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4.15총선 관전포인트 ①제주시갑 선거구

2020년은 선거의 해입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100일 남짓 남았지만 ‘총성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정치와 선거를 살아있는 생물에 빗댄다는 점을 감안하며 100일은 선거판에서 강산도 세 번은 바뀔만한 시간입니다. 정치는 생활입니다.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이 개개인의 더 나은 삶을 가깝게 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유권자의 눈으로 본 총선 관전포인트를 선거구별로 세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4월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제주시갑 선거구는 벌써부터 최대 격전지를 예약해놓고 있다.

2019년 12월31일 기준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자만 7명이다. 도내 3개 선거구 전체 예비후보자(10명)의 70%가 제주시갑 선거구에 몰려 있는 것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링에 오르지 않은 예비주자까지 합치면 후보군은 10명이 넘는다. 여기에 지금까지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정치신예들까지 데뷔전을 준비하면서 초반 선거 레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 관전포인트1. 강창일 5선 도전 초미관심…12일 의정보고회, 출마 수순?

강창일.ⓒ제주의소리
강창일.ⓒ제주의소리

제주시갑 선거구의 최대 관심사는 현역인 강창일(68) 의원의 5선 도전 여부다.

당내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면서 4선인 강 의원도 ‘불출마’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의 입은 굳게 닫혀 있다.

강 의원은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1월12일 제주에서 의정보고회를 연다. 그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가 덧붙인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마음을 비웠는데, 제대로 일할 젊은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당에서는 의석 한 개를 내주는 것뿐만 아니라 나머지 선거구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속내의 단면을 드러냈다.

지난해 이맘 때쯤만 해도 더불어민주당 후보군은 넘쳐났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박희수.ⓒ제주의소리
박희수.ⓒ제주의소리

박희수(59) 전 제주도의회 의장이 가장 의욕적이다. 출마 기자회견도 가장 먼저 했고, 지난해 12월17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자마자 1번으로 등록해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박 전 의장은 “(강창일 의원이) 이제는 후배들에게 물려줄 때가 됐다”며 강 의원과의 정면승부를 택했다. 박 전 의장은 지난 총선 때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강 의원의 4선 당선에 힘을 보탠 일등공신이다.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강기탁 변호사, 오옥만 전 제주도의회 의원은 출마를 접었다.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도 지난 11월27일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해 의회 수장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책임정치를 실현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원철 환경도시위원장도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장’을 맡으면서 사실상 총선 레이스에서 내려섰다.

송재호.ⓒ제주의소리
송재호.ⓒ제주의소리

최근 들어서는 송재호(60)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의 ‘구원등판설’도 나돈다.

현역인 강창일 의원의 불출마를 전제로 한 플랜B 성격이다. 현역의원이 입각 등의 이유로 불출마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전략공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근거한 ‘설(說)’이다.

이와 관련해 송 위원장은 “그야말로 소설 수준이다. 당에서 제안을 받은 바 전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오히려 강 의원이 의정보고회를 한다는 것에 대해 출마를 전제로 한 것 아니냐며 강 의원의 출마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문윤택.ⓒ제주의소리
문윤택.ⓒ제주의소리

이 밖에 여권 인사 중에서는 문윤택(53) 제주국제대학교 교수가 뒤늦게 선거전에 가세했다.

18대 대통령선거 문재인캠프 홍보자문, 전 민주당 도서출판발전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을 지낸 민주당맨이다.

문 교수는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폭넓은 분야에서 인재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참신한 모습으로 당이 먼저 혁신해야 하기에 출마를 결심했다”며 “문재인정부와 함께 남은 개혁과제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관전포인트2. 정당대결 구도 ‘뚜렷’…4연속 16년 민주당 독주체제 지각변동 일어날까?

무엇보다 제주시갑 선거구의 경우 정당 대결 구도가 가장 뚜렷하다.

구자헌.ⓒ제주의소리
구자헌.ⓒ제주의소리

공천을 위한 예선전을 치르더라도 본선에는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 대표주자가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끝까지 완주할 무소속 후보까지 감안하면 최종 대진표는 최소 5~6파전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제주시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구자헌(52) 변호사가 지난달 18일 출마기자회견을 가진데 이어 24일에는 예비후보 등록까지 마치고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구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의 일당 독주를 멈추게 해야 한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문재인정부의 경제 실정과 오만, 독선을 심판해야 한다”며 정치교체의 기수를 자임했다.

