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소년을 유용하고 인성을 갖춘 어른으로 키우기 위한 제언

1979년, 필자가 꿈꾸는 좋은 병원을 고향에 세우기 위해 귀향하였을 때에 아들 종석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신구간이 지난 참이라 집구하기가 어려워 탑동 바닷가 집을 사글세로 겨우 얻었다. 그런데 해풍이 몰아치는 곳이다 보니 종석이가 기관지천식을 앓게 되었다. 거기에다가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해 육지로 다시 이사 가자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정말 그렇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이듬해에 학교에서 보이스카우트 대원 모집이 있기에 단체 활동을 하면 좀 좋아지지 않을까 여겨 가입을 시켰다. 대장 선생님께서 잘 보살펴 주셨을 뿐만 아니라 동료 대원들하고 사이도 좋아져 무사히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열심히 스카우트 활동을 한 덕으로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도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 요즈음 많은 학부형들처럼 자식 걱정으로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되었다. 이 공을 갚으려고 필자는 36년이 지난 지금까지 스카우트 활동을 하고 있다.

작년에 우리 국민들을 두 쪽으로 나뉘며 조국 사태를 바라봤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가장 공부를 열심히 한 분들이 옳고 그름을 분간하지 못 하고 궤변을 일삼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교육이 정말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학부형들이나 선생님들조차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을 감싸느라 잘못을 저질러도 오냐 오냐 하며 지나가니, 이 학생들이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없게 되고 남을 배려하는 인성을 키울 수 없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용기 있는 사람은 나아갈 때를 알며, 현명한 사람은 물러날 때를 안다.’라는 말도 있는데, 물러날 때를 모르고 버티다 보니 안타깝게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 일로 우리는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공부를 잘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올바르지 못 하면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는 법이다.

혹자는 이런 스카우트와 같은 청소년 활동이 공부에 지장을  준다고 자녀들이 활동하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대학입시에 목매달다 보면 스카우트 활동을 하느라 보내는 시간이 무척 아까울 수 있다. 그 시간이면 수학 공식 몇 개나 영어단어 수십 개를 외울 수 있는 시간이라고 여긴다면 선뜻 자녀들을 스카우트 활동에 참여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스카우트 활동이 공부하는데 별 지장을 주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것처럼 ‘소를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이지는 못한다.’는 말도 있듯이 책상에 오래 앉았다고 공부가 잘되는 것은 아니며, 가끔은 자연과 벗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공부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선진국에서는 스카우트 복장을 갖춘다는 것이 긍지이며 자랑이다. 미국의 성공한 정치 지도자들이나 우주비행사의 대부분이 스카우트 대원 출신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단체들이 행사하는 것을 보면 스카우트의 형식을 빌리는 것을 흔히 본다.

스카우트 운동은 영국의 장군 출신인 베이든 포웰 경에 의해 1907년에 시작 되었다. 이 운동은 처음에는 영국 안에서만 벌어졌는데, 1910년에 미국의 한 부호가 런던을 방문하였을 때에 길을 잃어 학생의 도움으로 목적지를 찾을 수 있었다. 그 부호가 사례를 하려 하자, 그 소년은 ‘스카우트는 대가를 받지 않습니다.’라고 하며 사양하였다. 그 때는 시간이 없어 일을 마치고 귀국하였는데 스카우트가 무슨 말인지 알고 보니 청소년들을 건전하고 유용한 시민으로 키우는 운동이란 사실을 알고 미국에다 스카우트 운동을 퍼뜨리자 세계적으로 번져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1922년에 독립운동가이신 조철호, 정성채 선생이  조선소년단과 소년 척후단을 따로 시작하였으나 1937년 9월 일제에 의해 강제 해산 되었다. 광복 후 1946년 3월에 사단법인 대한 보이스카우트 중앙연합회로 활동이 재개되었다. 이때에 활동하신 분들 중 가장 유명하신 분이 반기문 총장이다. 

우리 제주도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 내려온 지도교사와 대원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다가, 1962년 10월 14일에 한국보이스카우트 제주연맹으로 공식 출범하였다.
 

이유근 아라요양병원장  ⓒ제주의소리
이유근 아라요양병원장 ⓒ제주의소리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학교대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으나 지금은 점차 지역대 활동으로 옮겨져 남녀 대원들을 구분 없이 훈육하고 있다. 지역대에서는 학부형들과 대원들이 함께 활동하므로 가족 간의 유대 강화나 대원들의 학과 공부에 도움이 되고 있으며, 이렇게 자란 청소년들은 올바른 상식을 갖추고 여러 가지 기능을 익혀 사회에 유용한 인재로 자라고 있다.

자녀들을 올바르고 유용한 민주시민으로 키우고 싶은 학부형들께서는 지역대에 가입하셔서 자녀들이 스카우트 정신에 투철한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힘쓰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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