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인간] 36. 블랙 머니(Black Money), 정지영, 2019

영화 ‘블랙 머니’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짤짤이에도 룰이 있다. 홀짝, 혹은 세 개의 경우의 수를 두고 게임을 한다. 동전을 주먹 속에 넣어 감춘다. 이때 한두 번 흔들어준다. 그러면 동전끼리 부딪치면서 동전이 몇 개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사실 거의 감으로 맞춰야 한다. 처음에 동전 몇 닢을 쥐고 있었는지, 동전을 다 같이 흔들 때 왼손과 오른손으로 쓸려가는 동전의 행방을 추측한다. 돈을 걸면 건만큼 가져간다. 판돈을 키우려고 하면 주위에서 저지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재미로 하는 거니까. 

가끔 타짜가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타짜는 코 묻은 돈을 다 가져가지는 않는다. 개평을 준다. 그리고 돈을 많이 딴 친구가 아이스크림을 쏜다. 결국 돈을 잃은 자도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 셈이 빠르고, 눈치가 고단수인 친구는 다른 학교로 원정을 간다. 그럴 때는 백호기 축구 경기와 다름없다. 학교의 명예를 걸고 짤짤이를 한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라는 명대사는 영화 ‘타짜1’(최동훈, 2009)에서 빛을 발하지만 사실 도박판에서 널리 회자되는 말이다. 손이 느린 나는 늘 돈을 잃었다. 전문용어로 ‘호구’인 것. 그때 타짜로 명성을 날리던 친구는 은행원이 되었거나 증권회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있겠지. 은행을 헐값에 매각해서 이득을 취하는 짓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 녀석은 짤짤이판에 껴주지 않는다. 돈밖에 모르는 정신 나간 친구는 선생님에게 고자질을 하고 지 혼자 처벌 선상에서 빠져나간다. 

어른이 되어 몇 만원에 쩔쩔 매는 사람들은 여전히 짤짤이 가계부를 쓴다. 짤짤이에서 동전 몇 개에 운을 걸었던 친구는 요즘도 힘들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로또를 사면서 꿈을 꾼다. 하지만 블랙 머니를 삼키고도 뻔뻔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짤짤이판을 발로 걷어차며 낄낄댄다. 짤짤이 인생들을 발로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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