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제주형교육혁신 다혼디] ② 학생 주도 상향식 교육 지향...프로세스 전환

애월초등학교 학생자치 '다모임' 활동.
애월초등학교 학생자치 '다모임' 활동.

'학교의 진정한 주인은 학생'이라는 구호는 수사적 표현에 불과했던 것이 이전까지의 현실이었다. 언제나 학생들은 가르침과 계도의 대상이었고, 학교의 주체는 교직원을 필두로 한 어른들이었다.

제주형 자율학교인 '다혼디배움학교'가 도입된 이래 지상과제는 교사 주도 교육에서 학생 중심 교육으로의 탈바꿈이다. 하향식 교육에서 상향식 교육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단순히 관행을 바꾸면 될 문제가 아닌, 학교 자체적인 프로세스를 전환해야 하는 시도가 뒤따라야했다.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도 했고, 방향성을 잡지 못해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학생들의 자율성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흥미로운 것은 2015년 다혼디배움학교가 도입된 이래 스스로 자율학교로서의 지위를 포기한 학교가 없다는 점이다. 첫해 6개 학교에서 시작해 해마다 참여 학교가 늘면서 올해는 총 38개 학교가 다혼디배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한해 한해 시간과 경험이 쌓일수록 각 학교는 각각의 특성을 반영해 저마다의 선진적 모델을 구축해 나가며 선순환 구조가 안착되어 가는 모습이다.

다혼디배움학교 도입 첫해 '협력적 생활교육'과 학생자치 모임 '다모임' 등을 도입한 애월초등학교.

학급의 문제를 담임교사 혼자만의 책임이 아닌 학교 구성원, 특히 학생들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데 합의가 이뤄졌다. 어떠한 교사도 학생들의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을 모두 이해하고 안아줄 수 있는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음을 인정한 결과였다.

학생들이 모두 모여 의견을 교환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다모임'은 학생들이 학교 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의도적인 환경을 구성해주고 있다.

이전의 교실에서 반장·부반장 등을 뽑는 대의민주주의를 선택했다면 '다모임'은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치고 결정권한을 부여하는 직접민주주의를 차용한 것이 핵심이다. 

학생들은 학교규칙과 관련된 문제나 학내에서 일어나는 갈등도 직접 해결해야 한다. 급식 배분 봉사활동을 특정 학년이 도맡는 문제, 학년별 체육관 사용시간, 선후배 간 관계 해결 등을 주요의제로 다루기도 하고, 체육대회·요리나눔대회 등의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다모임' 활동에 참여했던 오지민 학생은 "나의 단점으로 생각했던 부분이 개선되고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주변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리더십 있는 모습이 참 멋있었다'는 친구의 문자는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학생자치가 안착된 오름중학교.
학생자치가 안착된 오름중학교.

오름중학교는 학생자치를 통해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책임지는 환경을 만들었다. 휴대전화 소지, 복장, 화장 등 청소년 시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규율을 만들도록 맡겼다.

오름중의 자치활동은 학생생활규정을 바꾸는데서 출발했다.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의 주체가 함께하기 위해 학급토의, 대의원회의 등 충분한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학생들의 결정에 의해 오름중은 상벌점제를 폐지하고 학생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규정을 만들었다. 

자율권한이 주어졌다고 해서 학생들은 스스로의 책임을 방기하지 않았다. 수업 매너, 두발, 실내화, 언어예절, 휴대전화 등 스스로 점검하며 지켜나갈 수 있는 항목을 정했고, 그외 교권침해, 시설파손 흡연, 무단출결, 시험 부정행위 등은 선생님의 지도와 선도가 필요한 사항으로 분류했다.

책임을 저버렸을 경우에 대한 제재도 자체적으로 결정했다. 가령 휴대전화 1회 미제출 시에는 교사와 상담을 해야하고, 2회 미제출시 3일간 압수, 3회 미제출 시 학생-학부모-교사 간 3자 상담을 받는다는 등의 내용이다.

오름중 권은신 교사는 "학생자치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지는 법은 물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존중하는 자세가 길러진다"고 말했다.

광양초, 금악초, 남원초 등은 학생들이 수학여행 일정과 코스를 자체적으로 계획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우려와 달리 학생들도 경험이 쌓일수록 치밀하고 현실적으로 구성한다는 것이 현장의 전언이다.

다혼디배움학교의 공통된 운영원리는 '민주성'이다. 학생 개개인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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