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24) 탄소 없는 섬 제주? 기후위기 대응부터

올해 제주의 날씨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2월 제주도내 평균 기온은 10.2도로 1923년 기상관측 이래 1968년 10.3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 7일 낮 기온은 23.6도까지 오르면서 역대 1월 기록을 갱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온과 먹이를 따라 여름철에 동해로 이동했던 방어는 10월 이후 따뜻한 수온이 유지되는 제주해역으로 이동하지만 올 겨울은 바다 수온상승으로 방어가 동해에 머물며 제주바다에서 방어 보기가 힘들어졌다. 지난해 유난히 잦았던 태풍도 제주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기후변화의 징조들이다.

제주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인해 제주의 환경은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환경운동연합이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지역 생태계 변화상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후변화가 우리 일상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 알 수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자연계절 길이의 최근 10년간 변화를 보면 제주는 겨울이 매우 짧아졌고, 봄과 가을이 길어졌다. 서귀포의 경우는 겨울이 완전히 사라지고 여름과 봄, 가을만 존재한다. 

기후변화는 제주의 농업환경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바나나, 파인애플은 물론이고 망고, 올리브, 아보카도, 패션프루트 등 열대과일의 재배가 늘고 있다. 농업 전문가들은 제주의 기온이 증가하면서 감귤 과실의 착색이 잘 안되거나 맛과 향 등 상품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제주 바다환경의 큰 문제 중 하나로 조간대와 조하대 연안 암반에서 해조류가 고사하고, 이로 인해 연안 생태계가 황폐화되는 갯녹음 현상 역시 여러 요인들 중에 기후변화가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갯녹음 현상으로 유용 해조가 사라져 이를 먹고 사는 성게, 전복, 소라 등의 저서동물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한라산 구상나무가 고사하면서 구상나무림의 면적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원인 역시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태풍, 집중강우, 적설량 감소 등은 구상나무의 생육환경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른 생태계의 변화도 눈에 띈다. 제주는 지정학적으로 철새들의 월동지, 번식지, 중간 기착지로 이용되고 있는데 최근의 기후변화 양상으로 볼 때 아열대성 조류의 출현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개구리, 맹꽁이, 도롱뇽 등 양서파충류는 출현 빈도와 분포에 기후변화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는 제주의 관광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라산 눈구경은 눈이 오지 않는 동남아 지역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 상품이었지만 올해 제주에 눈이 오지 않아 이들 관광객을 위한 여행 상품을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제주도, 기후위기 선포해야

올해 세계 정상들의 새해 메시지 중에 유독 언론의 관심을 받은 인물은 바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신년사였다. 메르켈 총리는 기후변화 문제를 중심 화두로 꺼냈다. 그는 신년사에서 올해는 기후 문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지구 온난화 문제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며 위협적인 문제”로 “미래 우리의 아이들이나 후손들이 현재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를 떠안게 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독일은 환경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모든 전력을 기후변화 대응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해 봐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비해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어떤가.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의지와 정책이 매우 저조한 ‘기후악당’ 국가로 불린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로 최상위권이지만 기후변화 이행지수에서는 최하위권의 평가를 받는다. 여전히 석탄발전 및 원자력발전에 의존한 에너지 생산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 새로운 길로서 에너지 전환에 도전해야 하지만 논의만 무성한 수준이다.

제주도는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지역인 만큼 제주도의 정책도 다른 지역에 비해 도전적인 구호를 내걸고 있다. “2030 카본프리아일랜드”, 2030년까지 제주를 탄소 배출이 없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전력생산을 모두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하고, 자동차는 모두 전기자동차로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계획처럼만 된다면 제주는 동북아를 넘어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세계환경수도 타이틀도 자연스럽게 명명될 것이다. 

하지만 생각 따로 행동 따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도의 핵심 정책이 실현되기는 요원하다. 탄소 없는 섬 제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책 구상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직접적인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제주도는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실시하고, 실효성 있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산업 분야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전 산업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계획이 시행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하여 

지난해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연설을 통해 세계 각국이 전 지구적 위기인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며 다시 한 번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지난해 9월 시작된 호주 산불은 4개월째 계속되면서 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희생됐다는 보고이다. 호주의 여름은 고온 건조해 산불이 잦았지만 이번에는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유례없는 고온 건조 현상이 지속되면서 최악의 피해를 주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환경위기를 초래하며 우리의 생활에도 밀접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금 당장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적으로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환경위기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 예외는 아니다. 앞서 몇 가지 사례에서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제주의 환경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제주도는 자치단체 차원에서라도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실시해야 한다. 포괄적인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수립하고, 에너지자립 및 에너지전환을 위한 계획과 제도 정비를 해 나가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변화 모니터링 체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장기적인 조사연구를 수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분야별 연구결과를 연계·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시민참여도 반드시 필요하다. 시민에 의한 상시적인 기후변화 모니터링은 행정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계획의 수립과정에서부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시민들에 의한 자발적인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제주의 환경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들어가기 위한 우리 모두의 핵심 정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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