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첫 읍면동장 주민추천제 아쉬움...이도2동 선발 결과 '비공개', 공개한 대정읍과 대조

제주 첫 읍면동장 주민추천제 시범 실시에 따라 회의 결과를 알리는 제주·서귀포시 보도자료. 서귀포시는 선정된 사람을 공개한 반면, 제주시는 인사 원칙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풀뿌리 주민자치를 위한 제도 취지에 어긋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제주 첫 읍면동장 주민추천제 시범 실시에 따라 회의 결과를 알리는 제주·서귀포시 보도자료. 서귀포시는 선정된 사람을 공개한 반면, 제주시는 인사 원칙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풀뿌리 주민자치를 위한 제도 취지에 어긋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풀뿌리 주민 자치 실현을 위한 제주 최초 읍면동장 주민추천제와 관련해 제주·서귀포시의 ‘엇박자’ 행정이 논란이다. 서귀포시는 공모를 통해 주민들이 뽑은 대정읍장을 공개한 반면, 제주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 때문이다.

서귀포시는 지난 3일 대정읍사무소에서 대정읍장 주민추천위원회의를 개최한 결과, 주민들이 제주도 특별자치법무담당관 규제개혁팀장인 송호철 사무관(5급)을 대정읍장으로 선발했다고 6일 밝혔다.
 
대정읍장에는 송 사무관 등 2명이 공모했으며, 주민추천위원 45명은 각 후보자들의 대정읍 운영계획, 질의·응답, 심사·평가 등을 통해 송 사무관을 선발했다.
 
서귀포시는 2020년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송 사무관을 대정읍장으로 임용할 계획이다.
 
제주 첫 읍면동장 주민추천제는 대정읍과 제주시 이도2동에서 동시 진행됐다. 이도2동장에도 제주도·제주시 5급 공무원 총 2명이 응모했다.
 
제주시는 서귀포보다 앞서 이도2동 주민추천회의를 개최했다.
 
이도2동 주민추천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제주벤처마루에서 회의를 열어 공모에 응한 후보자 2명 중 1명을 선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도2동 주민추천위원 63명 중 46명이 참석했다.
 
제주시는 이날 동장 선출 투표에서 복수의 후보자 중 박창현 사무관을 1순위 추천자로 선정, 오는 1월 정기인사 때 정식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주시는 공식 확인을 위한 취재에 이도2동장에 누가 선발됐는지 밝힐 수 없다며 서귀포시와 다른 엇박자 행정을 보이고 있다. 인사 원칙에 따라 사전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도2동 주민추천회의 직후 [제주의소리]는 제주시 측에 읍면동장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진행된 사안이기에 누가 이도2동장에 선발됐는지 도민들의 알 권릴 차원에서 공개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되돌아온 대답은 “인사 원칙에 따라 정기인사 전에는 공개할 수 없다”였다. 그렇다면 특별자치도 산하의 동일한 행정시 지위를 갖는 서귀포시는 인사원칙을 어기고 대정읍장 선발자를 인사발표 전에 미리 공개했다는 모순에 빠진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동일한 방법으로 실시된 읍면동장 주민추천제임에도 서귀포시는 공모에 의한 선발결과를 공개하고 있는데도 제주시만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시민들은 고개를 갸웃 거린다. 
 
읍면동장 주민추천제는 제주도 혁신행정 과제인 풀뿌리 주민자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5급 공무원이 대상이지만, 주민들이 각 지역의 대표가 돼 주민자치를 실현한다는 취지다. 
 
어찌보면 대정읍·이도2동 주민추천위원회 회의는 각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한 ‘청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청문회 절차는 깨끗하고,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청문 결과도 마찬가지다.
 
청문 과정과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굳이 청문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내부적으로 적격 여부만 판단해 임용하면 그만이라는 지적이 뒤따르는 이유다.  
 
주민추천위원회는 청문 절차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후보자가 앞으로의 계획, 열정 등을 직접 주민들에게 알리고 선택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민추천위원회 결과마저 비공개 하는 것은 사실상 풀뿌리 주민자치에 역행하는 ‘깜깜이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읍면동장 주민추천제 실시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다가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결과를 비공개한다는 것은 제도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들이 직접 누구를 택했는지 알리지 않는다는 것은 깜깜이 행정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주민들이 뽑은 읍면동장을 공개해 도민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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