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도 렌터카 증차거부 소송서 완패...‘손해배상-운행제한 공고 취소’ 줄줄이 소송

원희룡 도정의 제주교통혁신계획 중 하나인 렌터카 총량제가 대기업과 일부 도내 업체의 반발과 각종 소송전으로 흔들리고 있다.

제주도는 렌터카 수급조절의 기조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송이 장기화 되면서 업계와 관광객들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주)제주스타렌탈 등 자동차대여사업자 2곳이 제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자동차신규등록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8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렌터카 수급조절은 2016년 7월 원 지사가 발표한 제주교통혁신안에 등장했다. 후속조치로 제주도는 도지사가 렌터카 수급조절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에 나섰다.

2018년 2월28일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3월20일 공포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제주도는 2019년 6월까지 도내 렌터카를 2만5000대까지 줄이기로 했다.

총량제 시행을 앞두고 렌터카 업체들이 조직적으로 증차에 나서자, 제주도는 2018년 3월14일 ‘제주도 렌터카 증차 및 유입 방지 계획’을 마련해 꼼수 증차를 사전에 막아섰다.

3800여대에 이르는 증차 신청이 원천 차단되자, 업체 3곳이 신규 차량등록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주지방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도는 물러설 수 없다며 2018년 9월21일 예정대로 렌터카 총량제 시행에 들어갔다. 2019년 6월까지 6111대 감축 목표를 잡았지만 실제 감축물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급기야 제주도는 2019년 5월 자율감차 미이행시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초강수를 꺼냈다. 이를 어기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제주도가 2019년 5월9일 운행제한 공고에 나서자, 이번에는 대형 렌터카 업체 5곳이 제주도를 상대로 ‘차량 운행제한 공고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맞대응했다.

법원이 렌터카 업체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사상 첫 차량운행 제한 명령은 본안소송 전까지 없던 일이 됐다. 그 사이 도내 업체까지 소송전에 가세했다.

자율감차에 적극적으로 나선 도내 소규모 업체들만 차량 감소로 피해가 생기자, 제주도는 2019년 8월 자동차대여사업 수급조절계획을 변경해 300여대의 차량을 제한적으로 증차했다.

제주도는 자율감차 목표량의 50%만 감차 대상으로 삼고 나머지만 소송 전까지 증차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증차 자체가 애초 목표와는 다른 방향이었다.

법원이 렌터카 수급계획의 수립 권한이 담긴 제주특별법 시행일(2018년 9월21일) 이전에 렌터카 신규 등록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추가 증차 가능성도 있다.

당시 증차를 거부당한 물량만 3000여대에 이른다. 증차를 거부당하거나 자진 철회한 업체들이 무더기 민사소송에 나설 경우 배상 근거와 범위를 두고 또다시 치열한 소송전을 벌여야 한다.

제주도는 이번 판결이 총량제 시행 전 증차 거부에 대한 판단으로 렌터카 수급조절 정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주스타렌탈이 증차 거부로 막대한 손실이 생겼다며 제주도를 상대로 3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당장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또 다른 6개 업체가 자율감차 미행에 따른 운행제한 명령에 반발해 제기한 ‘차량 운행제한 공고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마저 패소할 경우 자율감차를 강제할 카드도 마땅치 않다. 자율감차에 반대하는 일부 업체들이 이를 근거로 시장경쟁을 부각시킬 경우 그에 따른 대응논리도 개발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자율감차에 공감하며 차량을 줄였던 도내 업체만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될 수 있다. 렌터카의 실질적 이용자인 관광객들의 불편도 고려해야 한다.

제주도는 눈 앞에 놓인 소송에 우선 대응하고 렌터카 업체의 의견을 수렴해 후속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원 지사의 정책적 결정이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렌터카 총량제 도입 후 1년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감차 물량은 총 3130대다. 도내 렌터카 적정량을 2만5000대로 산정했지만 여전히 렌터카 등록대수는 3만대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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