 셈이다. 현 제주공항을 폐쇄하고 새로운 공항을 짓는 신공항이 필요하냐, 아니면 부족한 활주로만 다른 곳에 추가로 만드는 제2공항이 필요하냐, 현 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타당하냐 등의 선택의 문제가 있었다. 지난 우근민 도정에선 신공항을 택했고, 지금의 원 도정에서는 제2공항을 선택했다. 결국 후보지가 성산 일대가 됐다. 
그러나 당초 국토부가 2015년 11월 발표 당시에는 제주 제2공항을 신산지구라고 발표했다. 국가가 이렇게 중차대한 용역을 하면서 신산지구라고 오류를 범한 것이다. 당일 한시간 만에 다시 온평지구라고 수정했다가 다시 몇시간 뒤 성산지구로 하루에 세번씩이나 공항부지 명칭을 바꿨다. 이번 용역이 부실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박 = 공항을 확충해야 한다는 논의는 계속됐다. 꾸준히 확충됐다. 2012년에 제주공항 개발 구상 연구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명확하게 2개의 공항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이 났다. 2개 중 하나는 폐물이라는 결론이다. 주로 현 공항 확장. 활주로 2개짜리 신공항이 논의였는데, 원 지사 들어온 이후 용역이 시작됐고, 2014년 11월부터 이미 도의회 보고 등을 보면 신공항은 배제됐다. 용역에는 3개의 안이 있는데, (신공항은) 뺀다는 전제가 있었다. 실제 용역 과정에서 신공항 검토했던 자료가 없다. 
부처에서는 세가지 안(신공항, 제2공항, 현 공항 확장)을 검토하라고 했는데, 2015년 9월에 제주도지사가 국토부에 신공항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처음부터 빼달라고 한 것은 아니라 한다. 그러나 2015년 9월이면 용역 막바지다. 11월에 발표됐기 때문에 신공항에 대한 입지 선정이 됐어야 하는 시점이다. 그 공문을 받고 두달만에 신공항 뺏다는 것은 맞지 않다. 도정이 처음부터 신공항을 제외했다는 얘기다. 공식적으로 세개안으로 했으면 장단점을 분석하고 제외했어야 했다. 당연히 신공항에 대한 용역 결과도 있었어야 한다. 
도의회 보고상황, 그리고 원지사 취임 100일 인터뷰 보면 현공항 확장이냐 제2공항이냐를 두고 전문가 검토 결과를 받고 도민에게 설명해서 따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2가지 안에 대해 도민들에게 설명하고 뜻을 묻는 일은 없었다. 
지난 우근민 도정 당시인 2012년에 신공항을 검토할 때만 하더라도 성산도 주요 후보지중 하나긴 했다. 그때는 신산 바다쪽이었다. 현재 온평리 내륙은 안맞다. 

김 = 최근 지어진 세계 공항들은 대부분 해양을 매립해 짓거나 해안에 위치해 있다. 무엇보다 소음문제를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제2공하은 당초 발표는 신산이었는데 사실은 온평이다. 활주로가 제주 해안이 아니라 내륙으로 들어가 있다. 이상한 측면은 없나?  

박 = 대정읍 신도 해안가나, 성산읍 신산 해안가가 유력한 후보지였다. 물론 신산의 경우에도 신산마을이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2012년 당시 신공항 용역으로 보면 신도, 신산, 위미 섬으로 나가는 것이 주된 안이었는데, 그것은 소음문제가 제일 중요하게 여겼고, 24시간 공항이라는 신공항 요건이 주요 요인이었다. 해안가로 가면 신도가 유력한데, 그 취지에도 (현 온평리는) 안맞는다. (온평리가) 유리한 입지가 아닌데 왜 선정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김 = 신공항 당시 유력하게 검토됐던 것은 신산인데 2공항 발표는 온평이 주된 부지다.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십년간 이어진 한라산 케이블카 논쟁에서도 케이블카를 타면 백록담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오해를 할 수 있다.(한라산 정상에는 케이블카 스테이션을 만들 부지가 없다). 마찬가지로 제2공항이나 신공항 등 인프라 확충을 주장하는 도민들의 오랜 고민은 24시간 뜨고 내리는 국제공항을 원한 것이지, 국내선 50%를 맡겠다는 공항은 도민들이 원한 것은 아니지 않나. 현재 국내선 50%를 맡겠다는 제2공항 용역 결과가 여러 의문을 남기고 있다. 어떤가? 

