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고유정 10차 공판서 추가 증거 줄줄이...범행 전 문자메시지 “이제 내 자신이 무서워”

검찰이 의붓아들 살인사건의 피고인인 고유정의 범행 동기와 계획적 범행을 입증하기 위해 디지털 포렌식으로 확보한 핵심 증거를 법정에서 대거 제시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6일 오후 2시 의붓아들 살인 혐의로 추가 기소된 고유정(38.여)을 상대로 10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증거조사를 통해 고유정이 현 남편 홍모(39)씨와 재혼 후 두 번의 유산을 겪으면서 발생한 결혼생활의 불화가 의붓아들(2014년생) 살인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범행이 이뤄진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고유정 부부의 자택에서 확보한 데스크탑 컴퓨터와 피고인의 휴대전화 속 통화내역과 접속 기록을 줄줄이 공개했다.

고유정은 2019년 3월2일 아침 현 남편과 작은 방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이 숨진 채 발견되자 최초 경찰 조사이후 줄곧 자신은 “깊은 잠에 취해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검찰은 이날 새벽 고유정이 깨어 있었다며 추가 증거를 처음 공개했다. 당시 고유정은 남편과 의붓아들이 자던 방 바로 옆 또 다른 작은 방에서 일찍 잠에 들었다고 밝혀 왔다.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이날 오전 2시36분 안방에 있던 자신의 PC에 접속해 제주~완도행 여객선 탑승후기가 적힌 특정 블로그를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여객선은 고유정이 2019년 5월25일 전 남편 강모(당시 38세)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제주에서 완도항으로 이동할 때 탑승한 선박이다.

특히 고유정이 PC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잠자던 방에서 나와 의붓아들이 있던 옆방과 거실을 지나쳐 맨 안쪽에 위치한 안방까지 이동해야 한다.

고유정은 PC사용 이후인 이날 오전 3시48분 자신의 휴대전화에 재차 접속해 카카오톡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에서 특정인의 프로필 내역을 확인했다. 곧이어 해당 프로필 기록을 삭제했다.

삭제된 프로필은 의붓아들의 친모인 A씨의 친구와 가족 등 주변인 3명이 포함돼 있었다. 의붓아들의 친모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미 수년 전에 고인이 된 상황이었다.

이날 오전 4시52분에는 휴대전화에서 자동 녹음된 현 남편과의 통화 내역을 재차 확인했다. 해당 통화는 2019년 2월28일 고유정이 제주에서 청주공항에 도착한 직후 대화 내용이다.

이어 자신이 임신했을 당시 다니던 산부인과의 통화내역도 확인했다. 고유정은 2018년 10월과 2019년 2월 산부인과 의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계류 유산 결과를 통보 받았다.

두 번째 유산 이후인 2019년 2월22일 오후 1시 고유정은 인터넷에 접속해 50대 치매남이 베개로 모친을 질식사 시킨 기사를 검색했다. 의붓아들이 죽기 바로 일주일 전의 일이다.

고유정은 사흘 뒤인 2월25일 남편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넌 지금 내 끝을 건드렸어. 후회해라 실컷 00. 진짜 그만하자. 이제 내 자신이 무서워”라는 글을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의 피의자 진술과 휴대전화 포렌식 등 여러 정황을 근거로 고유정이 유산이후 남편이 의붓아들만 챙기는 모습에 불만을 품고 복수를 계획한 것으로 판단했다.

자신의 아픔을 남편에게 계속 언급하며 여러 알리바이를 만들고 최대한 정신적 고통을 주기 위해 범행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 검찰이 최종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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