고경실.ⓒ제주의소리
고경실.ⓒ제주의소리

지난달 11일 출마기자회견을 통해 정치권 데뷔를 알린 고경실(64) 전 제주시장은 최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무소속 완주 대신 경선을 거치며 세력을 불려 4.15고지를 점령하겠다는 전술 변화인 셈이다.

그는 “제주에서 40여년의 공직생활을 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지역의 어려움을 국회에서 해결하겠다”며 “민생정치의 새로운 길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영진.ⓒ제주의소리
김영진.ⓒ제주의소리

지난달 26일 출사표를 던진 김영진(53) 전 제주도관광협회장의 종착역도 자유한국당이 될 공산이 크다.

당시 기자들의 입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자유한국당이 될 것이다. 조만간 입장 절차를 밝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강한 보수’를 자처했던 김 전 협회장은 “좌-우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겠다”며 “국회 내 관광전문가가 많지 않다. 국회 내에서 역량을 펼쳐 보이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인본주의․중도’ 노선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장성철.ⓒ제주의소리
장성철.ⓒ제주의소리

바른미래당에서는 장성철(53) 제주도당위원장(직무대행)이 분화하는 중앙당 사정을 감안해 출마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연초에는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설명절 이전에 출마기자회견을 하는 로드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손학규계 당권파와 비당권파 중에서도 안철수계(변화와혁신)와 유승민계(새로운보수당)가 각자 도생의 길을 모색하면서 장 위원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고병수.ⓒ제주의소리
고병수.ⓒ제주의소리

정의당에서는 고병수(56) 제주도당위원장이 일찌감치 선거전에 뛰어든 가운데, 도당에서도 정당연설회 등을 개최하며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노형오거리 인근에 천막 선거캠프를 마련하고, 아침저녁으로 길거리 인사를 하는 등 가장 활발히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 최대 갈등현안인 ‘제2공항’ 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제주 최초로 지역구에도 진보정당 깃발을 꽂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 관전포인트3. 무소속 역대 ‘최다’…골리앗 꺾은 다윗처럼 이변의 주인공 나올까?

무소속 후보도 역대 최다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무소속 예비후보 4명 중 자유한국당행을 택한 고경실 전 제주시장을 제외하면 양길현(64) 제주대 교수, 김용철(54) 공인회계사, 언론인 출신의 임효준씨(48) 등 3명이 남는다. 1년 전만 해도 후보군에 전혀 거론되지 않던 후발 주자들이다.

양길현.ⓒ제주의소리
양길현.ⓒ제주의소리

양길현 교수는 지난해 12월1일 「제주미래담론: 이야기가 깊어지면 ‘무엇’이 된다」 출판환영회를 시작으로 출마기자회견(12월12일), 예비후보 등록(12월18일), 정책발표 기자간담회(12월30일) 등을 통해 얼굴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제2공항 대신 ‘해저터널’과 ‘제주도 일주 트램’ 공약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마음에 둔 정당이 있다”고 밝힌 만큼 무소속으로 완주할지, 정당주자로 말을 바꿔탈지 주목된다.

김용철.ⓒ제주의소리
김용철.ⓒ제주의소리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며 4번째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한 김용철 공인회계사의 홀로서기가 어떤 결말로 귀결될 지도 관심이다.

김 회계사는 최근까지 자유한국당 당적을 갖고 있다가 탈당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복당 계획이 없다. 무소속으로 끝까지 완주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보수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승리를 위한 정치공학적인 접근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임효준.ⓒ제주의소리
임효준.ⓒ제주의소리

부산 출신 이주민 임효준(48) 전 제주매일 부국장의 총선레이스 가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출마 기자회견도 없이 지난달 23일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후 정책보도자료를 내며 조용한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어쩌면 영원한 짝사랑이 될지 모르는 선택이지만, 제가 20년 동안 해왔던 일들 속에서 배우고 익힌 모든 것을 ‘제주와 제주인의 존엄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의 길로’ 승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17~20대까지 16년 동안 ‘무관’ 설움을 씻겠다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반격이 성공할지, 5연속 3개 선거구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수성전략이 먹혀들이, 그도 아니면 골리앗을 꺾은 다윗처럼 정치신예들이 이변의 주인공이 될지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4.15총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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