박 = 2개의 공항을 왜 선택했을까가 제일 의문이다. 이 좁은 땅 덩어리에... 2개 공항 선택이 가장 이해 안 간다. 원희룡 지사의 정치력이 적용한 것인지 산남북 균형발전을 고려한 것인지. 박근혜 정부 차원에서 공군기지 겸으로 활용하기 위해 성산을 결정한 것인지 그 자체가 제주에 맞는 것인지..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김 =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제2공항얘기를 했다. 도민이 결정한다는 규정을 했다. 도민이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얘기다. 찬반 양측이 각각 나름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어떻게 보나?

박 = 대통령의 발언을 봤는데, 준비된 발언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당황스러워하는.. 그래서 두서없는 얘기였던 것 같다. 취지는 도민들이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미 결정했다는 판단은 잘못알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인 취지는 도민들의 문제라는 것이다. 도민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라는 것이다. 그것이 기본적인 취지다. 그런 부분에 해석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설사 제주도가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제대로 된 도민사회 토론이 없는 상황에서... 제주도가 도민을 대표해 결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도민 사회에서 의견이 갈리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도민들에 뜻을 다시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 
실제 그런 과정도 없었는데 대통령이 도민이 결정했다고 하면 사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 

김 = 문 대통령이 도민이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도민 결정하면 수용하겠다는 것 아닐까. 

박 = 그렇다. 문제 자체를 도민들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은 이미 결정하지 않았나 생각한 것 같다. 그 것 자체는 제주도가 결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도민들의 그런 결정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해가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맞다. 도민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19년 올해의 인물에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을 선정했다. 박찬식 실장은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19년 올해의 인물에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을 선정했다. 박찬식 실장은 "도민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민의견 표출이나 결집 과정 없이 전문가 용역으로 확정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신을 밝혔다. ⓒ제주의소리

김 = 고향이 서귀포 중문인데. 내년 총선에서 서귀포에서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가.

박 = 누가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근거가 없다. 제2공항 관련해 시민사회와 도민의 뜻을 모아나가는 과정이 제2공항이 하나의 인프라가 아니고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제주가 어디로 갈 것이냐에 대한 갈림길이 된다고 생각하고, 그 과정을 보고 제2공항 자체도 그렇고 제주가 어떻게 나가야 할지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총선은 당장 몇 달 앞인데, 기웃거리거나 할 생각, 여유도 없다. 근거가 없다. 
다만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나도 아쉽게 생각한다. 의원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얘기해서 판단을 구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갈등을 주제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아쉽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역할에 대해 말도 나온다. 아쉬움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는데, 개인과는 무관하다. 

김 =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아쉬움 등이 출마설로 연결된 것 같다. 본인은 생각 없다는 것으로 정리하겠다. 80년대 제주는 탑동매립, 2000년대 들어서는 해군기지 건설 강행, 지금은 제2공항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사회가 갈등, 현안이 있는 동안 시민사회 역할이 작지 않았다. 그렇게 이어지는 동안 지역 사회에서 역할이 커졌지만, NGO가 각각 단체 역할에만 매몰돼 시민사회를 아우르고 통합할만한 인물 또는 역량을 가진 단체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박 = 그런 측면이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김영삼, 김대중 정권 넘어오면서 과거처럼 반독재 투쟁, 결집했던 시기가 지났고, 각 부분에서 일시적인 개혁을 통해 시민단체가 형성되고 그 부분이 확장되고 기여를 지역사회에서 했다고 생각한다. 회원 확장하면서 각개 약진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국가적으로 보면 전환기적인 상황. 하나의 방향으로 오던 명암이 집중되면서 새로운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왔는데, 지금과 같은 시민운동 패턴, 조직  등은 그 역할을 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

강정 해군기지 투쟁은 제주의 비전 문제보다는 그 자체 막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물리적 저항 중심이었다. 그 과정에 지역시민사회 역량이 많이 소모됐다. 자기 일을 못했다는 생각이 있다. 회원들도 챙기지 못하고 이슈도 못 챙기고. 제2공항 문제가 불거졌을 때 쭈뼛하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지난 20~30년 걸어온 성과와 그림자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하는지 같이 고민하는 총론적인 방향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각개약진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2공항은 하나의 사안이다. 지금은 각기 다뤄온 현안인 송악산, 동물테마파크, 이호유원지, 오라관광단지 등 하나하나 다루기 힘든 시점이다. 대응할수도 없고 뒤따라가면서 결과는 악화되는 모습이다. 큰 방향으로 틀어야 될 방향이다. 20~30년 온 방향을 또 간다면 어떤 모습이 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시민사회가 자기 일도 중요하지만, 제2공항을 매개로 같이 고민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힘을 모아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할지 어쨌든 보면 지역 정책을 바꾸는 문제다. 지역 정치가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정치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기존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 이제는 '제주사는 제주사름'이 됐다. 시민사회계를 아우르고 지역 현안에 대한 시민사회 힘을 통합하는 역할에 대한 생각이 있나.

