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검찰, PPT까지 준비 검색-통화내역 줄줄이 공개...재판만 장장 6시간 ‘20일 결심 공판’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8.여)이 장장 6시간에 걸친 검찰 증거조사와 피고인 심문을 통해 장황한 주장을 늘어놓으며 핵심 질문을 피해갔다.  

검찰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피고인의 통화음성과 접속 기록까지 추가로 공개하며 고유정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의붓아들을 겨냥한 고유정의 섬뜩한 음성내역까지 제시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6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살인 및 사체손괴, 은닉 등 혐의로 구속 기소 된 고유정을 상대로 열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증거조사를 위해 2시간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까지 준비했다. 수사검사가 직접 공판에 참석해 고유정의 범행 동기와 계획적 범행을 입증하기 위한 정황증거를 줄줄이 공개했다.

고유정은 2019년 3월2일 아침 현 남편과 작은 방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2014년생)이 숨진 채 발견되자 최초 경찰 조사이후 줄곧 자신은 “깊은 잠에 취해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검찰은 고유정이 이날 오전 2시36분 안방에 있던 자신의 PC에 접속해 제주~완도행 여객선 탑승후기가 적힌 특정 블로그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여객선은 고유정이 2019년 5월25일 전 남편 강모(당시 38세)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제주에서 완도항으로 이동할 때 탑승한 선박이다.

고유정은 PC사용 이후인 이날 오전 3시48분 자신의 휴대전화에 재차 접속해 카카오톡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에서 의붓아들의 친모인 A씨의 친구와 가족 등 주변인 3명의 프로필을 삭제했다.

이날 오전 4시52분에는 휴대전화에서 자동 녹음된 현 남편과의 2019년 2월28일자 통화 내역과 자신이 임신했을 당시 다니던 산부인과의 통화내역도 확인했다.

범행 당일 고유정이 깨어 있었다는 핵심 증거에 대해 고유정은 검찰이 제시한 타임라인이 맞는 것 같다면서 컴퓨터에 접속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해갔다.

고유정은 “유산후 잠을 자는 것도 불규칙 했다. 순간적으로 새벽에 잠에서 깨기도 한다”며 “검찰이 제시한 타임라인에 대해서는 후차적으로 기억이 생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방에서 PC로 검색한 것은 기억에 없다. 포렌식 오류거나 컴퓨터 문제일 수 있다”며 “휴대전화로 검색했다는 그런 기억이 있지만 그날이 그날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특히 고유정은 두 번째 유산 이후인 2019년 2월22일 오후 1시 인터넷에 접속해 50대 치매남이 베개로 모친을 질식사 시킨 기사를 검색했다. 의붓아들이 죽기 바로 일주일 전의 일이다.

검색 1시간 전에는 남편과 전화통화를 하며 싸우다 “내가 쟤를 죽여 버릴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지목한 ‘쟤’를 숨진 의붓아들이라고 설명했다.

고유정은 사흘 뒤인 2월25일에도 남편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넌 지금 내 끝을 건드렸어. 후회해라 실컷 00. 진짜 그만하자. 이제 내 자신이 무서워”라는 글을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의 피의자 진술과 휴대전화 포렌식 등 여러 정황을 근거로 고유정이 유산이후 남편이 의붓아들만 챙기는 모습에 불만을 품고 복수를 계획한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고유정은 “나도 엄마다. 내 배로 낳은 자식만큼 00이를 생각했다. 친엄마를 떠나보내 불쌍했다. 우리 네명이 함께하면서 내가 진짜 엄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울먹였다.

이후 고유정은 시종일관 현 남편의 과거 생활 등 재판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에 재판부는 “장황하게 답하지 말라. 현 남편의 부부생활에는 관심이 없다”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고유정은 전 남편 강모(당시 37세)씨의 살인사건의 피고인 심문에서도 흉기와 세척용 물품 구매에 대해서 1+1 행사와 친숙한 마트 등을 언급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이어갔다.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며 정작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아이가 현장에 있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고유정은 전 남편 사건 대해서는 살인과 사체 손괴 혐의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반면 직접 증거가 없는 의붓아들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소설을 쓰고 있다며 범행 자체를 부인했다.

검찰은 간접증거를 토대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재판부는 20일 결심공판을 열어 검찰측 구형과 고유정의 최후 진술을 듣기로 했다. 선고공판은 1월말이나 2월초 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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