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이짬컴퍼니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

12일 제주문예회관에서 열린 가족뮤지컬 '브레멘음악대' 기념사진 촬영 모습. ⓒ제주의소리
12일 제주문예회관에서 열린 가족뮤지컬 '브레멘음악대' 기념사진 촬영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 공연기획사 아이짬컴퍼니가 제작해 지난 11~12일 공연한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연출 이광호)는 다양한 볼거리를 갖춘 가족 뮤지컬이다. 줄거리는 독일 ‘그림 형제’가 쓴 고전 동화 ‘브레멘 음악대’를 무난히 따라가는데, 여러 장르를 구석구석 배치하는 구성이 눈길을 끈다.

무대 위 대형 화면에서는 모래로 만드는 샌드 아트(Sand Art)가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동화구연과 배우들의 연기가 동시에 이뤄진다. 여기에 전자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를 갖춘 밴드(오버플로우)의 라이브 연주까지 더해진다. 

샌드 아티스트의 손길이 지나가면 당나귀 얼굴에 눈물이 고이고 한라산 중턱에 돌담이 생긴다. 커다란 화면 안에서 하나 씩 그려지는 당나귀, 사냥개, 암탉, 고양이 모래 그림은 성인·아이 가릴 것 없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다만, 공연 시간이 지날수록 주목도는 다소 떨어지는데, 이런 점을 보완하는 고민이 더해진다면 어떨까 싶다. 예를 들어 라이브 밴드 배경에 차려진 브레멘 음악대 동물 그림은 샌드 아트로 그린 작품인데, 밴드 등장 전에 해당 그림을 등장시켜 자연스레 흐름이 이어진다면 한층 자연스러워지지 않을지 사족을 더해본다. 즉석 구현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사전 제작 영상도 사용할 수 있겠다.

가족극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들의 참여에서 다소 맥이 끊기는 느낌을 받았는데, 미리 보조 요원을 배치하고 좌석 번호를 불러서 아이들을 무대 위에 올린다면 보다 수월할 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불만도 덜 하지 않을까 싶다. 샌드 아트와 함께 익살스러운 도둑 연기와 경품 소개는 성인들에게도 소소한 웃음을 안겨준다.

‘브레멘 음악대’는 샌드아트, 동화구연, 연기, 밴드 라이브 연주까지 포함해 아이들에게 종합선물센트와 같은 작품이다. 따라 부르기 친숙한 멜로디로 공연의 질을 높여준 전송이 작곡가의 역할도 빠질 수 없다.

버림 받은 동물들이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모습을 통해 '쓸모 없는 것은 없다'며 전해주는 교훈은 가족뮤지컬로 안성맞춤이다.

‘브레멘 음악대’를 만든 아이짬컴퍼니는 제주에서 활동하는 공연기획사다. 제주 밖 공연을 들여오는데 그치지 않고 작품 창작까지 나아가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더욱이 지난해 여름 관객을 불러 모은 연극 ‘조각’에서도 잘 나타나듯, 제주 안의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시도는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브레멘 음악대’ 역시 배우, 작곡, 밴드 등에서 지역 자원들을 활용했다.

순수 극예술과 거리가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비판의 시선도 일부 존재하지만, 열악한 제주 연극계를 고려할 때 극 예술과 사람들의 접점을 최대한 늘리고, 자신 만의 방식으로 제주를 담아내는 노력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제주에서 탄생한 창작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는 전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부산을 비롯해 타 지역 공연이 예정돼 있다. 보다 완성도 있는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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