박 = 개인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서울에서 공부하는 사람으로 살줄 알았는데, 국토부가 고향 제주도로 가도록 내 등을 떠민 상황이 됐다.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귀향했고, 여기까지 왔다. 단순히 제2공항이라는 하나의 인프라가 아니라 고향 제주를 위한 고리가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시민사회 역할)까지 해야 한다면 할 생각은 있다. 

김 = 제주의 비전을 언급했는데, 특별자치도 출범 등과 맞물려서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만드는 거창한 청사진도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벌써 국제자유도시 폐지 등 얘기가 나오는데, 박실장께서 그리는 제주의 청사진은 어떤 것인가? 

박 = 국제자유도시라는 것은  자본과 상품이 자유롭게 오가는 신자유주의 외지 자본을 유치하고 투자해 개발한다는 것인데 수익은 결국 외지자본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제주는 도시가 아니다. 제주 수용력 얘기할 때 상대적인 개념이다. 인프라를 다 만들면 수백만명도 살 수 있다. 그것이 제주가 가야될 길인가? 바람직한가? 라고 했을 때 제주가 가진 자산과 가치를 살려야 하는데, 버리고 남을 따라가려 하면 싱가폴, 홍콩같은 곳이 될 수 있는가? 제주에 도시라는 비전 설정은 잘못됐다고 본다. 제주는 자연과 농촌 기반의 매력을 갖고 있다. 그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갉아먹으면서 싱가폴과 홍콩이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제주에 농촌 농업을 살리는데 제주가 가진 역량을 총력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농업과 농업을 기반으로 한 산업을 살리지 않으면 제주가 가진 가치를 지키기 어렵다. 제주도정이 갖는 역량을 어려움이 있는데, 기후변화 등 어려움 속에서 만만찮은 상황에 처해 있다. 농업 일정 비중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가 기초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광 비중을 70%에 육박하는데 더 넘으면 안된다. 80%까지 가면 악순환이 온다. 관광에만 의존해야 되는 상황이 된다. 균형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김 = 오늘 박실장에게 드려야 할지 고민한 질문이 하나 있다. 원희룡 지사와 제2공항을 전면에서 반대하는 박 실장의 입장은 분명 다르다. 그런데 원 지사와는 서귀포 중문 동향이고, 같은 연배다. 대학도 동문이다. 인연이 겹쳐 있어 생각과 토론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시선이 있다. 제2공항 등 현안과 관련해 원 지사와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기회는 없었나?

박 =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고, 제안해볼까 했다. 그런데 못했다. 아무래도 정치적인 판단이 우선되기 때문에 그런 대화가 쉽지 않겠구나 생각한다. 어떻게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사적으로 얽힌 상황이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공인과 공인의 관계이지, 사적으로 풀 수 있는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적인 관계 속에서 달라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김 = 제2공항 어려운 문제다. 찬반 갈등이 첨예한데, 갈등도 여전하고, 더 진전된 안을 만들지 못한채 2019년을 마감하고 있다. 2020년 여전히 제2공항이라는 난제가 있다. 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박 = 나는 갈등이라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갈등 없이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갈등과 진통을 감수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그것이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방향이 설정됐을 때 갈등이 내재화되고, 내면적으로 보완해야하는 과정인데, 제2공항을 계기로 제주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고민의 기회가 됐다. 
식구들끼리도 싸우지 않나. 차라리 친구들 처럼, 술집에서 치고 박는 치열한 토론의 과정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도민 스스로가 주체로서 남에게 미루는 것이 아니라 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책임을 다할 수 있다. 새로운 방향도 같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출발이라는 것이 갈등 봉합이 아니라 제대로 토론하고, 모아져 나가는 과정을 거쳐서 제주의 미래를 정하는 것이다. 
제주특별법 1조에 목적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제자유도시라는 목적이 있고, 특별자치도라는 자치 분권의 수단이 있다. 진정한 의미의 자치가 없다. 목적이 규정돼야 한다면 몇 년 이상 도민사회 토론을 거쳐 법에 반영되면 모를까 공백으로 나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단으로만 자치가 존재하면 진정한 자치가 아니다. 방향을 제대로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2020년 되면 국회의원 선거도 있지만, 제도화된 논의과정도 필요하다. 미래비전 얘기도 있었지만, 정말 진정한 제주의 비전이 되려면 식당에서은 술집에서든 여기저기서 회자 돼야 한다. 전문가 몇 명 참여로 아무리 좋은 단어를 써도 도민들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용광로 같은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내년 총선을 거치고 조금 더 제도화된 논의를 수용하는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도민들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끝낸 후 나오는 길에 박 실장은 한마디를 더 건넸다. “아이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못했다”고 아쉬워 했다. 할 말 있으면 해보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제2공항은 반드시 막을 것이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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